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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여성리더의 풍부한 감정, '毒'일까 '得'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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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여성리더의 풍부한 감정, '毒'일까 '得'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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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현 3W리더십 대표
“여성리더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필자가 여성리더 대상 워크숍을 진행할 때 가장 자주 하는 단골 질문이다. 기업 문화와 참가자들의 직급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키워드는 ‘감정’이다. 장점으로는 ‘공감을 잘해준다’는 점을, 단점으로는 ‘감정 콘트롤이 안된다’는 내용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데, 장점 보다는 단점에 대한 대답이 더 많다.

여성들이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미러링’ 세포가 남성보다 더 발달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감정’은 여성들의 특징인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최근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로 ‘공감능력’이 언급되는 것을 고려해 보면, 감정은 분명 여성리더들의 좋은 자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감정’은 왜 단점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더 많은 걸까?

군대를 다녀온 남자 동료보다 빨리 팀장이 된 필자의 별명은 ‘냉장고 여인’이었다. ‘여자는 감정적이라 같이 일하기 피곤해’라는 말을 신입사원 시절부터 들었던 필자는, ‘감정적인 여자 팀장’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싶지 않아 자연스레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습관이 생겼다.

회사에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남녀를 불문하고 ‘성숙하지 않거나’, ‘논리적이지 않은’ 태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여성 관리자의 비율이 10% 미만인 회사에서 여자팀장의 약점은 더 빠르게 소문이 나기에 필자의 약점을 노출시켜 사람들의 구설수에 오르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다행히 ‘감정적이다’는이야기는 듣지 않았지만 대신 ‘감정을 너무 드러내지 않는다’는비난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스스로의 감정을 인지하고 인정하지 못했던 필자는 팀원들의 감정 역시 들여다보지 못했다. 과중한 업무나 부서간 협업으로 힘들어하는 팀원에게 ‘데드라인은 꼭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감정 관리를 잘 하는 것이라 착각했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평상시에는 친절하게 대응했던 이슈에 대해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목소리가 높아지고 상대에게 공격적인 태도로 나와 회의에 참가한 팀원과 동료들을 당황시켰다.

당시에는 팀원들이 잘 따르지 않고, 유관부서의 협조를 얻는 것이 유난히 어려웠던 이유가 ‘냉장고처럼 차가웠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시간이 한참 흐르고 관계에서 많은 시행 착오를 겪은 이후에야 ‘만만해 보일까봐’ ‘꼬투리 잡힐까’ 두려워 필자도 모르게 감정을 차단한 것이 외려 팀원들과의 신뢰와 협업의 장애물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국의 뇌과학자 다니엘 골먼(Daniel Goldman)은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량으로 EQ 즉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을 꼽았다. 자신과 타인의 감정적 반응을 잘 파악하고 다룰 수 있는 사람은 유연한 상호작용을 통해 리더십과 대인관계 능력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증명했다. 그는 감성지능을 관계에서 잘 발휘하기 위해서는 자기의 감정 파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근에는 기업에서 감정을 통해 의사결정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데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수전 데이비드(Susan David)는 ‘감정은 정보’라고 했다. 우리는 사건이나 상황이 우리의 목표를 이루는 방향으로 작용할 때 설레거나 즐거운 긍정 정서를 느끼게 된다. 반대로, 나의 목표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위험하다 느낄 때는 도망치고 싶은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감정은 이성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문제의 핵심을 더 정확히 파악하는 데 아주 유용하다. 문제 해결 방법론으로 주목받고 있는 ‘디자인 씽킹’의 첫 단계가 사용자와의 ‘공감’에서 시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용자가 문제에 대해 느끼는 감정에 진심으로 공감했을 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과의 관계, 유관부서와의 협력, 문제해결 등 감정을 잘 활용하는 것은 리더에게 매우 중요한 역량이며, 선천적으로 풍부한 감정을 지닌 여성은 이 점에서 우위에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여성들이 스스로의 강점인 ‘감정’을 표출하기에 아직 조직은 안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감정은 일에서 배제되어야 한다’는 고정관념과 ‘약점을 노출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더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감정은 수줍음이 많아서’ 편안하게 느껴지지 않으면 그 모습을 감추고 엉뚱한 데서 훼방을 놓는다고 한다. 감정이 주는 다양한 정보를 놓치는 것은 조직의 큰 손실이다. 공식 회의 중 직원들이 의사결정에 대한 느낌이 어떠한지를 확인하고, 직원들과 업무 피드백을 할 때 서로의 감정을 먼저 묻는 문화가 정착될 때 여성들의 감정이 ‘독’이 아닌 ‘득’이 될 수 있다. 또한 감정을 원하는 방향으로 잘 표현할 수 있는 감성지능 훈련 역시 여성의 감정을 진정한 리더십 무기로 만들어 줄 것이다.


송지현 3W리더십 대표(플랜비디자인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