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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외국인 배불리는 부동산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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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외국인 배불리는 부동산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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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수 산업2부 차장.
‘내 집 마련’을 희망하는 주택 실수요자들이 정부의 ‘겹겹이’ 부동산 규제에 발목이 묶여 있는 틈에 외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매수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중국인 A(33)씨는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23평형(전용면적 407.96㎡)을 89억 원에 사들였다. 문제는 A씨가 주택 매수자금 전액을 은행 대출로 마련했다는 점이다. A씨가 강남구청에 제출한 자금조달계획서에는 매수금 89억 원을 전액 대출로 조달했다고 명시됐다.

정부는 지난 2017년 이후 집값 안정을 위해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투기과열지구에선 LTV 40%를, 9억 원 초과 아파트에는 9억 원 초과분에 LTV 20%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은 자국 또는 글로벌 은행의 통로를 이용해 국내 부동산에 투자할 경우 LTV나 DTI(총부채상환비율)의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정부가 가계 대출의 고삐를 죄고 있는 가운데 ‘국내 규제 치외법권’을 누리는 외국인들이 국내 고가주택들을 쓸어 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인의 국내 주택매수 건수는 지난 2016년 5713건에서 지난해 8756건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도 지난 7월까지 매수 5135건으로 집계돼 전체 건수에서 지난해를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사태에도 우리 금융당국은 외국인의 주택매수를 규제할 방법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국회에서 외국인 부동산 투기를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됐으나, 상호주의에 위배된다는 등의 이유로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출 규제와 집값 폭등으로 국내 실수요자들은 집을 살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전세값이 올라갈 수 있다는 불안감, 이사 갈 집을 또 구해야 한다는 압박에 벗어나기 위해 내 집 마련을 꿈꾸지만 현실은 너무나 멀고 버겁다.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쇼핑을 규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점유율과 투기성 매수가 늘어나고 있는 반면, 정작 우리 국민들은 내집 마련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역차별을 받는다는 점에서 외국인 주택 매입을 합리적으로 제한하는 법안이 필요해 보인다. 부동산시장 안정뿐 아니라 국민 주거권 보장의 공정함을 실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