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준을 비롯한 세계의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을 수습하기 위해 통화량을 줄이고 이자율은 올리는 이른바 긴축정책에 시동을 걸고 있다.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이 그 대표적인 수단이다. 미국 연준은 11월 FOMC에서 테이퍼링을 공식화했다. 내년 6월 이후에는 기준금리도 인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시중에 너무 많은 돈이 풀렸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 단계에서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은 인플레와 공급망 대란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많은 통화주의 경제학자들은 금융과 경제의 정상화로 가기 위한 유일한 선택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이 오미크론이라는 돌발적인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제대로 시행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오미크론 변이는 기존의 델파 변이보다 전파력이 훨씬 더 강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정밀조사를 해봐야 정확한 전파속도를 가늠할 수 있다면서도 현지의 보고를 토대로 최소 5배 이상의 감염률을 추정하고 있다. 또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32개 이상의 돌연변이가 발견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심각한 것은 지금까지 나와 있는 코로나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에는 제대로 듣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모더나와 화이자 등 제약 바이오사들은 오미크론 변이용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새 백신을 접종할 수 있으려면 아무리 빨라도 6개월 이상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상당기간은 코로나 백신도 없이 오미크론을 견뎌야 하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감염자가 늘어나면 경제적 셧다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시 경제가 전면 마비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미크론 셧다운으로 인한 경제적 쇼크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돈을 더 풀 수 밖에 없다.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의 속도도 늦추어야 할 지 모른다. 금융 긴축을 일단 유보하고 통화량을 추가로 늘리면 일시적으로 시장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뉴욕증시나 코스피 코스닥에 또 유동성 폭발 장세가 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유동성 공급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는 없다.돈을 푸는 만큼 인플레 폭탄은 거기에 비례해 커진다. 결국에는 훨씬 더 센 긴축을 해야하는 상황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때에는 훨씬 더 큰 고통이 따른다.
한은은 오미크론의 출현으로 사정이 크게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신종 변이 출현으로 단기적으로 연준이 비둘기파 즉 통화 완화 선호적인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통화를 더 풀고 금리도 낮추어야 하는 상황이다.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이 뉴욕증시 등 금융시장에 큰 악재였던 점을 감안할 때 오미크론의 출현으로 인한 연준의 입장 변화는 주가에 호재일 수 있다. 이 경우 공급 병목 현상과 인플레이션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일정 기간 후에는 더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긴축이 필요할 수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오미크론 사태가 엄중하지만 그래도 패닉은 아니라며 시장을 달래고 있다. 그래도 오미크론 변이는 예사롭지 않다. 블랙스완과 퍼펙트스톰의 경고 등이 나오는 이유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