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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4년-④] 모비스는 쪼개고, 글로비스는 확장하고…경영승계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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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4년-④] 모비스는 쪼개고, 글로비스는 확장하고…경영승계 시작되나

현대모비스, 모듈생산과 부품사업 자회사 설립 추진

현대모비스 역삼동 사옥. 사진=글로벌이코노믹DB이미지 확대보기
현대모비스 역삼동 사옥. 사진=글로벌이코노믹DB
현대모비스가 모듈·부품 생산계열사(자회사)의 사명을 각각 모트라스와 유니투스로 확정하고 본격적인 사업분할 절차에 착수했다. 11일 법인 등기 신청에 이어 다음달에는 신설 법인을 공식 출범시킬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의 지배회사 역할을 맡고 있는 현대모비스가 본격적인 사업분할에 나서면서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임박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6년에도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 사업분할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한 바 있어서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모듈생산과 부품사업을 총괄하는 2개 자회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사업분할 방식을 현물출자 방식으로, 현대모비스의 일부 자산을 신설 법인에 이관하는 대신 현대모비스는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된다.
현대모비스는 사업분할과 관련 "불법파견 리스크 해소" 차원이라고 밝혔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소규모 협력사(사내하청)를 통해 생산공장을 운영 중인데, 10개 업체에 인력만 6000여명에 달한다. 이번 사업분할을 통한 자회사 설립 과정에서 사내하청인력들을 모두 계열사 정직원으로 받아들여 불법파견에 따른 부담을 덜어내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번 현대모비스의 사업분할을 단순한 불법파견 리스크 해소를 위한 차원이 아닌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올라서있는 탓이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2018년 공개했던 지배구조 개편안. 지분율은 2017년 말 기준. 그래픽=현대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차그룹이 지난 2018년 공개했던 지배구조 개편안. 지분율은 2017년 말 기준. 그래픽=현대차그룹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모비스 △모비스→현대차→기아→제철→모비스→현대차 △현대차→글로비스→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3가지 순환출자를 갖고 있다. 특히 이들 순환출자의 정점에 지배회사 격인 현대모비스가 자리하고 있다.

반면 정의선 회장은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고작 0.32%만 보유 중이다. 정 회장의 지배력이 약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면서, 이번 현대모비스의 사업분할이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으로 평가받는 배경이기도 하다.

증권시장에서는 현대모비스의 사업분할 소식이 전해진 후 주가가 하락했다. 현대모비스 매출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부문을 분할하겠다는 소식에 기업가치 하락을 우려한 탓이다. 신규 설립되는 모듈 및 부품사업부문은 지난해 33조3000억원 규모의 매출액으로 현대모비스 전체 매출액인 41조7000억원의 약 80%를 차지했다.

동시에 재계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는 현대차 계열사도 있다. 정 회장이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가 주인공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사업분할에 나서는 현대모비스와 달리 신사업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의 대형 자동차운반선. 사진=현대글로비스이미지 확대보기
현대글로비스의 대형 자동차운반선. 사진=현대글로비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018년 선박관리업을 추가한 이후 해마다 신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5년 새 무려 11개 업종의 사업을 추가했을 정도다.

기존 주력사업도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4일 미국법인(GUS)를 통해 미국 중고차 경매장 운영업체인 'Greater Erie Auto Auction(GEAA)'를 인수했다. GEAA 인수를 통해 2025년까지 중고차 경매사업으로만 연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각오다. 또한 현대글로비스는 한달전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와 3년간 2조2000억원 규모의 역대급 완성차 해상운송 계약도 맺었다.

재계 관계자들은 쪼개지는 현대모비스와 영토확장에 나선 현대글로비스가 지난 2018년처럼 이번에도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지배구조 개편안을 통해 현대모비스 모듈·AS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한 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시키는 방식으로 정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려 한 바 있다. 하지만 주주들과의 반대로 인해 현대차그룹이 개편안을 포기하면서 일단락됐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사업분할은 지배구조 개편안과 관련이 없다"면서 "불법파견리스크를 해소하고 사업전문화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권 한 관계자는 "불법파견 리스크 해소를 위해 현물출자 방식으로 전체 매출액의 80%를 차지하는 사업부문을 자회사로 분할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정의선 회장의 보유지분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지배구조 개편설은 끊임없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