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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에서 시작해 수출까지, 대한민국 잠수함 개발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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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에서 시작해 수출까지, 대한민국 잠수함 개발史

돌고래급 잠수정으로 시작된 잠수함 사업, 209급 도입해 기술 습득
10년마다 등급 올린 한국해군, 2011년 인도네시아에 역수출하기도
자체 기술력으로 완성한 도산안창호급 잠수함, SLBM 개발해 장착
마지막 퍼즐 '핵추진 잠수함', 잠수함用 원자로·재처리연료가 걸림돌

2차 잠수함도입사업(KSS-II)의 1번함인 손원일함.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손원일함은 2007년 12월 취역했다. 사진=해군본부이미지 확대보기
2차 잠수함도입사업(KSS-II)의 1번함인 손원일함.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손원일함은 2007년 12월 취역했다. 사진=해군본부
"1400톤급 공격형 잠수함 3척 수주"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인 2011년 12월21일. 대한민국 해군 역사에 새로운 한 획이 그어졌다. 우리나라가 최초로 해외에 잠수함을 수출하기로 계약했기 때문이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인도네시아 해군으로부터 1400톤급 잠수함 3척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사업규모만 1조3000억원(11억달러)에 달하는 대형 사업이었다.

그로부터 10여년이 흐른 현재, 대한민국 잠수함은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경계대상 1호로 손꼽히고 있다. 디젤을 연료로 사용하지만, 조용하고 강력하고 신뢰성 높은 기술력으로 글로벌 방산업체들의 주목을 받고 있어서다.

아무런 기술도 없이 맨손으로 시작해 정비기술과 노하우를 익힌 후,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온 대한민국 잠수함 개발사를 다시 한번 살펴봤다.

배우고 익히다!..'돌고래급 잠수정'과 209급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잠수함은 누가 뭐래도 '장보고급' 잠수함들이다. 하지만 209급으로 분류되는 장보고급 잠수함들 이전에도 한국 해군은 독특한 잠수함을 도입해 운영했다. 특수전 용도의 코스모스(COSMOS)급 잠수정들과 돌고래급 잠수함이 대표적이다.

한국해군이 잠수함 도입에 나선 것은 1970년대부터다. 1975년 정부는 잠수함 도입을 위해 독일이 개발한 540급 잠수함 5척을 도입키로 결정했다.

540급 잠수함은 독일 IKL사가 수출용으로 개발한 잠수함으로 기본 모태인 206급을 180m까지 잠항할 수 있도록 업글이드 시킨 모델이었다.

그러나 예산과 주변국들이 발목을 잡았다. 대당 가격이 높아 당초 해군이 확보한 예산으로는 충분한 대수를 확보할 수 없었던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였지만, 일본과 미국도 반대하면서 결국 사업 자체가 무산됐다.

당시 미국은 독일의 540급 잠수함 도입에 반대하는 대신 미 해군이 2차대전 당시 운영했던 탱(Tang)급 잠수한 2척을 도입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탱급은 만재배수량이 2000톤급이 넘는 대형 잠수함이어서 근해를 수비해야 하는 우리 해군의 입장에서는 너무 덩치가 컸다. 이런 이유로 결국 탱급 잠수함의 도입도 성사되지 못했다.
1976년 독일 IKL사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 건조한 돌고래급 잠수정. 사진=국방홍보원블로그이미지 확대보기
1976년 독일 IKL사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 건조한 돌고래급 잠수정. 사진=국방홍보원블로그


대신 한국 해군은 이탈리아로부터 5척의 특수전용 잠수정을 도입했다. 코스모스로 불리는 이 잠수정은 만재배수량 70톤급의 소형함정으로 당시 대만과 파키스탄 등이 운용하던 모델이었다.

급한대로 특수전용 잠수정을 도입한 해군은 다시 잠수함 도입에 나섰다. 그 결과 1976년 독일 IKL사의 202급 잠수함을 기본베이스로 삼아 선체를 키운 '돌고래급' 잠수정을 라이센스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가 생산에 성공한 최초의 잠수정이다.

돌고래급 잠수정의 가장 큰 특징은 어뢰발사관이 선체 외부에 따로 장착됐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잠수정의 선두 부분이 돌고래의 이마처럼 툭 튀어나와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총 3척이 건조된 돌고래급 잠수정은 1983년 1번함이 진수된 후 1991년 3번함까지 진수돼 운용되다, 2016년에 모두 퇴역했다.

돌고래급 잠수정은 우리 해군의 잠수함 개발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작은 덩치로 인해 제한적인 작전능력이 가졌지만, 잠수함 작전 능력을 확보할 수 있었고, 수상함부대의 대잠 작전 능력을 향상시켰으며, 특수전 운용능력까지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차후 개발에 성공하는 209급, 214급 잠수함으로 모태기술을 제공해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돌고래급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잠수함 운용 능력과 건조기술에 관심이 높아진 우리 해군은 1987년 잠수함 3척을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본격적으로 잠수함 개발에 나선다. '한국형 잠수함 사업'으로 불리는 KSS프로젝트가 본격 시작된 셈이다.

총 3척의 도입에 나선 해군은 여러 잠수함 중에서 독일의 209급, 프랑스의 아고스타급, 이탈리아의 사우로급을 도입후보로 주목했다.

최종적으로 도입이 결정된 모델은 독일 HDW(Howaldtswerke-Deutche Werft)사의 209급 잠수함이다. 209급은 1970년대부터 건조된 수출용 잠수함의 베스트셀러다.

여기에서 우리 해군과 정부는 모험에 나섰다. 총 3척을 도입키로 계약했는데, 첫번째 잠수함만 독일에서 건조하고 나머지 2척은 국내에서 라이선스로 생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1번함인 장보고함은 독일 킬조선소에 건조돼 1993년 우리 해군에 인도됐다. 이후 2번함과 3번함은 대우조선해양이 부품 패키지 형식으로 옥포조선소에서 건조했다.

총 9척이 건조된 209급(1번함인 장보고함의 이름을 따서 모두 장보고급으로 분류) 잠수정은 1번함인 장보고함을 제외하고 모두 고려~조선시대 수군장수들의 이름을 함명으로 받았다.
2009년 한미연합훈련에 참가한 존C.스테니스 항공모함과 전단들. 장보고함은 2004년 열린 림팩 훈련에서 존C스테니스 항모전단을 상대로 40번 이상의 가상 어뢰를 적중시키며 '퍼펙트 장보고'란 칭호를 얻은 바 있다. 사진=해군이미지 확대보기
2009년 한미연합훈련에 참가한 존C.스테니스 항공모함과 전단들. 장보고함은 2004년 열린 림팩 훈련에서 존C스테니스 항모전단을 상대로 40번 이상의 가상 어뢰를 적중시키며 '퍼펙트 장보고'란 칭호를 얻은 바 있다. 사진=해군


우리 해군의 장보고급 잠수함들은 2000년대 들어 글로벌 방산업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미 해군을 중심으로 한 환태평양 지역의 국가들이 모두 모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 해군훈련 '림팩'에서 그야말로 막강한 성능을 뽐냈기 때문이다.

1998년 림팩훈련에 우리 해군의 잠수함 중 가장 먼저 참가했던 이종무함(6번함·해군은 4번을 쓰지 않는다)은 총 13척의 함정을 가상 격침시면서 단 한번도 레이더에 잡히지 않아 참가국들에게 큰 충격을 선사했다.

2000년에 열린 림팩에서는 박위함은 아예 주변국 모르게 진해 모함을 출발해 하와이까지 왕복 3만km를 항해해 눈길을 끌었다. 역시 총 11척의 가상 적함을 격침시켰지만, 훈련 종료 때까지 아무런 피해를 받지 않고 생존했다.

가장 큰 충격은 2004년 열린 림팩 훈련이었다. 당시에는 1번함인 장보고함이 참가했는데, 존C스테니스 항공모함을 포함한 항모전단을 상대로 40번 이상의 가상 어뢰를 명중시켜 '퍼펙트장보고'란 칭호를 받았다.

이외에도 1999년 서태평양 잠수함 구조훈련에 참가했던 이천함(2번함)은 1만2000t급 퇴역순양함 오클라호마시티를 단 한방의 어뢰로 두 동강 내 큰 충격을 선사했다.

그래서일까. 우리 해군은 2011년 해외에 잠수함을 수출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해군이 1400톤급 잠수함 3척을 2011년에 주문한 것이다. 이후 인도네시아 해군은 2019년에도 3척을 추가 주문했다.

이에 따라 우리 나라는 잠수함을 수출한 세계 5번째 국가가 됐다.

우리 해군의 209급 잠수함은 이처럼 뛰어난 건조능력과 운용력에 힘입어 잠수함 역사에도 큰 족적을 남겼다. 림팩 훈련을 함께 했던 미 해군이 이후 잠수함 운용 전략의 큰 틀을 장보고급을 기준으로 잡고 수정했기 때문이다.

아쉬운 214급 vs 우리 기술로 만든 도산안창호함


2000년대 들어 우리 해군은 두번째 잠수함 도입사업(KSS-II)에 나선다. 1차사업이 1200톤급 잠수함을 들여오는 것이 목표였다면 2차 사업에서는 더 큰 1800톤급의 214급 잠수함이 도입대상이었다. 2차 사업은 2006년 1번함인 손원일(최초 해군참모총장)함을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2차 잠수함도입사업에서 눈여겨볼 점은 214급 잠수함이 당시에는 실물이 없었다는 점이다. 당시 우리 해군이 도입을 결정한 214급은 독일에서조차 개발이 진행 중인 함정이었다. 하지만 우리 해군이 그리스와 함께 도입을 결정하면서 214급 잠수함은 개발과 동시에 건조가 진행됐다.
2009년 취역한 214급 안중근함.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2009년 취역한 214급 안중근함. 사진=뉴시스


214급의 가장 큰 특징은 덩치에 있다. 1800t급 잠수함인 만큼 길이만 65m에 달했기 때문이다.

덩치는 커졌지만 공격력은 209급과 같다. 533mm 어뢰발사관을 8개씩 달아 독일제 SUT 중어뢰는 물론, 백상어와 하푼미사일, 그리고 해성 잠대함(지상 공격도 가능) 미사일도 발사할 수 있었다.

외모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209급과 같은 원통형 선형을 가졌지만, 유선형으로 만들어진 세일 형상으로 잠함 중에 발생하는 소음을 감소시켰다.

1번함인 손원일함으로 시작된 2차 도입사업에서도 1차와 마찬가지로 총 9대의 잠수함이 도입돼 취역했다. 함명은 1번함인 손원일함을 제외하고 모두 일제강점기 시대의 항일지사들을 함명으로 도입했다.

2차 도입사업에서는 1차 사업을 독점했던 대우조선해양 대신 현대중공업이 사업의 상당부분을 가져갔다. 대우그룹이 2004년 파산하면서 채권단의 관리를 받고 있었다는 점과 방산업체들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방침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이후 큰 논란으로 이어졌다. 214급 잠수함들에서 설계 논란과 잦은 고장이 발생했기 떄문이다.
2018년 9월 대우조선해양이 자체 기술로 건조한 도산안창호함.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2018년 9월 대우조선해양이 자체 기술로 건조한 도산안창호함. 사진=뉴시스


가장 먼저 문제가 된 것은 소음논란이었다. 잠수함은 수중에서 작전에 나서는 만큼 소음 문제는 치명적이다. 하지만 214급 3척에 사용됐던 볼트의 강도가 낮아 소음이 발생하는 문제가 불거졌다. 결국 독일 기술진들이 직접 보강작업에 나섰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손원일함은 2014년 수리 및 재조립 과정을 거쳐서야 취역할 수 있었다.

디젤 발전기를 통해 충전되는 연료전지의 성능도 논란이 있었다. 가동 중에 작동이 정지되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차후 대우조선해양이 테스트기간을 늘림으로써 문제가 없음을 밝혔다.

이밖에도 안중근함의 프로펠러에서 균열이 발생했으며, 잠수함 평가에 참여한 영관급 인사가 퇴역 후 현대중공업에 재취업한 사실이 드러나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2010년 이후 우리 해군과 정부는 3차 잠수합 도입 사업에 나선다. 3차 사업의 가장 큰 목표는 두 가지다. 3500t급의 중형 공격형 잠수함 건조가 첫번째이며, 두번째는 우리 기술로 직접 개발한다는 점이다.

3차 도입사업의 1번 함은 잠수함 건조의 강자인 대우조선해양이 맡았다. 1번함과 2번함은 모두 대우조선이 건조하며, 3번함은 현대중공업이 건조 중이다.
대한민국 해군의 잠수함 도입 사업 제원비교. 사진=방위사업청 이미지 확대보기
대한민국 해군의 잠수함 도입 사업 제원비교. 사진=방위사업청


도산안창호함으로 명명된 1번함의 가장 큰 특징은 잠수함발사탄도유도탄(SLBM)이 탑재 가능한 수직발사체계(VLS)를 장착했다는 점이다. 1~3번함에는 6개의 셀을 갖춘 VLS가 장착되며, 4번함부터는 10개의 셀로 확대된다.

이미 취역한 도산안창호함은 지난해 7월5일 깜짝 놀랄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SLBM의 수중발사 시험에 성공한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8번째 SLBM 보유국에 올랐다.

또한 3차 잠수함 도입 사업에서는 잠수함 추친 체계를 바꾸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1~3번함의 경우에는 연료전지식인 AIP 추진체계를 탑재하는데, 4~6번함에는 리튬이온배터리를 사용하는 개량형 전지를 탑재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한편 해군은 3차 잠수함 도입 사업과 동시에 1차 사업에 도입된 장보고급 잠수함들의 성능개량 사업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209급 잠수함들의 성능을 개량해 214급 잠수함급의 성능을 내겠다는 것이다.

한국형 원잠, 진짜로 실현될까


맨손으로 시작해 잠수함을 도입해 건조하고 역설계를 통해 수출은 물론, 중형잠수함 건조까지 하게 된 해군의 마지막 목표는 '원자력잠수함'이다. 원자력발전기를 통해 잠수함을 움직이는 핵추진잠수함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 당시인 2003년 핵추진 잠수함 건조 계획을 수립했다. 프랑스의 핵추진 잠수함인 바라쿠다급을 모델로 총 3척의 원잠을 제작해 2020년 전에 실전배치하겠다는 게 목표였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1년 만에 종료됐다. 해당 계획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주변국의 반발이 본격화됐기 대문이다.

이렇게 잊혀졌던 원잠 도입 계획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핵잠은 우리에게 필요하며, 이를 위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방산업계에서는 이를 근거로 3차 잠수함 도입 사업의 마지막 잠수함들인 7~9번함을 주목하고 있다. 현재 해당 잠수함들의 추진 체계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공개된 도산안창호함의 SLBM(잠수함발사탄도유도탄) 발사모습.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8번째 SLBM 보유국에 됐다. 사진=국방과학연구소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9월 공개된 도산안창호함의 SLBM(잠수함발사탄도유도탄) 발사모습.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8번째 SLBM 보유국에 됐다. 사진=국방과학연구소


반면 조선업체 관계자들은 원자로를 사용하는 잠수함의 경우 최소 4000t급 이상이 돼야 충분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며, 원잠 도입 사업은 신규 사업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잠수함용 원자로 개발과 핵연료 조달이다. 먼저 원자로 개발과 관련 일각에서서는 두산중공업과 한전이 공동개발한 스마트원자로(SMR(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강한 수압과 극한의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새로운 형태의 원자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핵연료 조달 부분은 더 큰 문제다. 90%의 고순도 우라늄을 사용하는 미국 핵잠 수준이 안되더라도, 프랑스처럼 40% 수준의 저순도 우라늄을 연료로 확보해야 하는데, 재처리시설이 우리나라에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미원자력협정으로 인해 시설을 개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핵추진 잠수함 개발에 나서기 위해서는 원자로 개발보다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이 먼저"라며 "개정이 되면 재처리시설을 확보하거나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어 원자로 개발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