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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위기 고발한 관객참여형 렉처 퍼포먼스…선은지 김예나 공동 창작·출연의 '사랑하는 사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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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위기 고발한 관객참여형 렉처 퍼포먼스…선은지 김예나 공동 창작·출연의 '사랑하는 사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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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은지 김예나 공동 창작·출연의 '사랑하는 사람과 지구 위에서 죽음을 이야기합시다'
선은지가 이끄는 ART. SUN은 지난 12월 21일(화) 저녁 8시 22일(수) 오후 4시·8시, 서초동 ‘씨어터송’에서 ART. SUN 주최·주관, 스튜디오 나나다시 협력, 서울시·서울문화재단 후원으로 선은지 김예나 공동 창작·출연의 관객참여형 렉처 퍼포먼스 「사랑하는 사람과 지구 위에서 죽음을 이야기합시다」(이하 「사랑하는」)를 공연하였다. 무용, 이야기 서술, 생음악이 결합한 공연의 세 축은 무용가 선은지, 스토리텔러 김예나, 뮤지션 김기영이었다. 정갈한 무대와 격조의 조명도 완성도를 가져왔다.

전개될 긴 이야기에 대한 나의 극장 인상을 적는다. 낯선 것과 친밀한 것 사이에서 관객 입장이 되어보는 것도 이 공연을 이해하는 방법이었다. 연극의 4요소를 생각해낸다. 좀 낯선 공연, 처음 가본 극장은 익숙하게 귀로 들어왔던 법원의 맞은편에 있었다. 극장은 긴 계단을 내려가야 했으며, 다 내려가서는 편의시설이 없는 입구만 있었다. 문을 통과하자 그제야 아담한 소극장 무대가 ‘안정적 몰입공간이어서 공연하기에 참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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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은지 김예나 공동 창작·출연의 '사랑하는 사람과 지구 위에서 죽음을 이야기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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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관람했던 수요일 낮 시간대 공연은 만석이었다. 관객은 교양적이고 젊은 관객이 주류를 이루었다. 입구에서의 요청에 흔쾌히 순응적 적극성을 보여 주었다. 연극의 세 축이 모두 연기를 담당하고, 움직임에 가담하고, 같은 시간대에 호흡을 같이했다. 연기자 두 사람은 꼭 필요한 만큼의 대사를 했다. 희곡의 분량은 두 사람이 한 시간을 소화하기에는 과도한 분량처럼 느껴졌다. 기우를 털고 긴 대사를 김예나, 선은지는 무난히 소화해냈다.

희곡은 교양적 환경에 관한 정보, 해설로 구성되어 있었다. 연기적 주문과 상황 설명의 지문은 별로 없었다. 시간, 장소, 행동에 부합되는 오밀조밀한 대사가 연기자 반반 분담으로 상황을 대변하고 있었다. 관객들은 입장할 때 카드를 하나씩 받고 자신의 장례식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적어 내도록 부탁받는다. 쓰임의 용도는 극의 결론에 이르면 알게 된다. 극의 시종이 연결되어 있었다. 다행인 것은 관객이 무대에 나가서 악가무는 하지 않게 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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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은지 김예나 공동 창작·출연의 '사랑하는 사람과 지구 위에서 죽음을 이야기합시다'


환경 퍼포먼스에서 가장 관심을 끈 부분은 안무자이자 춤꾼인 선은지가 방대한 분량의 대사를 외우고 연극적 연기와 춤 연기를 동시에 해낸 점이다. 유창한 발화력과 어울림의 연기로 담론을 창출하고, 수많은 환경 파괴가 급박한 상황이며 지구 파괴의 주범이라고 알리는 행위는 숭고한 선행이다. 상황을 연기해내는 행위자들은 <두 번째 지구는 없다>의 저자 타일러 라쉬의 주장에 동조하면서 관객들에게 친환경적 생활을 실천하며 살아갈 것을 호소하고 있다.
「사랑하는」은 ‘관객입장’부터 행위가 시작된다. 편의상 도입: 죽음의 시작, 전개: 1. 어떻게 죽고 싶은지 혹은 어떻게 살고 싶은지 2. 계기, 파타고니아 3. 빌려쓰는 지구 4. 기후 위기의 민낯 5. 지구와 인간이라는 바이러스 6. 실패의 과정 7. 사랑이 하고 싶어. 남자? 지구? 8. 녀피 : 자연이 스스로 회복할 시간, 절정: 9. 창조 신화 10. 관계를 맺는다는 것 11.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는 것 12. Death over Dinner, 결론: ‘Imagine’으로 구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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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은지 김예나 공동 창작·출연의 '사랑하는 사람과 지구 위에서 죽음을 이야기합시다'


극의 완성도를 가져오는 커다란 한 축으로서의 음악, 도입에서 결론에 이를 때까지의 한 사람의 뮤지션이 감정을 조율해내는 악기는 장구, 싱잉볼, 핸드팬, 텅드럼, 띵샤, 오션드럼, 핸드벨, 썬더드럼, 팡기열매껍질 래틀, 핑거 심벌, 워터폴 쉐이커, 에그 쉐이커, 슬레이 벨, 슬라이드 휘슬, 트라이앵글, 방울에 이른다. 연주자의 앉은 자세에서의 움직임은 수도자의 모습이며, 인간을 포함한 멸종 동물과 지구 환경을 은근히 걱정하는 명상의 다른 표현으로 비친다.

연희자는 보통 사람들이 말하기 꺼리는 플랑크톤의 주검애서 죽음의 역사, ‘죽음’과 자신의 ‘삶’과의 관계를 고찰한다. 하루에 150종까지 지구상의 생명체가 멸종되고 운을 띄면서 오션드럼이 파도 소리를 연기하면 파타고니아의 친환경적 기업 정신과 방식(지구세 등)이 읊조려지고, 선은지의 책 춤과 김예나의 낭독이 조화를 이룬다. 지구는 빌려 쓴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4월 10일이었다. 1년 동안 3.7개의 지구를 사용하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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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은지 김예나 공동 창작·출연의 '사랑하는 사람과 지구 위에서 죽음을 이야기합시다'


2021년 UN 6차 기후보고서(IPCC)는 비상이자 재앙인 기후변화의 책임이 인간의 영향임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2013년 5차 보고서는 인간의 영향을 95%로 보았었다. 지구상에 인간이라는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한 인류는 6번째 대멸종을 피할 수 없다. 깨달음에서 시작된 나름의 지구 살리기 계획은 실패한 연애처럼 부조화와 중단을 거듭하며 실패한다. 지구별의 자연이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 한 해에 단 하루라도 인간과 자연은 휴식과 회복의 시간이 필요하다.

관계 맺기는 자연과 인간관계에 관한 키오와족 인디언 나바르 스콧 모마데이(Navarre Scott Momaday)의 시와 같다. 그것은 어쩌면 체온을 나누며 삶을 연결하는 순환의 느낌,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는 것이다. 2013년부터 마이클 헵은 저녁 식사에 사람들을 초대하여 서로 ‘죽음’을 이야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다. 죽음을 값지게 만들고 축하하는 의식으로 입장할 때 써낸 종이 카드가 저녁 식사와 요리로 식탁에 오른다. 아름다운 가상의 만찬이다.

마무리는 평화, 반전, 공존을 노래하는 존 레넌의 Imagine이 삶에 대한 감사와 죽음에 대한 경외를 담는다. 그가 꿈꾸며 노래했던 세상에 세 축 연희자가 꿈꾸는 세상이 겹쳐진다. 멸종 위기에서도 야생동물들은 먹이를 구하고, 구애하고, 번식하며 삶의 진정성을 보인다. 서은지와 김예나는 “삶과 죽음 사이에 있는 사랑을 느끼고자 한다면 반대편에 있는 다른 생명과도 모두 하나 될 수 있을 거예요.”라고 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피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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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은지 김예나 공동 창작·출연의 '사랑하는 사람과 지구 위에서 죽음을 이야기합시다'


공연에서 특별하게 눈에 띈 세 가지는 첫째, 또렷하게 구분되는 세 영역(악기가 놓여있는 뮤지션 구역, 숄이 놓여있는 예나의 밴치 구역, 책이 꼽혀있고 놋대야가 놓여 있는 은지의 구역) 이다. 둘째, 환경 파괴를 경고하는 무수한 경고와 보고서를 상징하는 책들의 존재이다. 셋째, 손을 만지거나 씻겨주면서 자연과 인간의 순환을 종교적 행위로 환치면서 환경 파괴자들의 손을 씻겨주면서 지구를 살리자는 상징의 세수식(洗手式) 이다.

선은지와 김예나는 꽉 채운 그림에서 지붕과 장식을 걷어내고 의지적 서까래를 세운다. 그것의 명문은 ‘위기의 지구를 구하자’ 이다. 이 작품은 환경 파괴에서 지구를 구하는데 필요한 환경 교과서로 기능하며, 연기자들의 미래를 내다보는 탁월한 식견으로 전국 순회의 가치를 지닌다. 그들은 한때 숲이었던 소극장에서 먼 훗날 바다가 될지도 모를 곳에서 관객과의 소통의 시간을 갖게 되었음을 소중하게 여긴다. 진한 감동을 남긴 그들의 건투를 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