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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인플레이션 공포에 글로벌 경제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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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인플레이션 공포에 글로벌 경제 '비상'

미국 내달 2일 테이퍼링 공식 발표 전망
국내 유류세 20% 인하·DSR 규제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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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비싸지는 음식료와 임대료로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세계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인플레이션 공포 속에 미국에서는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이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11월 2일과 3일 FOMC 회의를 열어 테이퍼링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부채비율 총액 증가억제 비율을 내년에 4~5%로 올해보다 2% 포인트 더 낮추고 또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금액비율에 맞춰 대출을 조이는 이른바 총부채 원리금상환 비율(DSR)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나섰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 경기부양을 위해 늘려왔던 유동성 공급을 본격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경제의 기조가 금융완화에서 긴축 쪽으로 급선회 하는 모습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 등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내년도 가계부채 증가율은 4∼5%대 수준으로 축소 조정됐다. 정부는 또 상환능력에 따른 대출 관행 정착을 위해 차주 단위 DSR 2단계 규제를 6개월 앞당겨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 이와 함께 제2금융권 풍선효과 차단을 위해 제2금융권 DSR 기준도 더 강화한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총대출액이 2억 원을 넘는 대출자로 개인별 DSR 한도 규제가 확대 적용된다. .

DSR 1단계인 지금은 규제지역 즉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그리고 조정대상지역 내 시가 6억 원이 넘는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이 있거나 신용대출 총액이 1억 원을 넘는 대출자에 대해 은행권은 40%, 비은행권은 60%의 개인별 DSR 한도가 적용되고 있다. 이를 총대출 2억 원 이상으로 그 대상을 늘리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전세대출은 올해 총량규제 예외로 인정하는 한편 내년 DSR 규제 강화 시에도 현재와 같이 DSR 적용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물가안정 유도를 위해 유류세도 내린다. 더불어 민주당과 정부는 이날 '물가 대책 관련 당정 협의'에서 다음 달 12일부터 내년 4월 30일까지 6개월 동안 휘발유·경유·LPG부탄에 대한 유류세를 20% 인하하기로 뜻을 모았다. 유류세가 20% 인하되면 휘발유 1ℓ당 164원의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한다. 현재 휘발유 1ℓ를 구매할 때는 ℓ당 529원의 교통·에너지·환경세(교통세)와 138원의 주행세(교통세의 26%), 79원의 교육세(교통세의 15%) 등 약 746원의 유류세에 부가가치세(유류세의 10%)를 더해 ℓ당 820원의 세금(기타 부가세는 제외)이 붙는다.

20% 인하된 세율을 적용하면 ℓ당 세금은 656원으로 164원 내려가며, 휘발유 가격도 10월 셋째 주(10.18~22) 전국 평균 판매 가격 기준으로 1732원에서 1568원으로 9.5% 낮아지게 된다. 유류세가 20% 인하될 경우 휘발유 가격은 최대 10% 하락해 1500원대까지 내려갈 수 있다, 전국에서 휘발유 가격이 가장 높은 지역인 서울 판매 가격도 1809원에서 1645원으로 9.1% 낮아져 다시 1600원대에 진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휘발유 차량을 하루 40㎞ 운행할 경우 월 2만 원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방식을 적용할 때 경유 역시 ℓ당 116원의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하고, 판매 가격도 1530원에서 1414원으로 7.6% 내려간다.
유류세 인하 효과가 소비자들에게 나타나기에는 2주일의 시차가 있다. 석유제품이 정유공장에서 나와 저유소를 거쳐 주유소로 유통되는 과정이 통상 2주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2주는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유류세 인하 폭이 20%로 확정되면서 정부의 세수 감소 규모는 3조 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00년대 들어 총 세 차례 유류세를 인하했으며, 당시 인하율은 5·7·10·12·15%(2000년은 휘발유 5%·경유 12%)였다.

유류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가 오르면다면 그 효과는 반감될 수 있다. 국제유가는 연일 급등하고 있다. 상승폭은 유류세 인하폭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미국의 주종원유인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이날 장중 한때 배럴당 85달러선을 넘어섰다.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브렌트유 역시 1.3% 올라 배럴당 86.62달러로 뛰었다. 국제유가는 7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아 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 원유시장 안정판 역할을 했던 미 셰일석유도 이번 유가 상승기에는 공급이 크게 늘지 않고 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차익을 노리고 곧바로 생산이 늘어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던 미국 셰일석유는 바이든 대통령의 탄소배출 저감 계획 등의 여파로 투자가 대폭 줄어 증산여력이 거의 없다. 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감산 참여국들을 지칭하는 이른바 OPEC+가 월별로 하루 40만 배럴씩만 추가 생산하다는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에서 셰일가스 생산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OPEC+가 추가 증산을 하지 않는 한 국제유가 상승은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등하던 세계경제는 그야말로 인플레이션이라는 '강한 복병'과 맞닥뜨렸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스태그플레이션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경기대응과 인플레이션 방어라는 상충된 목표 사이에서 상당한 혼선이 예상된다. 각국의 정책이 어느 쪽에 무게를 두고 움직일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돈줄 조이기'가 본격화할 경우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높아질 수 있어 충격을 줄이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9월 경기선행지수(CLI)를 보면 한국은 101.8로 전월 대비 0.05% 하락했다. 경기선행지수는 가까운 장래의 경기동향을 예측하는 지표로 쓰인다. 한국이 선행지수는 여전히 기준치인 100을 웃돌고 있지만 7월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경기 전망이 어두워진 데는 원자재 수급과 물류 불안으로 인한 제조업 기업 심리가 얼어붙은 탓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경기를 끌어올린 정책효과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10월 제조업 재고율은 전월 대비 8.0%포인트 뛴 112.3%로, 지난해 5월(8.8%포인트) 이후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7일 반년 만에 '하방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기둔화는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0.03%), 일본(-0.03%), 독일(-0.02%) 등 주요국 선행지수는 뒷걸음질쳤다. 미국은 지난달 산업생산이 전월보다 1.3% 감소하며 시장 예상치(0.2%)를 크게 뛰어넘는 낙폭을 보였다.

물가 상승세로 긴축의 시간은 더 앞당겨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통화정책의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된다면 고용 회복이 지연되더라도 정상화 할 필요성이 있다"고 권고했다. 이미 한국과 노르웨이, 신흥국 중에서 브라질, 러시아 등이 금리를 올렸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신흥국의 자금유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다. 연준은 아직 금리 인상에 신중한 입장이지만, 물가 오름세가 워낙 가파른 점이 변수다. 당장 연준 내 매파(통화긴축 선호) 측에서는 예고한 2023년 이후가 아닌 내년부터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금리 인상 기조가 전 세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금융시장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각국의 저금리 의존도가 크게 높아진 만큼 조기 금리 인상 우려를 적절하게 억제하지 못할 경우 금융시장 불안이 초래될 소지가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공급망 병목 현상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내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종래 입장과는 크게 달라진 것이다. 파월 의장은 국제결제은행(BIS) 주최로 열린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전체적인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면서 "공급 부족과 높은 인플레이션은 과거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래갈 것 같다.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그러면서 연준의 자산매입 축소 즉 테이퍼링이 임박했음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연준의 테이퍼링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이르면 11월 중순부터 시작할 것이라는 당초 입장을 재확인했다. 코로나19 사태의 경기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매달 120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매입 중인 연준은 연말부터 매입 규모를 줄이기 시작해 내년 중반까지 양적완화 조치를 완전히 종료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리인상의 시기도 당초 2023년에서 2020년으로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