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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GE 가전부문, 中 하이얼 품에 안긴 뒤 '승승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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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GE 가전부문, 中 하이얼 품에 안긴 뒤 '승승장구'

미국 테네시주 셀머에 소재한 GE 어플라이언스 공장. 사진=GE 어플라이언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테네시주 셀머에 소재한 GE 어플라이언스 공장. 사진=GE 어플라이언스
한때 미국 굴뚝산업의 대표주자이자 초일류 대기업으로 이름을 날렸던 제너럴일렉트릭(GE)이 기업 분할을 결정하고 이른바 ‘재벌식 경영체제’를 해체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육중한 몸덩어리의 GE를 항공 부문, 헬스케어 부문, 에너지 부문 등 3개의 별도 법인으로 오는 2024년까지 분할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밝혔기 때문. 경영체제의 분리를 통해 각 사업부문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 실적과 주가를 다함께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이다.

GE가 서로 다른 회사로 아예 분리하는 기업 분할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처음이지만 방만한 경영체제로 인한 고질적인 부실을 덜어내려는 차원에서 몸집 줄이기를 시도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GE의 백색가전 부문을 지난 2016년 6월 중국 최대 가전업체 하이얼에 54억달러(약 6조4000억원)에 매각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GE가 전구를 발명한 토머스 에디슨의 전기조명 회사를 모체로 지난 1892년 출발한 기업이란 점에서 가전부문 매각은 GE 입장에서는 뼈아픈 사건이었다. 동시에 미국 제조업을 대표했던 GE의 가전부문의 지위와 명성을 중국 기업이 과연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GE가 가전부문을 하이얼에 넘긴 지 이제 5년이 지난 시점에 실제 결과가 파악됐다. 결론은 재벌식 경영체제 속에서 성장동력을 잃어가던 GE 가전부문이 하이얼의 품에 안긴 뒤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것.

WSJ는 하이얼에 편입된 GE 가전부문의 성공사례는 기업 분할에 나선 GE의 성공 가능성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하이얼 자회사로 바뀐뒤 실적 대폭 개선


시장조사업체 트라큐라인에 따르면 이제 하이얼 자회사인 GE 어플라이언스의 미국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9월 사이 16.4%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7년 14% 선까지 내려앉았던 시장점유율이 이후 꾸준히 증가하기 시작하더니 최근 시점에는 16%를 넘어서기에 이른 것.
트라큐라인은 “이는 GE 어플라이언스가 최근 10년 사이에 낸 실적 가운데 최고 성적”이라고 설명했다.

북미시장을 기준으로 한 GE 어플라이언스의 매출 역시 지난해 100억달러(약 11조8000억원)를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GE 어플라이언스가 하이얼에 팔리기 전에 GE 계열사로서 올린 매출이 59억달러(약 7조원)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괄목할만한 성장세다.

뿐만 아니라 트라큐라인은 “이번 조사 결과 GE 어플라이언스가 삼성전자와 함께 전세계 가전 브랜드 가운데 가장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GE 어플라이언스의 시장점유율 추이. 사진=트라큐라인/WSJ
GE 어플라이언스의 시장점유율 추이. 사진=트라큐라인/WSJ

케빈 놀란 GE 어플라이언스 최고경영자(CEO)는 중국계 기업으로 변신한 뒤 실적이 크게 개선된 배경으로 ‘기업 문화’와 ‘의사결정 구조’를 꼽았다.

놀란 CEO는 WSJ와 인터뷰에서 “몸집이 비대하고 관료주의적인 조직은 시장의 변화 속도에 맞춰 기민하게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GE 계열사로 있을 때에 비해 조직 규모가 크게 줄었고 의사결정 속도도 매우 빨라졌다는 뜻이다. 그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이제는 직원들 사이에서 널리 퍼져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매각 이전부터 세탁기 사업부를 책임져온 피터 페페도 “GE 계열사였을 때는 모든 것이 GE 본사를 위주로 생각하고 직원들의 사소한 실수조차 용납하지 않는 보수적인 분위기였다”면서 “하이얼 계열사로 바뀌면서 직원들의 사기를 살려주는 방향으로 회사가 운영되는 가운데 최고 경영진의 승인 없이도 팀장들이 자율적으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의사결정 구조가 빨라졌다”고 밝혔다.

중국 자본에 넘어간 미국 브랜드


하이얼 계열사로 들어간 GE 어플라이언스가 실적 측면에서나 소비자 만족도 측면에서나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중국계 자본으로 넘어간 미국 브랜드도 여전히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비슷한 상황에 처한 기업들에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고 WSJ는 분석했다.

WSJ는 “하이얼로 넘어간 GE 어플라이언스가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면서 GE 임원진 사이에서는 3개 회사로 분할한 뒤 각 사업부문에 대한 집중력이 강화되고 고객만족도와 기업가치도 끌어올리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놀란 CEO을 비롯한 상당수 GE 어플라이언스 임원들도 WSJ와 인터뷰에서 “GE 가전부문이 중국 회사로 바뀐 뒤에도 가전 브랜드로서 GE의 이미지는 그대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하이얼에 대한 GE 가전부문의 매각 과정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그레그 피셔 루이빌 시장도 WSJ와 인터뷰에서 “미국 기업을 인수한 외국 기업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했다는 점에서 GE 어플라이언스의 경우는 성공적인 매각 사례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루이빌은 켄터키주 최대 도시로 GE 어플라이언스 본사가 위치한 곳이다.

피셔 시장은 특히 하이얼 측이 인수 뒤 GE 어플라이언스에 인력을 대거 확충하는 등 집중적으로 투자를 벌인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