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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워치] 이제는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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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워치] 이제는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시대

이영한 지속가능과학회 회장
이영한 지속가능과학회 회장
미국 ‘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의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 미국인의 탄소 배출처는 주택 32%, 구매 자재 및 상품 26%, 교통 28%, 음식 14%이며, 주택 냉난방이 17%를 차지한다. 주택에서 탄소 배출의 주요인은 냉난방 에너지 등 에너지다. 주택 등 건축물은 세계 에너지 소비의 40%를 점유하며, 이중에서 난방용 에너지의 비중은 약 75%이다. 따라서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건축물 에너지 절약이 최우선 과제다.

체감온도 영하 10℃를 오르내리고 있는 요즘, 캠퍼스 연구실에 들어서면 영상 24℃ 내외다. 외풍이 없어, 난방장치를 가동하지 않아도 생활하기에 불편이 없다. 밤이 되면 작은 전기스토브 하나면 된다. 이 건물 옥상에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고, 외벽의 단열성능과 창호의 기밀 성능을 높인 패시브 디자인(passive design) 건물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패시브 주택의 탄소 배출량(1591kgCO₂eq/㎡·30년)은 공동주택의 0.63배, 한옥의 0.37배라고 한다. 패시브 디자인은 탄소 배출량 감축에 매우 유효하다. 이 건물은 연간 단위면적당 1차에너지 소요량이 80이상 140미만 KWh/㎡·년에 해당하여 준공되면서 ‘건축물에너지효율’ 1등급(1++)으로 인증을 받았다.

건축물에너지효율 1등급보다 에너지 성능이 더 높은 건축물은 무엇일까? 외부 에너지 공급이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자체의 에너지에 의하여 운영되는 건축물은 없을까? 꿈과 같이 얘기일 수 있겠지만, ‘제로에너지건축물(Zero Energy Building, 이하 ZEB)’이 바로 이것이다. ZEB의 기본적 개념은 건축물에서 사용 에너지량과 생산 에너지량의 합이 제로가 되는 건축물이다.

지금까지 건축물은 에너지 소비재로서 인식되어져 왔으나, 이젠, 에너지 생산 공장으로서의 건축물이 요구되고 있다. 먼저, 에너지 소비량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단열 성능과 기밀성능을 강화하고 에너지 고효율 설비를 사용하고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을 적용해야 한다. 이와 함께, 태양광이나 지열 발전이나 연료 전지 등을 활용하여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을 최대화해야 한다.

각 국가들은 곧 바로 100% ZEB를 추진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단계별 ZEB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저 에너지 수준인 ‘ZEB Ready’, 건물 내에서 일정 용도가 제로 에너지 수준인 ‘nearly ZEB’, 전체 건물의 제로 에너지 수준인 ‘Net ZEB’, 그리고 에너지 생산량이 소비량에 비해 더 많은 ‘Plus EB’ 등이 그것이다.

한국도 ZEB 인증에서 에너지 자립률에 따라서 등급제를 시행하고 있다. 에너지 자립률이란 단위면적당 1차 에너지 소비량 대비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활용하여 생산한 단위면적당 1차 에너지 생산량의 비율이다. ZEB 인증의 선결 조건은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1++이상인 건물이며, 이들 중에서 에너지 자립률(100%~20%)에 따라서 1~5등급으로 인증하고 있다.

2017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ZEB 인증제는 크게는 2020년부터는 신축 공공 건물을, 2025년부터는 신축 민간 건물을 인증 의무화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일본은 2030년까지 모든 신축 건물에 ZED을 의무화하고 있다. 유럽은 EU 에너지성능지침(EPBD)을 기준으로 2019년부터 신축 공공건물을, 2021년부터는 신축 민간건물과 공공건물의 nZED를 의무화하고 있다. EU와 일본은 한국보다 ZED 추진 강도가 더 높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하여 ZED 시대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

2021년 10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 NDC 확정에 따라서 현행 ZED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 2030년까지 2018년 탄소 총배출량 대비 40% 감축에 따라서 건물 부문에서는 2018년 대비 2030년에는 32.8% 감축, 2050년까지는 88.1% 감축해야 하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서 국토교통부는 최근에 ‘국토교통 탄소중립 로드맵’에서 신축 ZEB 의무화 대상 확대, 인증 등급 상향의 가속화 등 대책을 발표했다. 공공 신축건물부터 우선 추진하고 후속하여 민간 건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과연, 국토교통부 발표 로드맵과 같이 해서 건물 부문 2030 NDC를 달성할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

선후를 가리지 않고 동시에 추진하는 패스트 트랙 방식을 적용해도, 건물 부문의 2030 NDC 달성은 쉽지 않다. ‘선 공공건물, 후 민간 건물’해서 되겠는가? 공공건물, 민간건물을 따지지 말고, 바로 ZED로 갈 필요가 있다. 또한, 현행 ZED 대책은 신축 건물 중심이며, 재고 건물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미비하다. 국내건물 재고 총량 724만동 중에서 30년 이상인 건물이 전국적으로 37.1%이며 수도권은 27.5%, 지방은 40.8%이다. 재고 건물에 대한 ZED 대책이 없이는 2030 NDC 달성이 어렵고, 2050 탄소중립도 불가능하다고 본다. 재고 건물에 대한 그린 리모델링 등 실효적 ZED 대책이 요구된다.

ZED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 NDC 달성 과정에서 기초석의 하나이다. 정부는 공공 건물과 민간 건물 그리고 신축 건물과 재고 건물을 같은 출발선상에 놓고 각각 사정을 고려하면서 ZED Ready, nearly ZED, Net ZED, Plus ZED의 비바체(vivace) 사중주곡을 작곡하기 바란다.


이영한 지속가능과학회 회장(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