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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뉴욕증시 스태그플레이션, 공급망 붕괴 그리고 국제유가 에너지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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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뉴욕증시 스태그플레이션, 공급망 붕괴 그리고 국제유가 에너지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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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전력 부족으로 정전 사태가 빚어지면서 10여 개 성(省) 지역에서 전력 사용 제한 조치가 내려졌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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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의 한 주유소 입구에 기름 부족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자가 스멀스멀 다가오고 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경제 불황 속에서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상태이다.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신조어인 셈이다. 스태그플레이션 중에서도 증세가 특히 심한 것을 슬럼프플레이션(slumpflation)으로 부른다

전통적인 경제 이론에 따르면 고용(또는 실물경제 경기)과 물가는 정반대의 역함수 관계를 갖는다. 고용을 늘리거나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을 펴면 물가 안정이 흔들린다. 반대로 물가안정 위주의 정책에 올 인하면 실물경제의 경기가 꺼진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물가와 고용(또는 경기)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없는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비유한다. 거꾸로 말하면 물가 가 오르면 다른 정책을 별도로 내지 않아도 경기는 살아날 수 있다. 고용이 줄거나 실물경제 경기가 후퇴하면 물가도 저절로 안정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성장과 물가의 역함수 관계는 인류 역사상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이를 경제학의 법칙으로 까지 승화시킨 이는 뉴질랜드 태생의 영국인 경제학자 윌리엄 필립스(William Phillips)이다. 필립스는 1861년에서 1957년 사이 영국의 자료를 분석하여 명목 임금 상승률과 실업률간에 완벽한 상충 관계가 있음을 확인해 냈다. 이를 그림으로 표시한 것이 흔히 말하는 필립스 곡선이다. 필립스곡선 이론에 따르면 적어도 인플레와 경기침체는 함께 오지 않는다. 필립스 곡선은 오랫동안 경제학의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코로나 펜데믹을 거치면서 그동안 금과옥조 여겨왔던 필립스곡선의 이론도 흔들리고 있다. 물가가 연일 오르고 있는데 그 와중에 실물경제의 경기는 오히려 꺼지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돌연변이가 생겨난 것이다.
코로나가 창궐하기 시작하던 2020년 초반부터 세계 각국은 돈을 풀었다. 유동성 공급을 늘려 코로나로 인해 꺼져가던 경기를 인위적으로 살린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 지수가 크게 높아졌다. 이러한 물가폭등을 견제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대책은 통화량을 줄이고 금리를 올리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긴축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필립스곡선의 이론이 맞아 떨어져야한다. 물가가 오를 때 실물경제 경기도 과열된다는 필립스 곡선 상황에서는 긴축정책으로 물가를 안정시키면서 과열경기도 진정시킬 수가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인플레와 경기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금리인상이나 통화량 감축과 같은 긴축 정책을 함부로 펴기 어렵다. 물가를 잡겠다며 섣부르게 긴축을 했다가는 실물경제를 아주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무서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경기침체 속 인플레 상황 속에서는 이를 시정할 수단이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

경제학자들이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개념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베트남 전쟁 때부터 이다.미국은 1964년 이른바 통킹만 사건을 계기로 베트남 전에 참전했다. 여기에 비용을 퍼부으면서 재정적자가 눈덩이로 늘어났다. 미국 달러의 가치도 폭락했다. 인플레와 경기 침체가 함께 나타나면서 세계 경제에 큰 고통이 왔다. 결국 미국 닉슨 대통령은 1971년 금태환 불능 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달러를 세계의 기축통화로 만드는 데 기본 전제가 되었던 것이 달러를 언제든지 금으로 바꿔주는 금태환이다. 미국이 금태환 약속을 포기하면서 달러를 기축통화로 한 세계의 금융질서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 금융 붕괴 속에 지구촌의 돈이 달러 대신 석유로 몰리면서 오일쇼크가 왔다. 국제유가가 한꺼번에 10배 이상 폭등한 것이다. 국제유가의 폭등은 기업의 제조원가와 생산비를 크게 올렸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기업이 도산했다. 실업자가 쏟아졌다.

오쇼크상황에서는 경기가 추락하는 상황에서 물가가 폭등하는 이상 현상이 생겨났다. 국제유가의 이상 급등이 물가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경기하락으로 수요가 줄어도 그 속도보다 국제유가로 인한 기업의 원가폭등과 그로 인한 가격상승 효과가 더 컸다.60년대 말부터 중동국가들이 석유를 자원무기화 하면서 공급을 줄이기 시작했다. 국제유가 급등 와중에 미국의 금태환 포기 선언까지 겹치면서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경기는 최악이었다. 실업률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데 물가는 오일쇼크 때문에 계속 올라갔다. 상품의 수요가 늘어나서 물가가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석유가격으로 인한 비용증가가 물가상승으로 이어졌다. 수요는 없지만 비용이나 다른 요인들에 의해서 물가가 상승했다. 물가상승으로 수요가 더욱 줄어드는 이상한 불황이 야기된 것이다. 60년대 말 부터 80년대 초까지 무려 20여년동안 지속되었던 스태그플레이션는 이후 기술혁신에 따른 생산성의 증대로 간신히 수습됐다. 그 고통의 댓가는 실로 컸다.
그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다시 엄습하고 있다.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 전조현상은 에너지 가격 폭등과 공급망 붕괴에서 연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는 상승하지만 세계 경제의 한 축인 중국이 전력난에 빠지면서 경제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동차용 반도체 부품 등 일부 제품의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에너지 가격 급등 발단이 된 것은 중국의 전력난이다. 중국의 31개성 중 20여개성에서 전력 공급이 제한됐다. 시멘트, 알루미늄, 철강 공장 뿐만 아니라 전기전자, 섬유, 식품 공장까지 중단됐다. 화력 발전이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석탄 가격이 급등하고 탈탄소 정책으로 지방 정부가 전력 사용량을 엄격하게 제한한 탓이다. 중국은 전체 전력의 70%를 석탄에 의지하고 있는데 석탄 가격이 오르면서 발전 원가가 판매 가격보다 비싸지자 일부 화력 발전소는 가동을 중단했다.

뉴욕증시의 투자은행들은 중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하향 조정에 나섰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8.2%에서 7.8%로 하향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8.2%에서 7.7%로 내렸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올해 GDP 성장률도 5.7%에서 5.6%로 내년 전망치는 4.4%에서 4%로 낮췄다. 유럽에서도 에너지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탄소 중립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체에너지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80.52달러를 넘어섰다. 천연가스도 연일 고공행진이다.

물론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일시적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공급망 차질은 코로나 방역이 풀리면 단계적으로 해소될 수도 있다. 글로벌 경제 지표는 탄탄한 상황이다. 미국 고용지표가 최근 2개월 연속 부진했지만 2014년 테이퍼링 시작 당시(실업률 6.6%)에 비하면 9월 실업률은 4.8%로 크게 떨어졌다. 우리나라 수출도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관세청이 발표한 10월1~10일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5% 증가했다. 하루 평균 수출액은 33.8% 증가를 기록했다. 반도체가 22% 늘었고 승용차(51.5%), 무선통신기기(13.4%), 자동차 부품(31.1%) 등도 크게 늘었다. 전세계 백신 접종률이 상승하면서 위드코로나로 내수 시장이 살아날 지도 주목할 점이다. 영국, 유로존 등 주요 선진국들의 2차 접종률은 60%를 넘어섰고 우리나라도 56.9%에 달하고 있다. 그래도 유비무환의 자세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