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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은행주 쓸어담은 외국인…추가 상승 여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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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은행주 쓸어담은 외국인…추가 상승 여력은?

새해 들어 외국인 4대 금융지주 주식 5425억원어치 순매수
배당 늘리려면 대출자산 줄여야…은행 공공성과 상충

서울 시내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시내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 사진=연합뉴스
새해 들어 주요 은행들의 주가가 고공행진 하면서 은행주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각종 규제와 글로벌 금융사 대비 낮은 배당성향으로 은행주는 '만년 저평가주'로 불렸다. 하지만 연초부터 호실적과 배당 확대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금리 인상기의 수익성과 안전성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투자처로 각광을 받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한지주는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29일 3만5200원에서 지난 20일 4만3300원으로 23% 급등했다. 같은 기간 KB금융은 18%(4만8500원→5만7000원), 하나금융지주는 22%(5만1500원→4만2050원), 우리금융지주는 10%(1만1550원→1만2700원) 올랐다.
4대 금융지주를 비롯해 기업은행, 카카오뱅크 등 은행업 대표 종목의 주가 흐름을 토대로 산출하는 KRX은행지수도 동기간 16% 상승하면서 코스피 상승률(7%)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최근 은행주의 인기가 높아진 데에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경기 둔화로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은행들은 오히려 수익성이 좋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금리상승기에는 예대마진이 벌어져 은행들의 이자수익이 증가한다.

아울러 연초부터 은행들에 배당 확대 요구가 거세지면서 두둑한 배당금 챙길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지난 2일 7개 국내 은행지주의 만성적 저평가를 지적하며 공개서한을 보내 중기 주주환원정책 도입을 요구했다. 은행들도 이 같은 배당 확대 요구에 긍정적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신한금융은 같은 날 열린 신한경영포럼에서 보통주자본 비율 12% 초과분은 주주에 환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배당 확대 기대감이 커지자 외국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강한 매수세가 이어졌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에만 신한지주 1982억원, KB금융 1248억원, 하나금융지주 1875억원, 우리금융지주 320억원 순매수했다.

김대한 하나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의 국내 은행주 대규모 매수세가 3주째 지속되고 있다"며 "지난 16일 이복현 금감원장의 은행들이 이익의 3분의 1을 성과급, 3분의 1을 배당에 쓴다면 나머지 3분의 1은 금융소비자 몫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발언 이후 상승 기조가 한풀 꺾였지만 단기 급등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나름 견조한 흐름을 보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배당 확대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먼저 얼라인파트너스는 주주환원을 확대하기 위해 은행들이 대출자산(위험가중자산, RWA) 성장률을 2~5% 수준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요구했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예를 들어 은행들이 대출자산을 줄이면 결국 대출 공급이 줄고 서민 등 취약차주들이 은행에서 대출 받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 이는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주문하는 공공성 강화와는 상충된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경직된 RWA 성장 목표는 한국 금융산업의 성장 잠재력 측면에서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은행의 공적 기능 및 사회적 가치 창출 측면에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