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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전기트럭 시장 '크랩 모드(대각선 조향)'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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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전기트럭 시장 '크랩 모드(대각선 조향)' 뜬다

GMC 허머 EV가 대각선 조향방식으로 움직이는 모습. 앞바퀴의 조향각도에 맞춰 뒷바퀴도 대각선 방향으로 꺾여 있다. 사진=GM이미지 확대보기
GMC 허머 EV가 대각선 조향방식으로 움직이는 모습. 앞바퀴의 조향각도에 맞춰 뒷바퀴도 대각선 방향으로 꺾여 있다. 사진=GM
테슬라가 당초 올해 안에 양산에 들어갈 예정으로 야심차게 준비해왔던 차세대 전기트럭 사이버트럭의 출시가 내년으로 미뤄져 전기트럭 마니아들의 실망이 커졌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내년 처음으로 선보일 사이버트럭 양산 모델의 제원 가운데 구동 방식을 공개해 관심을 끌고 있다.

머스크 CEO는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올린 트윗에서 사이버트럭의 첫 양산 모델에 바퀴 하나마다 모터가 들어가 총 4개의 모터로 움직이는 사륜구동 방식이 적용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테슬라가 지난 2019년 처음으로 사이버트럭 시제품을 공개했을 때 밝힌 구동방식은 싱글모터로 움직이는 후륜구동, 듀얼모터로 움직이는 사륜구동, 트라이모터로 움직이는 사륜구동 등 3가지 방식이었으나 첫 번째 출시 모델에는 사륜구동 방식을 채택하겠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힌 셈이다.

그러나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 등에 따르면 사륜구동 방식보다 더 주목할 대목이 있다. 이른바 ‘크랩 모드’, 즉 게처럼 대각선으로 바퀴를 조작할 수 있는 사륜조향이 가능한 방식으로 내놓겠다고 머스크가 밝힌 부분이다.

대각선 조향 기술을 테슬라가 처음 선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에서 이 기술을 채택키로 했다는 것은 향후 전기트럭 시장에서 대각선 조향이 가능한 사륜구동 방식이 대세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머스크 “사이버트럭, 대각선 사륜구동 방식으로 출시”


머스크는 사이버트럭의 싱글모터 방식의 후륜구동은 제외하고 사륜구동 모델만 출시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전기차 블로그의 게시물에 4일 단 댓글에서 “초기 양산 모델은 모터 4개(쿼드모터)로 움직이는 사륜구동이 될 것이기 때문에 바퀴 4개를 초고속 토크(회전력)로 조향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이버트럭에 4개의 모터가 들어가는 사륜구동 방식이 적용될 계획이라는 테슬라 측의 설명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테슬라 종전에 밝힌 세가지 버전 가운데 트라이모터 사륜구동 모델의 가격이 6만9900달러(약 8300만원)였으므로 머스크가 공개한 쿼드모터 방식의 사륜구동 모델의 가격은 이보다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일렉트렉은 전했다.

머스크는 이어 더 중요한 언급을 했다. 탱크처럼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방식을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사이버트럭은 앞 바퀴와 뒷 바퀴 모두 조향이 가능한 방식이 될 것으로 탱크의 방식과는 다르고 게처럼 대각선으로 움직이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왜 대각선 조향이 중요한가


탱크처럼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방식은 최근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시가총액 기준으로 굴지의 완성차 업체들을 따돌리는 대박을 터뜨린 리비안이 최근 출시한 전기 픽업트럭 ‘R1T'와 전기 SUV ’R1S'에 적용한 사륜 조향기술.

‘탱크 회전’ 방식으로 불리는 리비안의 사륜 조향기술은 각 휠에 따로 모터가 장착되므로 차량 좌우 휠의 방향을 반대로 구동해 탱크처럼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리비안에 앞서 제너럴모터스(GM)가 지난해 공개한 오프로드용 전기 픽업트럭 'GMC 허머 EV'에 크랩 모드를 적용하면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크랩 모드는 게가 옆걸음을 걷듯 대각선으로 주행할 수 있는 사륜구동 방식이다.

GM의 '크랩모드' 홍보 영상. 사진=GM이미지 확대보기
GM의 '크랩모드' 홍보 영상. 사진=GM

내연기관차 중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신형 ‘더뉴 S클래스’에 뒷바퀴를 최대 10도까지 움직일 수 있는 후륜조향 기술이 적용됐다.

엄밀히 말하면 머스크가 언급한 사륜조향 방식은 리비안이 채택한 탱크 회전 방식이 아니라 허머 EV에 적용된 대각선 조향 방식과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대각선 조향기술이 혁신적인 기술로 이목을 끄는 이유는 차량의 회전 반경을 크게 줄일 수 있어 비좁은 구역에서 움직이는 것이 기존 구동방식보다 크게 수월해지는데다 좁은 주차 공간에서도 대각선 조향을 하면 어렵지 않게 주차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렉트렉은 “모터를 최대 3개까지 적용하는 것을 계획했던 테슬라가 장착 모터를 4개로 늘린 것은 사이버트럭의 출시가 늦어진 사이에데 리비안과 GM이 사륜조향 방식의 전기트럭을 발표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머스크는 “기술적으로 엄청난 밴드웨건 효과도 예상된다”고 덧붙여 대각선 조향기술에 대한 자신감으 피력했다. 밴드웨건 효과란 유행에 따라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현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테슬라까지 대각선 조향기술을 채택키로 결정함에 따라 이 기술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을 머스크는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