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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성장' 버추얼 유튜버, 내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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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성장' 버추얼 유튜버, 내년 기대된다

트위치·유튜브·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사들 '이목 집중'
대중 인지도는 부족…"시행착오 겪으며 성장할 것"

이세계 아이돌의 멤버 '릴파'가 지난 12월 23일 온라인 콘서트 'Dream Again'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릴파 공식 유튜브이미지 확대보기
이세계 아이돌의 멤버 '릴파'가 지난 12월 23일 온라인 콘서트 'Dream Again'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릴파 공식 유튜브
올해 1인미디어 시장을 강타한 키워드는 '버추얼 유튜버'였다. 개인방송 업계의 양대 산맥인 트위치와 유튜브 모두 이들의 성장에 주목하며 관련 콘텐츠를 선보였고 한국에서도 그 인기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

유튜브의 실시간 방송 후원 시스템 '슈퍼챗'의 월간 매출 순위는 2020년부터 꾸준히 만화풍의 미소년, 미소녀 아바타를 내세운 버추얼 유튜버들이 주름잡고 있다. 유튜브는 이달 초 인기 버추얼 유튜버들을 초청, '버튜버의 대두(The Rise of the Vtuber)'란 제목의 팟캐스트 영상을 공식 채널에 게재하기도 했다.
버추얼 유튜버는 실제 인간이 모션 캡처 기술을 활용, 자신의 표정과 몸짓을 실시간으로 따라하는 아바타를 내세워 개인방송 활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원은 2016년 말 활동을 시작, 300만 구독자를 모은 일본의 '키즈나 아이'로 알려져 있다. 이름에 '유튜버'라는 말이 들어가지만 일종의 관용어구로 자리잡아 타 플랫폼의 방송인들도 흔히 '버추얼 유튜버'로 통용된다.

실제로 세계 최대 실시간 방송 플랫폼 트위치 또한 버추얼 유튜버 전용 태그 '버튜버(Vtuber)'를 지원하고 있다. 최근 트위치가 발표한 공식 요약 보고서에 따르면 트위치서 지원하는 방송안내 태그 107만종 중 가장 인기있던 키워드 탑5 안에 '버튜버'가 들었다.

버추얼 유튜버는 서브컬처 종주국 일본에서 시작됐으나 그 인기는 세계 각지에 퍼져있다. 유튜브 구독자 425만명의 '가우르 구라'는 일본의 홀로라이브 프로덕션에 소속돼있지만 본인은 영어로 방송한다. 트위치 한정 최다 구독자(141만명)를 보유한 '아이언마우스'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이다. 한국에도 틱톡에서 440만 팔로워를 보유한 '아뽀키', 93만 구독 유튜버 '대월향' 등이 활동하고 있다.

루리웹의 버추얼 유튜버 '남궁루리'의 산타클로스 테마 의상의 모습. 사진=남궁루리 공식 유튜브이미지 확대보기
루리웹의 버추얼 유튜버 '남궁루리'의 산타클로스 테마 의상의 모습. 사진=남궁루리 공식 유튜브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버추얼 유튜버로는 6인조 걸그룹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이세계 아이돌', 이른바 '이세돌'이 손꼽힌다. 스트리머 '우왁굳'이 기획한 경연 방송을 통해 지난해 12월 데뷔한 이들은 멤버 전원이 각각 2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멤버 '고세구', '릴파'가 진행한 온라인 콘서트 방송은 모두 7만명 내외의 최다 동시 시청자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세돌의 성과는 국내 유력 IT 포털 기업 네이버·카카오와의 파트너십으로 이어졌다. 네이버의 메타버스 '제페토' 운영사 네이버제트는 올 10월 이세돌이 소속된 패러블 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다음달 2일 첫화를 선보일 가상 아이돌 경연 웹 예능 '소녀리버스' 제작 과정에서 패러블 엔터와 협력하고 있다.

게임업계도 버추얼 유튜버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넥슨·넷마블·데브시스터즈·님블뉴런 등이 국내외 유명 버추얼 유튜버들에게 스폰서십 방송을 제공했다. 특히 넥슨은 앞서 언급한 가우르 구라와 '블루 아카이브' OST 콜라보레이션도 진행했다.

설립 22년차 인터넷 커뮤니티로 게임 전문 웹진을 운영 중인 루리웹은 자체 버추얼 유튜버 '남궁루리'와 '미루'를 선보였다. 이중 남궁루리는 데뷔 1달만에 트위치 구독자 1만명을 끌어모으며 스타덤에 올랐다. 이 외에도 게임사 네오위즈와 스튜디오비사이드, 웹소설 플랫폼 노벨피아 등도 자체 버추얼 유튜버를 선보였다.

2018년 활동을 개시해 '국내 1세대 버튜버'로 꼽히는 '세아스토리' 채널을 운영 중인 스마일게이트는 패러블 엔터나 버추얼 유튜버 스타트업 '브이레코드' 등과 협업해 24시간 기부 콘서트 방송을 선보였다. 또 타 버추얼 유튜버들을 세아스토리에서 방송시키는 기획 '복면세아' 등 업계 내에 '선한 영향력'을 퍼뜨리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왼쪽부터 버추얼 유튜버 반님·라피즈 나츠에·에블리스 쵸키. 사진=스타데이즈 공식 유튜브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 버추얼 유튜버 반님·라피즈 나츠에·에블리스 쵸키. 사진=스타데이즈 공식 유튜브

'선한 영향력'은 기업 단위를 넘어 개인 단위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도 통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유튜버 '오리고기'다. 그는 지난해 중순부터 버추얼 유튜버들의 방송을 하이라이트 형태로 편집하는 '클립'을 전문적으로 선보이는 일종의 2차창작 활동으로 단 5개월만에 10만 구독자를 끌어모았다.

앞서 언급한 '홀로라이브' 소속 해외 방송인들을 전문적으로 다뤄온 오리고기는 올 중순부터 국내 소규모 버추얼 유튜버들을 조명하기 시작했다. 이에 버추얼 유튜버 '베르'는 "선한 영향력 행사에 감사드린다"고 댓글을 남겼다. 브이레코드의 '에블리스 쵸키'는 소속사와 별개로 오리고기의 클립으로 인연을 맺은 '라피즈 나츠에', '반님'과 그룹 '스타데이즈(나쵸반)'로 뭉치기도 했다.

한국 버추얼 유튜버 시장에 해외 업체들이 주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홀로라이브는 올 8월 말 '서울 팝 컬처 컨벤션(서울 팝콘)', 12월 초 '애니메이션 게임 페스티벌(AGF)'에서 두차례나 온라인 공개 팬미팅을 진행했다. 이 업체는 100만 유튜버만 33명을 보유,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있는 버추얼 유튜버 그룹으로 손꼽힌다.

일본의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는 앞서 언급한 국내 버추얼 유튜버 '아뽀키'의 운영사 에이펀 인터랙티브와 파트너십을 체결,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고 있다. 또 소니 뮤직 산하 VEE의 버추얼 유튜버 '오토카도 루키'는 한국어를 쓰며 적극적인 소통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 업체의 국내 시장 진출은 다른 2차 산업으로도 파생되며 생태계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 홀로라이브는 올 7월 애니플러스샵과 콜라보, 전용 굿즈를 판매하는 테마샵을 열었다. 홀로라이브와 더불어 업계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니지산지 역시 애니메이트와 협업, 내년 2월 홍대에 굿즈 한정 판매 숍을 선보일 계획이다.

서울팝콘 2022 홀로라이브 팬 미팅 행사에 온라인으로 참여한 버추얼 유튜버 타카나시 키아라(왼쪽)와 하코스 벨즈. 사진=홀로라이브 한국어 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팝콘 2022 홀로라이브 팬 미팅 행사에 온라인으로 참여한 버추얼 유튜버 타카나시 키아라(왼쪽)와 하코스 벨즈. 사진=홀로라이브 한국어 뉴스

새로이 성장하는 산업이 항상 그렇듯 '옥석 가리기'를 거치며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사업을 접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은 업계의 숙제로 남아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1월 첫 버추얼 유튜버를 론칭한 '플럼버스'가 7개월만인 올 6월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성우 출신 방송인 서유리도 지난해 9월 개인 단위 버추얼 유튜버 '로나땅'으로 활동을 시작, 법인 '로나유니버스'를 세우고 관련 사업을 추진해왔으나 최근 활동 중단과 더불어 회사를 떠났다. 올 3월에는 넥슨에서도 '블루 아카이브' 버추얼 유튜버 론칭을 시도했으나 게임과 무관한 캐릭터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이를 취소해야 했다.

해외 대형 업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앞서 거론된 니지산지를 운영하는 애니컬러는 올 6월 초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메타버스 유망주'로 각광 받고 있다. 그러나 상장 직전인 올 2월, 한국 지부와 인도네시아 지부를 해체하고 일본 본사로 통합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한국 지부 소속 스트리머들이 회사를 떠났다.

앞서 언급된 구독자 93만 버추얼 유튜버 '대월향'은 최근 '제2의 홀로라이브'를 목표로 버추얼 유튜버 프로젝트 '블루점프'를 론칭했다. 그는 "실제 회사처럼 지원을 할 계획이지만,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면서도 "기획·섭외·제작·감독 등 모든 면을 지원하며 끝까지 책임질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했다.

올해 국내 콘텐츠 전시 행사 서울팝콘·AGF·지스타 등에선 항상 버추얼 유튜버들이 전시 부스를 열어왔다. 이 자리에서 만난 한 업계 관계자는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클라이언트들을 여럿 만나긴 했지만, 버추얼 유튜버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는 여전히 매우 낮다"며 "내년에도 다양한 시행착오가 일어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이 업계가 꾸준히 커져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