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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사태 속 글로벌 식량 위기 악화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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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사태 속 글로벌 식량 위기 악화 가능성

WFP "내년 더 심각한 식량 위기 온다" 경고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을 겪으면서 글로벌 식량 위기가 악화될 가능성이 고조되도 있다.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한 여성이 식품인플레이션이 만연한 시장에서 채소를 구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을 겪으면서 글로벌 식량 위기가 악화될 가능성이 고조되도 있다.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한 여성이 식품인플레이션이 만연한 시장에서 채소를 구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러시아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에 식료품, 에너지, 비료 가격이 폭등해 글로벌 식량 위기가 극에 달했다. 그 당시와 비교하면 최근에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이 다소 내려갔으나 글로벌 식량 위기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최근 보고서에서 글로벌 식품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10~30%가 올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저개발 국가의 수억 명에 달하는 주민이 여전히 기아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미국 언론 매체 복스(Vox)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은 기아 위기에 직면한 사람이 2019년에 1억 3500만 명이었으나 이제 그 숫자가 3억4500만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WFP는 특히 올해보다 내년에 글로벌 식량 위기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WFP는 소말리아에서 대규모 기아 사태 발생 가능성을 경고했다. 아프리카 대륙 북동부 지역(Horn of Africa)에서는 2200만 명이 기아 위기에 직면해있다고 이 기관이 밝혔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식량난을 부채질하는 핵심 요인이다. 특히 일부 국가에서 식료품값이 살인적인 수준으로 뛰고 있다. WFP에 따르면 식품 인플레이션이 레바논 240%, 짐바브웨 309%, 베네수엘라 155%, 수단 149% 등에 달했다.

더욱이 개도국의 화폐 가치 폭락도 식료품 인플레이션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짐바브웨 통화 가치는 83%, 스리랑카 통화 가치는 44%가 하락했다. 자국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곡물을 비롯한 수입품 가격이 올라 구매력이 그만큼 감소한다.

유엔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통해 2030년까지 지구촌 기아 종식 실현 비전을 제시했었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이 목표 달성이 요원하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는 '농업 전망 2022~2031' 보고서에서 "추가 노력 없이는 유엔 SDGs 기아 종식이 2030년까지 달성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FAO와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7월 '2022 세계 식량 안보와 영양 현황' 보고서에서 2021년 기아 인구를 7억6800만 명으로 추정했다. 이는 세계 인구의 9.8%로, 코로나19 대유행 직전인 2019년보다 1억5000만 명 증가했다. WFP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81개국에서 기아 인구가 4700만 명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 국제기구는 세계 경제가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2030년에 세계 인구의 8%인 6억7000만 명이 기아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지만, FAO 등은 세계 식량 사정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보다는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시리얼, 식용유, 유제품, 고기, 설탕의 가격을 평가한 글로벌 곡물 지수는 8월까지 5개월 연속 하락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 추이가 글로벌 식량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항만에 묶인 곡물을 실어 낼 수 있는 길을 여는데 협조했으나 이것으로 글로벌 식량난의 숨통이 트일 수는 없다. 푸틴 대통령은 유럽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밸브를 잠그는 에너지 무기화 전략을 동원했고, 언제든 다시 식량 무기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