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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과 물방울의 이미지로 전하는 작가의 이야기…이우 김영자의 'Mine'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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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과 물방울의 이미지로 전하는 작가의 이야기…이우 김영자의 'Mine'展

김영자의 'mine', 72.7cmx90.9cm,oil on canvas, 2016
김영자의 'mine', 72.7cmx90.9cm,oil on canvas, 2016
서양화가 이우 김영자가 제이큐브 미술관(관장 장우순 서양화가)의 초대로 사월 한 달 동안 영월을 달구고 있다. 영월은 별이 너무 밝아 밤에 꿈꾸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원시의 암반 위에 상상을 가미한 김영자 초대전(Kim Young-Ja Exhibition invited by J-Cube Museum)은 동강의 할미꽃과 자목련의 전설을 따르는 듯 화사하고 분홍 중심의 주조색이 두드러진다. 무지개의 여인이 된 듯한 작가는 아이들의 눈을 탑재한 남다른 감각으로 전시작에 사연을 만들어내고 동화적 결론에 이르게 한다.

작가는 흑백의 과거를 현재화시키면서 채색 시대의 화단(花壇)으로 무대를 설정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절약의 시대를 살아간 기억 속의 과거에 진홍을 고봉으로 올리고, 이루지 못한 꿈의 한 조각인 발레리나적 과거를 축성한다. 비탈에 선 나무처럼 예술가로서 우뚝 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깊이 고민하면서 작가는 조심스럽게 현실과 타협한 아픔이 있다. 부모의 완고함을 뚫지 못한 복종에 대한 반항으로 현모양처가 된 현재에 이르러 담대한 자신의 주장을 담아 추상화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김영자의 'mine',    60.6cm×72.7cm,oil on canvas, 2016
김영자의 'mine', 60.6cm×72.7cm,oil on canvas, 2016

김영자의 'mine', 65.1cmx90.9cm, oil on canvas, 2016
김영자의 'mine', 65.1cmx90.9cm, oil on canvas, 2016


<Mine>展은 물방울과 여인의 어울림으로 미적 이미지를 도출시킨 전시회이다. 작가 자신에게 보내는 이야기 속의 두드러진 형태는 물, 원, 여인, 물방울이다. <Mine>畵의 유선(流線)은 맑고 순수하고 편안하다. 이우 김영자의 작품들은 여성적 화려함과 강렬함을 소지하고 경쾌한 활동 이미지를 보여준다. 그림이 내포한 이미지와 겉으로 드러나는 색채의 조화가 판타지적 세계를 창조한다. 작가에게 물은 새로운 생명을 잉태시키고, 까맣게 타들어 간 포도나무의 싹을 틔워 축복에 이르는 정제수의 기능이다.

이우의 <Mine>畵를 이루는 4원소 가운데 제1원소인 물은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고 상호 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공동운명체적 이미지이다. 제2원소인 원(圓)은 생명, 영속, 유일, 자연 세계를 상징한다. 제3원소인 둥근 곡선은 부드럽고 청순한 여성적 이미지로 확장된다. 제4원소인 물방울은 둥글고 단순한 모양이지만 물에서 느낄 수 있는 깨끗하고 시원하고 청량한 이미지를 분출해 낸다. 4원소를 이루는 주제 <Mine>은 종교적 경건함으로 나의 희생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나의 모든 상상’과 묵상적 태도를 보인다.

김영자의 'mine', 65.1cmx90.9cm, oil on canvas, 2016
김영자의 'mine', 65.1cmx90.9cm, oil on canvas, 2016

김영자의 'mine', 65.1cmx90.9cm, oil on canvas, 2016
김영자의 'mine', 65.1cmx90.9cm, oil on canvas, 2016


<Mine>畵는 수채물감처럼 캔버스에 스며들어 퍼져가는 보라와 진청의 조화와 몽환적 여인의 이미지가 어울려 황홀에 빠지게 한다. 물방울은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에서 화려함이 더욱 고조되며, 상상력 무한대의 상황을 연출한다. 바닥에서 통통 튀는 모습을 연상시키면서 부단히 움직이는 역동적 이미지를 보인다. 또한 상상의 한계를 제한하지 않는 변화무쌍한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소지한다. 작가의 물방울 하나하나는 나목(裸木)에 옷을 입히는 꽃잎의 상징이며, 부드러운 움직임의 원형은 미풍을 그림에 불어넣는 행위이다.
이우 김영자의 ‘보랏빛 소묘’는 존재와 상상을 혼재시킨다. 일찍이 시인 조병화가 선도했던 빛깔이다. 봄을 틔우고, 깊이를 가져가던 색이다. ‘방 안에 있으면 역적’이 될 것 같아 ‘여인으로 꿈꾸는 모든 것’(All That Dreaming As A Woman Oil-Painter)을 관찰한 작가는 자신의 마음을 들킬까 봐 두려워 그림 속 여기저기에 배치 시키지만 완전한 익명성을 쟁취하지 못한다. 작가는 여전히 청춘의 꿈을 찾아 부드럽게 흔들리고 있다. 색을 칠하는 것이 아니라 색조를 편성하면서 봄의 향연을 즐기고 있다.

김영자의 'mine', 50.0cmx100.0cm,oil on canvas, 2016
김영자의 'mine', 50.0cmx100.0cm,oil on canvas, 2016

김영자의 'mine', 65.1cmx90.9cm, oil on canvas, 2016
김영자의 'mine', 65.1cmx90.9cm, oil on canvas, 2016


<Mine>畵 속의 이미지들은 봄날 참꽃처럼 옅은 분홍빛 연서를 써내며 서로의 사연을 공유하는 듯하다. 적어도 나머지 색깔은 주연을 내려놓아야 한다. 이우 김영자의 화계(畵界)는 대가들의 이름에 짓눌려 자기의 개성을 잃어버리고 방향성을 상실한 작가들과 달리 홀로 비탈에 핀 참꽃을 닮아있다. 홀로 피워낸 작품들은 경기도 남부의 수채화적 시골 정서를 끌어와 잔잔한 이야기들로 온 밤을 헤아릴 듯한 물방울을 토해놓는다. <Mine>畵의 미덕은 그림을 감상한 모두가 자신의 사유의 틀로 꿈을 꾸게 한다는 점이다.

예술이란 티 에스 엘리엇의 ‘황무지’에서 묘사된 상황과 다를 바 없다. 예술가들은 외롭고 쓸쓸하다가도 한순간 화려하게 꽃으로 피어나 생기를 찾는 일을 반복한다. 이우 김영자 작가는 분홍으로 퍼져가는 선율 위에 여름의 미토스를 기대하면서 그림으로 변주한 시를 읊조린다. 캔버스 위에 프롤레타리아적 노동으로 꿈을 그려낸다. 작가의 땀방울은 그림 속에서 물방울로 승화되고, 사람들의 삶이 피폐해지고 사회적 상황이 어렵고 힘들수록 작가는 심적 동요 없이 사람들에게 위로라도 하듯이 화려한 그림을 창출한다.

김영자의 'mine', 90.9cm×72.7cm, oil on canvas,  2016이미지 확대보기
김영자의 'mine', 90.9cm×72.7cm, oil on canvas, 2016

김영자의 'mine', 65.1cmx90.9cm,oil on canvas, 2016
김영자의 'mine', 65.1cmx90.9cm,oil on canvas, 2016

이우 김영자의 경계적 개성은 자신의 순종적 여성을 대변한다. <Mine>畵의 조성에 사유적 공간을 마련하고 인물에 설명을 가한다. 2016년을 분홍과 보라가 장악한 해로 규정하면서 현실과 상상을 섞는다. 작가가 경계를 없애고 과감하게 일어서려고 하는 노력은 늘상 자신의 화면 구성의 과감성으로의 진입을 망설이는 교사로서의 질서 의식이다. 현실을 수호하는 최상의 작품이 백 년 후에도 생생한 작품이 될 것 인가를 생각해본다. 봄날 영월에는 이른 꽃들이 평화를 간구하며 이우 김영자의 <Mine>畵와 춤을 춘다.

김영자의 'mine', 33.4cmx45.5cm, oil on canvas, 2017이미지 확대보기
김영자의 'mine', 33.4cmx45.5cm, oil on canvas, 2017


이우 김영자는 달팽이처럼 녹색을 찬(讚)하며 잔걸음으로 마실다니기를 좋아한다. 그녀의 호기심은 자신을 동화작가로 만들고 자연친화적 그림으로써 어린 새싹의 상상력을 극대로 하는 작품을 생산해야 할 소명 의식을 불러 넣었다. 그녀가 주조한 색은 자신의 기호와 어린이, 어른을 위한 동화적 봉사라고 불리워져도 무방하다. 용기를 내어 영월에서 의기투합한 이우 김영자의 <Mine>展이 지역 간의 거리를 좁히고 작가들 사이의 우정을 쌓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Mine>展은 작가의 숨은 이야기가 많은 의미있는 전시회였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