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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망하면 보험금 아닌 해지환급금만 보장받아…"예금자보호한도 올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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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망하면 보험금 아닌 해지환급금만 보장받아…"예금자보호한도 올려야"

한국개발연구원(KDI), ‘KDI 정책포럼 - 보험소비자에 대한 예금자보호제도 개선방안’ 발표
황순주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 '예금보험공사 보장 항목은 보험금이나 납부 보험료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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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가 망해도 5000만 원까지는 보험료와 보험금을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란 세간의 인식과 달리 실제로 소비자들이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은 기대에 훨씬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한국개발연구원
"보험사가 망해도 5000만 원까지는 보험료와 보험금을 보호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세간의 인식과 달리 실제 소비자들이 돌려 받게 되는 금액은 일반적 기대에 훨씬 못 미친다."

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KDI 정책포럼 - 보험소비자에 대한 예금자보호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황순주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예금보험공사가 5000만 원까지 보장하는 항목은 보험금이나 납부 보험료가 아닌 해지환급금이다”고 강조했다. 실제, 보장성보험의 경우 주된 목적이 위험 보장이므로 일반적으로 보험금이 가장 많고, 그다음이 납입한 보험료 총액이다. 해지환급금이 가장 적다. 특히 2019년과 지난해 연간 400만 건 이상 판매된 '무해지·저해지 환급형 보험'은 해지환급금이 아예 없거나 적게 설계돼 있다.

황 연구위원은 “무해지·저해지 보험은 예금자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가입자 대다수가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보험에 가입한다”고 꼬집었다.

예금보험공사가 제시하는 안내 문구에 따르면 소비자는 1인당 5000만 원까지 ‘금융상품의 해지환급금(또는 만기 시 보험금이나 사고보험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 황 연구위원은 “주로 해지환급금을 보호하되 예외적으로 보험금을 보호할 수도 있다는 취지”라며 “보험사가 파산한 시점에 암에 걸리거나 사망하는 등 보험사 파산 시점과 사고 시점이 겹칠 때 예외적으로 보험금을 보호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고 설명했다.

정작, 지난 7~8월 보장성 보험 가입자 1200명에게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2.3%는 예금보험공사가 보험료나 보험금을 5000만 원까지 보호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었다. 또 보장성 보험 가입자의 46.2%는 보험 가입 시 미래에 보험사가 무너질 가능성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황 연구위원은 “유사시 보험금이나 보험료가 보호될 것으로 예상한 가입자는 이보다 적은 해지 환급금이 보호됨에 따라 충격과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문제는 최근들어 보험사들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데 있다. MG손해보험은 지난 6월 말 지급 여력 비율(RBC비율·97.04%)이 최소 기준치(100%)에 못 미치는 부실에 빠져 금융당국으로부터 적기시정조치(경영개선 요구)를 부과 받았다. KDB생명도 올해 상반기 당기 순이익이 1년 전보다 70%나 줄었고 여러 차례 자본 확충 시도도 모두 실패했다.

황 연구위원은 “일부 보험사가 부실에 빠진 가운데 예정대로 2023년에 새로운 국제 회계 기준(IFRS17)과 자본 규제(K-ICS)가 도입되면 다수 보험사의 자본 비율은 기준치를 밑돌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부실 요인이 표면화 돼 수조 원의 자본 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그는 “보장성 보험 소비자를 실효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예금자 보호제도의 주된 보호 대상을 보험금으로 변경하고 보장성 보험 소비자에 대한 예금자 보호 한도도 현행 5000만 원에서 상당 폭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그는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주된 보호 대상은 보험금”이라며 “국제예금자보호기구(IADI)는 전체 예금자의 90~95%를 전액 보호할 수 있는 기준을 적정 보호 한도라고 판단하는데 보호 한도가 1억 원이면 이런 기준에 대체로 부합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황순주 연구위원은 “ 은행 예금은 확정적으로 원리금을 지급하지만 보장성 보험의 경우 보험사고 발생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의 경우에 한해 보험금을 지급하므로 같은 보호 한도를 적용하는 경우 보험 소비자가 과소 보호되는 결과만 낳게 된다.”며 “ 무엇보다 보장성 보험 소비자에 대한 보호 한도를 5000만 원 규모에서 더 올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보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br0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