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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이은미 안무의 'Ask the Way(길을 묻다)'…암울한 시대의 희망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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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이은미 안무의 'Ask the Way(길을 묻다)'…암울한 시대의 희망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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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안무의 'Ask the Way(길을 묻다)'
이화여대 삼성홀, 이화발레앙상블(예술감독 신은경)의 기획공연 ‘A&Z’는 이은미 안무의 발레 「Ask the Way」(길을 묻다)를 프로그램의 가운데에 두었다. 안무가는‘시작과 마지막’사이에 있는 인간의 위상과 존재의 이유에 대해 사유한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쉼 없이 존재와 삶의 가치를 추구하며 질주한다. 시작과 끝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인간 내면의 목적과 의미 추구의 경향성을 위축·왜곡시켜왔다. 안무가는 대안으로‘더불어 삶’을 제시한다.

과학과 경제의 급격한 발달은 인간존재에 대한 질문을 점점 멀어지게 했으며, 인간은 점차 내면의 소리를 외면하면서 자신과 멀어지게 되고 정체성의 혼란과 인간소외의 병폐를 얻어 신경증으로 고통받게 되었다.‘인간을 다루는 특수 과학지식의 증가는 나름의 가치를 입증하지만, 인간 본성을 밝혀주기보다 오히려 은폐하는 경향이 있다.’라는 철학자 막스 셸러의 말처럼 과학의 발달은 인간의 존재와 정체성을 이해하고 해명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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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안무의 'Ask the Way(길을 묻다)'


과학은 인간의 한정된 측면만 다룰 뿐 전체성에 대한 이해는 없다. 인류 탄생 이래, 수천 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나는 누구인가?’를 물어왔다. 물음은 더욱 알 수 없는 어둠 속에 존재한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야기된 인간의 정체성 혼란과 소외 현상은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중요한 문제로 부각된다. 안무가는‘시작에서 끝으로 삶을 영위하는 현대인들은 마침표의 끝이 아닌 그 너머, 영원의 길을 찾기 위한 질문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A&Z’에서 &에 해당하는 「Ask the Way」는 탄생과 죽음 사이에서 고뇌하고 고통받는 인간의 현재적 삶을 구성한다. ‘자신이 가는 길이 맞는지 자신이 추구할 삶의 길로 잘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하고 고민한 이야기이다. 안무가 역시 작품의 구성을 계속해서 질문하고 고뇌하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내면의 물음을 내 안의 그림자를 통해 나타내기 위해 영상과 무용수를 배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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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안무의 'Ask the Way(길을 묻다)'


움직임과 이미지 라인, 「Ask the Way」(길을 묻다)는 전체적으로 클래식 발레가 하체의 곧은 라인을 중시하는 움직임을 사용한다. 내면의 괴로움과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이미지를 드러내기 위해 현대적 움직임을 상체로 표현하고자 압축되고 구부러지는 동작을 많이 사용한다. 움직임의 레벨을 다양하게 하여 점차 고조되는 감정선이 시각적으로 드러난다. 미지의 세상은 인간들에게 늘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인간은 믿음을 친구로 둔다.

프롤로그 : ‘alone’ ; 홀로 칠흙 같이 어두운 곳에서 보이지 않는 자기 그림자와 서 있다. 낮은 음계와 느린 템포의 음악, Redi Hasa의‘The snow’가 내면의 소리에 고민하고 고통받는 이미지를 돕는다. 프롤로그는 3장으로 이어지며 남녀의 듀엣 영상을 그림자로 정의, 한 사람의 내면의 모습을 다양하게 시각적으로 강조한다. 인간의 내면에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공존하고, 인간은 다양한 성격의 내면을 지니고 살아 간다. 내면의 다양성을 드러내는 영상, 1장의 두 무용수 또한 한 사람의 다른 내면, 또 다른 그림자로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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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안무의 'Ask the Way(길을 묻다)'


1장. ‘each’ ; 그림자를 껴안고 내 안에 숨어든다. 들킬까바 더욱 숨어 들어 간다. Redi Hasa의‘Time’이 분위기를 조성한다. 현을 튕기는 첼로 연주를 통해 바쁘게 뛰어다니는 현대인의 모습과 후반부에 고조되는 부분은 내면의 갈등을 드러낸다.

2장. ‘both’ ; 어두운 그림자는 어느새 내 옆에 서 있다. Redi Hasa의 ‘The Silence of the Trail’(흔적 없는 발길)이 침잠을 심화시킨다. 어떤 자취를 찾아 헤매는 내면의 갈등과 혼란이 드러난다. 영상은 길을 찾는 현대인들의 혼란과 두려움은 동굴과 숲길을 헤매는 듯한 이미지로 표현한다. 세 개의 사각 프레임에 실 커튼을 늘어트린 세트는 인간 내면의 방을 나타낸다. 계속해서 이 방으로 숨고 나가기를 두려워하는 모습을 통해 현대인의 답답하고 두려운 이미지를 나타낸다. 앞에 달려 있는 실 커튼을 통해 갇혀있지만 흔들리는 커튼의 유동적 이미지를 동시에 나타내어 긍정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3장. ‘with’ ; 자신과 자신의 그림자를 비추는 가느다란 빛줄기를 보며 길을 묻는다. 바흐의 칸타타 BWV 115 “Mache dich, mein Geist, bereit”(깨어너라, 내 영혼아, 준비하라) 여자의 아리아 “Bete aber auch dabei”(기도하라 지금 이 순간에도 간구하라)’가 위안의 도구가 된다. 계속해서 길을 찾아 헤매다 내면의 기도를 통해 그 빛을 따라 가는 모습이 연출된다.이 구절은 계속해서 반복해가며 희망의 고조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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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안무의 'Ask the Way(길을 묻다)'


무용수가 세트에서 나와 혼자 동작을 진행할 때 바닥의 길 조명을 계속해서 변화하게 하고, 이 조명이 마지막에는 하나의 길 조명으로 남게 함으로써 길을 찾고 헤매이다 결국 가야 할 길을 정해가는 모습을 조명을 통해 나타내었다.

출연 : 이정은, 박지현, 이은미, 영상(정수민, 최선용)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