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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전기차, '내연차 휘발유 대체' 효과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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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전기차, '내연차 휘발유 대체' 효과 거의 없다

최근 10년간 미국에서 보급된 배터리 전기차(B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의 휘발유 대체 효과 추이. 사진=아르곤국립연구소이미지 확대보기
최근 10년간 미국에서 보급된 배터리 전기차(B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의 휘발유 대체 효과 추이. 사진=아르곤국립연구소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적인 전기차로 이동하고 있는 것은 이미 전세계적인 추세다.

나라마다 구체적인 로드맵에 차이가 있으나 내연차를 전기차로 대체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기정사실이 됐다.
그러나 전기로만 움직이는 전기차가 지난 10년간 내연차를 움직이는데 들어가는 휘발유를 얼마나 대체했는지, 즉 전기차의 휘발유 대체 효과를 분석한 결과 전기차가 앞으로 갈 길이 아직 멀고도 먼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아르곤국립연구소가 펴낸 보고서의 결론이다. 아르곤국립연구소는 미국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종합과학 및 공학 전문 연구기관이다.

◇지난 10년간 순수전기차에 쓰인 전력량 ‘22테라와트시(TWh)’


2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의 자동차 전문매체 잘롭닉에 따르면 이같은 사실은 아르곤국립연구소가 최근 펴낸 ‘2010~2021년 소형 배터리 전기차 분석’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확인됐다.

가장 많이 보급돼 있는 승용 전기차를 기준으로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10년간 미국에서 보급된 전기차의 휘발유 대체 효과를 분석한 내용이다.

전기차는 배터리로만 구동하기 때문에 휘발유를 한방울도 사용하지 않는 배터리 전기차(BEV), 전기와 휘발유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전기차(H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 등 세가지로 크게 구분한다.

HEV와 PHEV는 HEV가 휘발유가 주동력이고 전기가 보조동력인데 비해 PHEV는 주동력이 전기라는 차이가 있지만 휘발유라는 화석연료와 전기를 함께 쓴다는 점에서 둘다 과도기적인 전기차에 속하는 반면 BEV는 100% 전기로만 움직이므로 명실상부한 전기차에 속하고 이 때문에 종종 순수전기차로 불리기도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미국에 보급된 BEV와 PHEV는 총 230만여대로 추산됐고 이들이 기록한 총 주행거리는 680억마일(약 1094억3500km)에 육박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에서는 자동차의 운행거리를 VMT로, 전기차의 운행거리를 eVMT로 각각 표현하는데 BEV의 지난 10년간 누적 eVMT가 약 680억마일로 파악됐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약 680억마일의 eVMT를 전기차 배터리 용량 단위로도 쓰이는 시간당 전력량으로 환산했고 그 결과 22테라와트시(TWh)라는 결과를 얻었다. 와트시(Wh)가 1시간 동안 소비된 전력량을 뜻하는 것이니까 킬로와트시(kWh)는 Wh의 1000배이고

테라와트시(TWh)는 다시 kWh의 1000배다.

참고로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전세계에서 전기사용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난 중국이 6523TWh의 전력을 소비했다.

◇전기차 보급으로 줄어든 휘발유 사용량 ‘95억ℓ’

문제는 전기차가 지난 10년간 보급된 결과로 내연차에 들어가는 휘발유 사용이 과연 얼마나 줄어들었는지다.

보고서는 2011년부터 2021년 사이 미국 전역의 휘발유 사용량이 25억갤런 정도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25억갤런을 리터로 환산하면 약 95억ℓ에 해당한다.

약 95억ℓ의 휘발유는 얼마나 많은 휘발유일까. 보고서는 이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는 또다른 자료를 제시하면서 ‘새 발의 피’ 수준으로 묘사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 전역에서 하루 평균 소비된 휘발유만 3억6900만갤런(약 14억ℓ)이었다는 것.

잘롭닉은 “단 하루에 사용된 휘발유가 14억ℓ 수준이었고 전기차 보급 덕에 10년간 발생한 휘발유 대체 효과가 95억ℓ였다는 뜻이므로 전기차의 휘발유 대체 효과를 논하는 것 자체가 민망할 정도의 수준”이라고 전했다.

잘롭닉은 “이는 결국 전기차 보급이 과거 어느 때보다 활발히 이뤄졌던 최근 10년간 발생한 전기차의 휘발유 대체 효과가 미국의 휘발유 소비에 미친 영향은 불과 이틀치에 해당한다는 뜻”이라며 전기차의 갈 길이 아직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