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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화이트데이: 부서진 결계', 결계만 부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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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화이트데이: 부서진 결계', 결계만 부순 게 아니다

IT과학부 이원용 기자
IT과학부 이원용 기자
손노리가 2001년 9월 25일 발매한 '화이트데이: 학교라는 이름의 미궁'은 당시 유행하던 '데드 스페이스', '사일런트 힐' 등 괴물과 전투하는 공포 게임과 달리 무력하게 귀신들을 피해 도망다니는 주인공을 내세우고, 귀신·부적 등 한국 색채가 우러나는 소재를 듬뿍 담은 웰메이드 공포 게임으로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자되는 게임이다.

게임 '화이트데이'는 한국 게임, 공포 게임에 대한 당시 게이머들의 편견을 깬 작품이었다. 그래서인지 원작 발매 20주년 직후인 지난 6일 개봉한 영화 '화이트데이: 부서진 결계'는 다양한 방법으로 관객의 기대감을 부수는 데 집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원작과의 차이점이었다. 자신의 부활에 집착하던 원혼은 학교 폭력 피해자로 바뀌었고, 원작 게임의 '마스코트'로 불렸던 수위는 들러리로 전락했다. 원작에선 귀신으로 나와야 했던 아주머니는 뜬금없이 영화 막판에 다른 아주머니와 나이프 파이팅을 벌이며 이야기에 대한 몰입을 깼다.

아울러 원작 게임의 중요 요소였던 귀신과 부적은 원작이 아닌 일본 게임사 캡콤 '바이오하자드'를 연상시키는 좀비들과 코나미 '캐슬바니아' 시리즈에서 본 듯한 불 타는 채찍으로 대체됐고, 구시대로 회귀한 듯한 조악한 CG나 음질은 "이런 식으로 20년전 원작을 떠올리게 할 셈인가"하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였다.

원작을 반영하지 않은 영화가 꼭 나쁜 것은 아니다. 2년 전 대만에서 나온 '반교: 디텐션'은 원작 게임을 상당히 많이 각색했음에도 짜임새 있는 이야기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반교'보다는 게임이라는 요소에 집착하다 영화 자체의 짜임새가 무너졌다는 혹평을 받은 2014년 일본 영화 '아오오니'에 가까웠다.

공포 영화를 두고 흔히 '여름이나 할로윈 한 철 장사'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게임 원작 영화 역시 '원작 팬들은 어차피 봐준다는 마음으로 대충 만들었겠지'하는 식으로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여러모로 많은 것을 깨트린 '화이트데이: 부서진 결계'는 정작 이러한 선입견을 부수지는 못할 듯 싶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