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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앞둔 라이나생명, 고용불안에 직원들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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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앞둔 라이나생명, 고용불안에 직원들 뿔났다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 배제 속 비밀리 매각 단행 ...직원들 불안과 불만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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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나생명이 처브그룹에 매각되는 가운데 직원들이 자신들은 배제된 채 이번 딜이 비밀리에 이뤄졌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사진=라이나생명
라이나생명이 처브그룹으로 매각절차를 밟는 가운데 직원들의 불만만 고조되고 있다.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모두 배제된 채 윗 선에서 비밀리에 이번 매각을 진행한 탓이다. 직원들은 '가만히 앉아 있다가 뒷 통수만 맞은 꼴이다'며 불만만 커지고 있다. 회사의 행태에 뿔난 직원들은 '고용안정 보장'과 힘께 '매각 규모에 맞는 위로금'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미국 시그나그룹은 처브그룹에 아태지역 보험사업 전체를 57억5000만 달러(약 6조9000억 원)라는 높은 가격에 매각한다. 투자업계에선 이중 라이나생명의 가치만 6조 원 수준으로 추정한다. 이는 오렌지라이프, 푸르덴셜생명의 매각가(2조~3조 원대)와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수치다.

라이나생명은 1987년 외국계 생명보험사 중 최초로 한국시장 문을 두드리며 텔레마케팅(TM) 채널 중심으로 영업을 펼쳐왔다. 지난 7월 기준 누적 순이익만 1651억 원으로 국내에선 삼성, 한화, 교보 등 빅3 보험사에 이은 네 번째 높은 수준이다. 그동안 라이나생명은 연간 3000억 원 이상의 당기 순이익을 올리고 이중 절반을 그룹에 배당해 왔다. 지난해 기준 총자산수익률(ROA)은 7.27%로 생보사 중 1위다. 2위인 푸르덴셜생명이 1.03%, 다른 생보사들의 ROA 평균이 0.36%란 점을 고려하면 독보적으로 높다.

조지은 라이나생명 대표는 지난 8일 타운홀미팅을 열고 직원들에게 시그나그룹의 매각 결정 사실을 알리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갑작스런 매각 소식에 직원들의 배신감과 허탈감도 컸다. 직원들은 시그나로부터 고용승계 관련 향후 보장에 대한 어떠한 이야기도 전해 듣지 못했으며 매각위로금도 본사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성토했다. 급기야 직원들은 노동조합 설립도 고심하고 있다.
매각 소식과 함께 구조조정 이슈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KB금융그룹에 인수된 후 창사 이래 30년 만에 첫 희망 퇴직을 단행한 푸르덴셜의 경우도 있다 보니 직원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이번 매각 관련 전혀 들은 것이 없다”며 “지금이라도 직원들의 요구를 듣고 취합해 시그나에 전달하며 협상해 나가겠다. 하지만 시그나쪽에서 이를 받아들일지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그룹 차원에서 직원들을 무시하고 있다. 고용보장에 대한 언급도 전혀 없는 실정이다. 벌써 이직부터 알아보고 떠날 준비를 서두르는 직원들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이슈가 불거지는 가운데 직원들의 무더기 이탈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번 매각에 불만을 가진 직원들이 모두 빠져나갈 경우 처브그룹이 라이나생명을 거금까지 들여 비싼 가격에 산 의미가 과연 있겠냐는 회의론까지 나오고 있다.

직원들은 그동안 회사가 표방해 왔던 디지털손해보험사 설립 관련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디지털손보사 설립을 회사가 언급한 데는 매각설을 일시적으로나마 잠재우고 매각 가격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던진 일종의 꼼수로 본다. 실제, 라이나생명은 지난해부터 잠재적 매물로 거론됐다. 덩달아 매각설도 있었다. 하지만 시그나그룹이 한국에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을 표방하고 지난 6월 법무법인 태평양을 법률자문사로 선임하는 등 설립 절차에 들어가면서 매각설은 잠잠해 졌다.

하지만 이번에 갑작스럽게 매각이 결정되면서 디지털 손보사 설립은 무산될 전망이다. 처브그룹은 국내에 처브라이프생명과 에이스손해보험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처브그룹이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위해 자본을 들여야 할 필요가 사라졌다고 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처브그룹으로 팔리는 라이나생명이 디지털 손보사를 설립한다며 지난 7월에 인력까지 충원했지만 결국 회사가 매각되면서 이들의 업무가 모두 무용지물이 됐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한탄했다.


이보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br0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