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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D-2개월…"CEO에 일괄 사고책임은 비현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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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D-2개월…"CEO에 일괄 사고책임은 비현실적"

내년 1월 27일 시행…건설사들 사고예방대책에 AI·로봇·빅데이터 첨단기술 총동원
안전전담조직 신설, 예산 확대....중견건설사도 협력업체와 '안전경영 협업' 구축 분주
"1천~2천명 작업인력, 하청작업, 개인 부주의 빈발 현장특성 무시...소송 폭증할 것"

지난 3월 삼성물산 평택 건설현장 근무자들이 작업중지권 선포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삼성물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3월 삼성물산 평택 건설현장 근무자들이 작업중지권 선포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삼성물산
작업현장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2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건설사들이 앞다퉈 사업장 안전대책을 내놓고 있다.

내년 1월 27일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경영책임자 등이 재해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등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처벌 수위는 중대재해 발생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 법인은 50억 원 이하 벌금이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를 중심으로 공사장 내 사고 예방을 위해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활용하고, 안전관리업무를 전담할 조직을 신설하는 등 재해예방 시스템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되는 경영책임자의 범위와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의무 등 내용을 담은 ‘중대산업재해 관련 해설서’를 제작·배포하고 건설사에 가이드라인(지침)을 제공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일이 2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건설사들은 앞다퉈 현장 안전대책을 내놓고 있다. 안전관리 전담조직을 만들거나 관련 예산을 확대하고 있으며,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 등을 접목한 스마트 안전기술을 속속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최근 고위험 작업을 대신할 ‘액세스 플로어 시공 로봇’ 상용화에 성공, 아산 디스플레이 현장에 본격 도입했다. ‘액세스 플로어(이중바닥시스템) 공사는 하부 바닥에서 일정 높이만큼 공간을 두고 지지대를 설치 후 상부 패널을 덮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그동안 최대 6m 이상 높이에서 공사를 하는 현장이 많아 작업자 추락 등의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었다.

현대건설은 건설업계 처음으로 ‘통합 스마트 자동계측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해 작업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 시스템은 공사 중 발생할 수 있는 붕괴사고를 막기 위해 현장 가시설 구조물과 지반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통합관리하는 클라우드 기반 안전관리 플랫폼이다.

SK에코플랜트는 안전사항을 점검하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애플리케이션인 ‘안심(안전에 진심)’을 개발해 운용 중이다. 앱을 통해 현장의 모든 근로자가 당일 작업의 위험도, 팀원 현황, 안전수칙 등 주요 점검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
중견 건설사들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비해 안전관리 방안을 마련하는데 분주하다.

호반건설은 스타트업 3곳과 제휴를 맺고 ‘건설현장 안전관리시스템’ 구축을 위해 협업체제를 구축했다. 건설현장 근로자가 설정된 위험구역에 접근하거나 지정된 위치를 이탈하는 즉시 알림을 보내 사고 발생률을 낮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부건설은 대표이사 직할로 ‘안전보건경영실’을 신설해 안전보건조직을 확대하고, 안전보건경영실장에 관련 분야 전문가인 오수찬 상무를 선임했다.

반도건설은 ‘모두가 참여하는 세이프티 퍼스트(Safety First) 기업안전문화 구축’을 안전보건경영방침으로 세우고 협력사와 함께 건설현장 안전사고 예방에 주력하고 있다.

이처럼 건설업계가 건설현장 안전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는 가운데 중대재해처벌법을 보완 입법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업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보완입법 주장의 핵심은 건설 사망사고의 특성상 개개인 부주의에 따른 사고가 많은데, 사고 책임을 건설사 대표에게 몽땅 지우게 될 경우 기업경영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현장의 경우 인력이 많이 투입될 때는 하루에 1000~2000명에 이르는데다 개별 공사별 하청작업 구조여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개별현장의 안전을 일괄해 직접 챙기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처벌 수위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수많은 건설기업인들이 범법자로 전락하고, 관련 소송도 폭증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국 중대재해 발생 건설사는 물론 건설산업 자체의 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