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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소비자 위한 '스스로 수리할 권리' 돌파구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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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소비자 위한 '스스로 수리할 권리' 돌파구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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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기사가 아이폰을 수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애플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소비자의 편익을 위해 추진 중인 ‘스스로 수리할 권리 보장’에 돌파구가 열렸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업에서 구매한 제품에 대한 수리 권한을 소비자들에게도 부여하는 일명 ‘소비자의 수리권 보장을 위한(Right To Repair)’ 행정명령에 최근 서명한 것을 시작으로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제품을 수리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애플과 구글을 비롯해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고수하려는 IT 공룡들은 이에 반발해왔다. 어떤 기업에서 제품을 샀는지와 상관 없이 부품 교체나 유지 보수 등이 가능하게 될 경우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다. 제품을 만든 기업이 지정한 곳에서만 수리를 해야 하거나 제때 수리를 하지 못하고 오랜 기간 기다려야 하는 불편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애플 아이폰의 경우 문제가 생긱면 애플이 지정한 공식 서비스업체 외에서는 도움을 받을 수 없도록 현재 돼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걸림돌이 되는 더 근원적인 문제가 따로 있었다. 미국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지난 1998년 제정한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MCA) 때문이다.

DMCA는 미국의 저작권 관리 연방 기관인 미 의회도서관 산하 저작권청(USCO)이 디지털 저작물의 보호를 위해 적용하는 법률로 각종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저작권이 보호되는 디지털 창착물이 포함된 기기가 고장 날 경우 기기를 소유한 사람이 직접 수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연방 정부가 소비자의 수리권 보장을 위한 행정 조치를 내리더라도 DMCA의 이같은 금지 조항이 수정되지 않으면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할 수 없었던 것인데 USCO가 최근 문제의 조항을 손질하면서 소비자가 알아서 수리할 권리를 막는 걸림돌을 사실상 제거했다.

◇소비자가 스스로 수리할 권리 사실상 보장

27일(이하 현지시간) 온라인매체 더버지 등 외신에 따르면 USCO는 소비자가 스스로 수리할 경우에도 법적 문제를 삼지 않도록 하는 새로운 규칙을 제정하는 방안을 미 의회도서관에 보고해 최종 승인을 받았다.
USCO는 DMCA 제1201조에 규정된 디지털 창작물 저작권 침해 금지에 관한 조항에 면책 조항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소비자가 스스로 수리할 권리를 사실상 보장했다. 각종 소프트웨어가 포함된 기기가 고장 날 경우 기기를 소유한 사람이 직접 수리할 수 있는 예외조항을 신설한 것.

USCO가 DMCA 개정을 통해 소비자가 스스로 수리할 수 있도록 인정한 경우는 개선이나 수리 등을 위해 기기 상태를 변경하는 조치다.

다만 무제한적으로 폭넓게 인정한 것은 아니고 소비자가 소유한 기기의 진단, 정비, 수리를 위해 기기에 손을 대는 경우에 한정했다. 즉 적어도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PC를 비롯한 디지털 기기가 고장 나 수리를 할 경우에 업체가 지정한 공식 지정업체에 비싼 돈을 내고 맡기지 않고 일반 수리업체에 저렴한 가격으로 맡기는 것이 가능하도록 했다는 뜻이다.

미 의회도서관은 DMCA의 새 규칙이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고 일렉트로닉프런티어재단(EFF)과 아이픽스잇(iFixit)를 비롯해 문제의 조항 개정을 요청해온 소비자 보호 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USCO는 “문제의 조항 개정을 청원한 시민단체들이 개정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한 덕분에 새로운 규칙 제정에 이르게 됐다”면서 “연방 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소비자가 알아서 수리할 권리’ 보장 정책도 이번 규칙 제정을 계기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밖에 가능한 것들

아울러 USCO가 새로 제정한 규칙에 따라 동영상을 비롯한 디지털 창작물을 변경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교육적 목적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붙었지만 장애가 있는 소비자들이나 교육자들이 사용하는 동영상이나 오디오 형태의 창작물을 필요에 따라 포맷을 변경하거나 자막을 넣거나 캡션을 다는 행위 등을 디지털 저작권 침해 행위에서 예외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비디오 게임의 경우에도 장애가 있는 사용자의 경우에는 비디오 게임기를 개조하는 행위가 허용됐다.

이번 규칙 제정에 따라 학습이나 연구 차원에서 디지털 창작물이 포함된 기기를 분해하거나 변경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IT매체 기즈모도는 “USCO가 이같은 조치를 내렸다고 해서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구글,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거대 IT 기업들이 소비자들이 스스로 수리할 권리를 보장하는 쪽으로 쉽게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최소한 법적인 걸림돌은 상당히 제거됐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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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도서관 산하 저작권청(USCO)이 소비자의 자체 수리권을 보장하기 위해 최근 제정한 새로운 규칙. 사진=USCO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