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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형에 리콜까지, 폭스바겐의 끝나지 않은 혹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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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형에 리콜까지, 폭스바겐의 끝나지 않은 혹한기

15년 발생한 배출가스 조작사건, 7년만에 '대부분 무죄' 마무리
260억원대 벌금형→11억원, 前 대표와 인증 담당 임원은 실형
대법원 선고 이틀 뒤 리콜 조치, 전체 대상 중 97%가 폭스바겐

폭스바겐그룹의 엠블럼. 세계 최대 자동차그룹 중 하나인 폭스바겐그룹은 지난 2015년 배출가스 조작에 따른 '디젤게이트'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바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
폭스바겐그룹의 엠블럼. 세계 최대 자동차그룹 중 하나인 폭스바겐그룹은 지난 2015년 배출가스 조작에 따른 '디젤게이트'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바 있다.
디젤게이트로 휘청거렸던 폭스바겐그룹의 혹한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배출가스 조작으로 인한 벌금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가운데, 국토부의 리콜명령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대법원 2부(천대엽 대법관)는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등의 협의로 기소된 폭스바겐그룹의 국내 자회사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이하 AVK)에 11억원의 벌금형을 확정했다. 또한 당시 대표이사였던 박동훈 전 AVK 사장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인증부서 책임자인 윤모씨에게 징역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어 13일에는 국토교통부가 AVK와 포르쉐코리아를 포함한 수입차 4개사에 자발적 시정조치(리콜)를 명령했다. 국토부는 리콜 이후 시정률을 고려해 과징금을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를 흔들었던 디젤게이트


폭스바겐그룹은 전세계 완성차업체 중에서 가장 많은 브랜드를 보유한 업체다. 자체브랜드인 폭스바겐을 필두로, 아우디, 포르쉐, 람보르기니, 벤틀리 등 대중적인 브랜드부터 슈퍼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브랜드를 계열로 두고 있어서다.

폭스바겐그룹은 그러나 지난 2015년 '디젤게이트'가 터지면서 세계 최고의 자동차그룹이란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폭스바겐은 2005년 '클린디젤'이라는 매연저감장치를 장착한 디젤차량들을 선보였다. 해당장치를 장착한 디젤엔진은 가솔린엔진을 장착한 자동차들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 적어 주목받았다.
환경부는 지난 2018년 4월 배출가스 조작 논란과 관련해 폭스바겐그룹 산하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AVK)와 포르쉐코리아의 불법소프프웨어 적용 차종을 공개했다.
환경부는 지난 2018년 4월 배출가스 조작 논란과 관련해 폭스바겐그룹 산하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AVK)와 포르쉐코리아의 불법소프프웨어 적용 차종을 공개했다.


하지만 폭스바겐이 선보였던 클린디젤 기술은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사기에 가까웠다. 미국의 한 교통관련 시민단체(ICCT)가 독일차량들에 대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대한 시험을 진행하면서 관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결국 해당 사건은 일파만파로 확산됐고, 폭스바겐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생산된 48만대의 차량에 대한 리콜명령과 함께 180억달러(한화 21조4000억원)의 역대급 벌금을 내야 했다.

디젤게이트로 명명된 이 사건의 여파는 국내에도 미쳤다. 2016년 7월 서울중앙지검 형사부가 폭스바겐과 아우디, 벤틀리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당시 우리 정부는 AVK에 3차례에 걸쳐 리콜 기회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AVK의 잇따른 책임회피로 인해 인증을 담당했던 환경부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2016년 8월 AVK의 32개 차종(80개 세부모델)에 대해 배출가스 및 소음성적서 위조 혐의로 인증 취소 처분을 내린 것이다.

대부분 무죄받았지만, 벌금형은 확정


AVK는 당시 "배출가스 조작을 알지 못했다"며 검찰과 환경부의 제재에 반발했다. 결국 해당 사안은 AVK법인, 인증담당 임원, 당시 대표 등이 기소되면서 법정으로 옮겨졌다.

가장 먼저 진행됐던 1심 재판에서 AVK는 대기환경보전법·관세법·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고 260억원의 벌금형이 내려졌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 대부분 무죄를 선고하면서 11억원이 벌금형을 선고했다.

2심재판부는 AVK 법인 관계자들이 폭스바겐의 클린디젤 소프트웨어 조작을 처음부터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배출가스 조작에 대한 혐의 대부분을 기각했다. 다만 폭스바겐을 비롯한 산하 브랜드들의 배출가스 및 소음성적서 서류 조작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다. 3심인 대법원 역시 2심의 판단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며 2심의 선고를 확정했다.

디젤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가장 추가 기소됐던 박동훈 AVK 전 사장은 1심에서 징역2년을 선고받은 후 2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11일 열렸던 대법원 역시 2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인증부서 책임자였던 윤모씨는 11일 대법원 선고로 인해 결국 실형을 선고받았다. 윤씨는 1심에서 징역1년형을 받은 후 2심에서 징역1년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윤씨는 대법원에 항고했지만,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2심의 결정한 대로 실형을 살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13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포르쉐코리아, BMW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등 4개 수입차업체의 차량 4247대를 대상으로 자발적 시정조치(리콜)에 나선다고 밝혔다. ⓒ 국토교통ㅂ이미지 확대보기
국토교통부는 13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포르쉐코리아, BMW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등 4개 수입차업체의 차량 4247대를 대상으로 자발적 시정조치(리콜)에 나선다고 밝혔다. ⓒ 국토교통ㅂ

선고 이틀 뒤 국토부의 대규모 리콜


디젤게이트 관련 재판이 마무리되면서 AVK는 큰 고비를 넘기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틀 뒤인 13일 AVK를 비롯해 수입차 4개사에 대한 대규모 리콜조치를 내리면서 다시 분주해졌다.

국토부는 13일 AVK, 포르쉐코리아, BMW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MBK)에서 수입한 12개 차종 4247대에서 제작결함이 발견됐다며 자발적 시정조치(리콜)에 나선다고 밝혔다.

AVK에서는 인기모델인 티구안 2.0 TDI 등 2개 차종 2355대의 결함이 발견됐다. 엔진제어장치 소프트웨어 오류와 EGR(배기가스재순환장치) 쿨러 균열에 따른 냉각수 누수로 흡기다기관의 천공발생 가능성이 제기됐다.

폭스바겐그룹의 또다른 산하브랜드인 포르쉐코리아는 파나메라 등 4개 차종 1799대가 소프트웨어 오류로 시동장치가 원동기 작동 위치에 있을 경우 TPMS(타이어 공기압 감지장치) 경고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부적합 사항이 확인됐다.

이밖에도 BMW코리아와 MBK 역시 배터리 손상에 따른 화재 위험, 연료 누유 우려 등의 결함이 발견됐다.

문제는 이번 국토부의 리콜 조치가 대부분 폭스바겐그룹 산하 차량이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실제 전체 리콜대상 중 폭스바겐 산하 브랜드 차량이 97%에 달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리콜조치는 자발적 시정조치"라며 "추후 업체들의 리콜비율(시정률)을 고려해서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