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C랩' 과제 5개 스타트업 면면 살펴보니

삼성전자가 14일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 인사이드’의 하반기 우수 과제 5개를 선정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지원하는 국내 스타트업 면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랩 인사이드는 삼성전자가 창의적 조직 문화를 확산하고 임직원들의 혁신 아이디어를 발굴한 후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2012년 12월 도입한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339개 과제에 임직원 1395명이 참여했다.
C랩 인사이드 과제로 선정되면 1년 간 현업을 떠나 아이디어 발굴에 몰두할 수 있도록 독립된 연구 공간과 함께 연구비, 과제 운영 자율권 등을 지원 받는다. 과제 결과물이 사내에서 각종 사업에 활용되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받는다.

특히 사업성이 큰 과제들은 스타트업 창업을 지원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분사한 스타트업들은 삼성전자로부터 초기 사업자금을 투자 형태로 지원 받고 판로 개척과 해외 시장 진출 관련 도움을 받는다.

임직원 창업자들은 퇴직금은 물론 창업 초기 안정적 정착을 위한 창업지원금을 받는다. 또한 분사 이후 본인이 희망하면 5년내 재입사 기회를 부여하는 등 기업가정신을 가진 젊은 직원들의 스타트업 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번에 독립하는 5개 스타트업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 판독 솔루션 '디아비전', 무인매장 혁신 솔루션 '치즈에이드', 인공지능(AI) 댄스 게임 플랫폼 '구스랩', 홈브루잉 솔루션 '부즈앤버즈', 기능성 깔창 제작 솔루션 '로고스 바이오일렉트로닉스' 등이다.

이들 스타트업은 지난 1년 간 삼성전자 지원 아래 아이디어 구체화와 시제품 제작 과정을 거쳤고 앞으로 3개월 동안 법무, 세무, 투자 등 창업 실무 교육과 법인 설립 준비와 사업 계획을 구체화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지원 받는다.


디아비전은 지난 해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정확하고 빠른 신속 진단키트 수요가 급증한 점에 주목했다. 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는 누구나 쉽게 사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감염 여부를 육안으로 판별하다 보니 결과가 흐릿하게 나타나면 오판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정확한 판독을 위해 검사 장비를 함께 배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가격이 비싸고 사용법이 복잡해 가정이나 소규모 병∙의원, 약국 등에서 보유하기 어렵다. '디아비전'은 이 문제를 스마트폰과 이미지 분석 기술로 해결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진단 키트 결과를 촬영하면 자체 개발한 디지털신호처리 기술을 이용한 이미지 분석을 통해 바이러스 양을 수치화해 육안으로 구분이 어려운 경우까지 판별이 가능하다.

국내 의료기관 임상시험 결과 기존 육안 판별 보다 정확도(민감도, 특이도)가 훨씬 높은 것으로 검증됐다. 디아비전의 솔루션은 코로나19 진단 뿐만 아니라 백신 접종 이후 항체 생성 여부를 확인하는 중화항체 진단 키트에도 적용할 수 있어 분사 이전부터 진단키트 제조사 등 바이오 업계에서 협력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골목상권 살리기' 위한 무인 스마트 매장 혁신 솔루션

치즈에이드는 소자본 무인 매장 부담을 줄여주는 가시광 통신(LiFi) 기반의 무인 매장 혁신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 솔루션은 기존 매장내 키오스크(무인 판매대)나 조명에 간단하게 부착하는 송신장치와 수신용 스마트폰 앱으로 이뤄졌다.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앱만 켜면 조명을 통해 제품 정보부터 주문까지 한번에 이용할 수 있다. 구스랩은 댄스 경력 14년차인 휴대폰 UX(사용자경험) 디자이너와 사내 인공지능(AI)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동작 인식 기술 기반의 AI 댄스 학습 플랫폼을 만들었다. 구스랩의 댄스 학습 플랫폼은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카메라를 활용해 사용자 춤 동작을 인식해 피드백을 제공한다.

고객은 매장에서 스마트폰 앱을 켜면 조명을 통해 제품 정보부터 주문까지 한번에 이용할 수 있다.

치즈에이드 관계자은 "코로나19 이후 소자본 무인 매장 창업이 급속도로 늘고 있지만 키오스크, 매장 보안과 운영 비용 부담 등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 며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신규 기능 추가를 통해 골목상권 소상공인들이 저비용 고효율로 무인 매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댄스 경력 14년차인 휴대폰 UX(사용자경험) 디자이너와 사내 AI 전문가들이 설립한 '구스랩'은 C랩 기간 동안 동작인식 기술 기반의 AI 댄스 학습 플랫폼을 개발했다.

평소 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컸던 이들은 코로나19 이후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에서 참여형 댄스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집에서 혼자 춤을 따라 배울 때 동작 설명이 없고 피드백이 없어 틀린 동작이 어느 부분인지 모르겠다는 어려움에 주목했다.

구스랩 댄스 학습 플랫폼은 AI 비전 기술을 활용해 콘솔 등 별도 기기 없이 모바일 기기나 노트북 카메라만으로 사용자 춤 동작을 인식하고 분석해 피드백을 제공한다.

구스랩은 이 기술을 활용해 전세계 사람들과 함께 아바타 댄스 배틀을 할 수 있는 댄스 게임 플랫폼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구스랩은 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누구나 게임을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나만의 '홈브루잉'으로 '홈술' 즐기는 솔루션

부즈앤버즈는 이탈리아 10년 거주에 여러 홈브루잉 국제대회 수상 경력이 있는 삼성전자 모바일 UX 디자이너와 모바일 기구 개발 전문가가 뜻을 모아 홈브루잉 솔루션을 개발했다.

기존 3주 가량 걸리던 양조 기간을 7일 이내로 줄이고 제품 크기도 축소해 재료 키트만 넣어주면 누구나 쉽게 나만의 취향을 반영한 술을 만들 수 있다. 전용 앱을 통해 제작과정 모니터링과 조절이 가능하며 맥주, 막걸리, 스파클링 와인, 벌꿀 술 등 다양한 종류의 발효 술을 만들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향후 원하는 재료를 선택해 나만의 술 키트를 주문할 수 있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부즈앤버즈는 코로나19 이후 홈 기반 라이프 스타일이 확산되는 트렌드에 발맞추어 홈브루잉 문화를 선도하는 것이 목표이다.



로고스 바이오일렉트로닉스는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걷기 열풍'이 불고 있지만 전 인구의 10~20%는 발 모양이 변형돼 걷기가 불편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개인 맞춤형 족부 보조기(기능성 깔창) 제작 솔루션을 개발했다.

전 세계 족부 보조기 시장은 약 3조5000억 원으로 매년 6% 이상 성장한다. 족부 보조기를 제작하려면 병원 방문 검사 등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데 이를 센서가 달린 깔창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개인 맞춤형 족부 보조기 형태를 추출하는 엔진으로 해결했다.

팀에서 개발한 센서 깔창을 신발에 넣고 걸으면 AI 알고리즘으로 사용자 보행 자세와 발 모양 등을 진단한다. 진단 결과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작된 족부 보조기는 기존 제품보다 싼 값에 온라인에서 쉽게 주문할 수 있다.

◇C랩 인사이드, 57개 우수 스타트업 배출, 일자리 470개 창출

삼성전자는 지난 6년간 총 300억 원을 투자해 스타트업 57곳의 분사 창업을 지원했다. 이를 통해 470여 개 일자리도 창출했다. 이 스타트업들이 외부에서 가치를 인정받아 후속 투자를 유치한 금액은 총 1000억 원을 넘었으며전체 기업가치도 5200억 원을 돌파했다.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도전하는데 큰 박수를 보낸다”며 “C랩을 발판으로 미래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혁신 스타트업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한현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amsa091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