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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칩 판매 감소에도 자동차용 수요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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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칩 판매 감소에도 자동차용 수요 남다르다

전기자동차 판매 증가로 칩 생산업체 '즐거운 비명'

반도체 칩이 내장된 회로기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반도체 칩이 내장된 회로기판. 사진=로이터
많은 고객 부문에서 반도체 칩 판매는 감소했으나 여전히 그 수요가 늘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자동차 칩이다.

모든 차량의 자동화 가속화와 함께 내연기관 차량보다 더 많은 반도체를 사용하는 전기자동차의 판매 증가는 자동차용 반도체 칩 생산업체를 기쁘게 하고 있다고 야후 파이낸스 등 외신이 5일(이하 현지 시간) 보도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2022년 130만 대 수준에서 2030년까지 연간 2000만 대까지 생산 확대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힌 가운데 테슬라는 이번 주 시장에 대한 장기 전망이 견고해 보인다고 시사했다.

칸 부디라이 테슬라 공급망 부사장은 지난 1일(수) "12인치 웨이퍼 70만 개를 소비하고 있다"며, 2000만 대의 자동차 생산 목표에 도달하려면 800만 개의 웨이퍼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는 또한 차당 더 적은 수의 반도체 칩 사용 방안을 연구 중에 있으며, 반도체 산업의 성장 정도를 고려할 때 칩 제조 공급 능력이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도체 칩 제조기업 경영진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칩의 수가 놀라울 정도로 증가했다며, 2021년 현재 평균적인 자동차는 2010년의 두 배인 약 1200개의 칩을 가지고 있으며, 그 수치는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의 자동차 칩 회사인 NXP 반도체, 독일의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 일본의 르네사스 전자, 미국의 아날로그 디바이스, 텍사스 인스트루먼츠 등 기업들은 최근 자동차 부문에서 매출 급증을 발표하고 있으며, 올해 전망도 강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마블 테크놀로지의 매슈 머피 최고경영자(CEO)는 2일(목) 전반적인 톱 생산 라인이 축소되겠지만, 자동차 관련 매출이 이번 분기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마블 테크놀로지의 자동차 관련 칩 매출이 오늘 약 1억 달러에서 앞으로 5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NXP의 자동차 칩 판매는 지난해 25% 증가했고, 회사는 올해 1분기에 약 15%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르네사스의 자동차 사업은 지난해 40% 가까이 성장했으며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분기에 더 많은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 매출의 거의 4분의 1을 얻고 있는 아날로그 디바이스는 작년에 그 부문의 29% 성장을 보고했다.
자동차만이 반도체 칩이 더 많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인력난 해소 및 비용 절감 차원에서 더 큰 자동화를 진행하는 자동차 생산 과정에서도 반도체 칩 수요가 늘고 있다고 반도체 제조업체 임원진은 지적했다.

자동차 칩의 호황은 임시 소비재나 필수 소비재 분야에서 반도체 칩 수요의 급격한 감소와는 대조적이다. 미국인들은 지난 몇 달 동안 금리 상승과 높은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며 긴축을 이어오고 있다.

매출액 기준으로 미국 최대의 반도체 제조업체인 인텔은 자사의 칩이 탑재된 개인용 컴퓨터에 대한 수요 부진으로 인해 이번 분기에 또 다른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사인 AMD도 최근 모건스탠리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올해 업계 전체 출하량이 12.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불안정한 PC 시장을 헤쳐나가야 한다.

휴대전화 칩으로 유명한 퀄컴은 일부 칩 공급업체들이 시장 상황의 양면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 회사는 최근 회계 분기에 단말기 부문 수익이 18% 감소했다고 보고한 반면, 자동차 부문 칩 판매는 58% 급증한 4억56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자동차 칩 매출은 회사 전체의 약 5%를 차지한다.

자동차 칩 수요의 회복은 지난해 미국에서 10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자동차 판매가 역사적으로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온 것이다. 운전자 보조 기술에서 자동 윈드실드 와이퍼 제어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방식으로 강화된 기능을 갖춘 신세대 자동차에 필수적인 칩 부족을 포함한 공급망 문제로 판매가 제한되어 왔다. 올해 소비자들이 자동차 대리점에서 높은 가격에 차량 구입을 주저하면서 수요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

자동차 시장에 가장 큰 칩 공급업체 중 하나인 NXP의 커트 시버스 CEO는 "자동차의 디지털화 증가는 차량 판매 감소가 자동차 칩 수요를 저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시장 점유율 상승과 전기차로의 전환은 자동차 생산에 한계가 있는 경제적 취약성과 공급망 문제를 상쇄하기에 충분했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자동차 생산 성장이 반도체 칩 제조기업에는 좋지만, 자동차 사업 성장이 반도체 칩 분야 성장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도체 칩 기업과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그들의 운명이 얼마나 상호 연결되어 있는지를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깨닫게 되었다. 공급망 혼란은 전 세계적인 칩 부족을 촉발했고, 일부 자동차 생산라인에서는 불완전한 차량으로 작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미국의 리비안 오토도 최근 실적 발표에서 저조한 판매 전망의 부분적인 원인으로 반도체 칩 공급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나 그런 공급망 압력들이 완화되기 시작했다는 징후들이 있다.

서스퀘한나(Susquehanna) 인터내셔널 그룹의 애널리스트는 자동차 제조에 중요한 반도체 칩을 포함해 반도체 칩의 평균 리드 타임은 1월, 전달에 비해 약 4일 감소해 제약이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문 후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인 리드 타임 평균이 여전히 거의 6개월 수준이지만 7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NXP 시버스 CEO는 수요 충족을 위해 생산이 늘면서 칩 부족 문제는 완화되고 있으며,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이후 수급 불균형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칩 제조기업들은 증가하는 자동차 수요를 충족시키고 PC·스마트폰 등 다른 부문의 반등을 기대하며 생산 용량 추가를 준비하고 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츠는 지난달 유타주 레히에 11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칩 공장 건설을 밝혔고, NXP는 텍사스 공장 확장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국제경제 수석저널리스트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