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시중은행 가계대출 한계치 육박

공유
0

시중은행 가계대출 한계치 육박

하반기 수익 축소 우려 커져
금융당국, 가계부채 관리 추가 방안 고려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확대되고 있다. 사진=각사이미지 확대보기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확대되고 있다. 사진=각사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금융당국의 관리 목표치에 육박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금융당국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인 5~6%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하반기 대출 영업을 중단하면서 수익이 악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 마련 등에 나선 실수요자들이 제2금융권으로 몰려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가계대출 관리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대출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만만치 않다.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이달 16일 기준으로 4.69%를 기록했다. 은행별로는 NH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은 5%를 넘겼다. 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7.38%, 하나은행은 5.04%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하면서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5~6% 내외로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2022년까지 가계부채 증가율을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인 4%대로 복원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율 관리 목표치를 설정하면서 시중은행들은 대출 증가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NH농협은행은 지난 8월 24일부터 11월 말까지 가계를 대상으로 하는 주택담보 대출 신규 취급을 중단하고 있다. 기존 대출 증액이나 재약정도 취급하지 않으며 전세자금 대출과 비대면 담보대출, 아파트 집단대출도 이 기간 모두 중단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대출 증가율이 높아지면서 일부 대출을 중단하는 등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의 일부 대출이 중단되자 이 같은 대출 관리 방안이 다른 은행으로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KB국민은행은 29일부터 전세 대출을 일부 제한하면서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에 나선다. KB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지난 7월 말 2.58%에서 8월 말 3.62%로 상승했다. 지난 23일 기준으로는 4.31%로 더 뛰었다. 금융당국의 목표치 5~6%는 밑돌고 있지만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KB국민은행은 전세자금 대출 한도를 축소하기로 했다. 가계대출 중 전세자금 대출의 증가율이 특히 높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전셋값 인상분에 대해서만 대출을 할 예정으로 있다. 기존에는 임차보증금이 80% 한도에서 대출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증액분을 넘어서는 대출이 불가능해진다. 4억 원에서 6억 원으로 2억 원 인상될 경우 2억 원 한도 내에서만 대출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또 집단대출 중 입주 잔금대출의 담보 기준도 KB시세 또는 감정가액에서 분양가격, KB시세, 감정가액 중 최저금액으로 변경된다. 분양금액은 시세보다 낮아 한도가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은행도 가계대출 증가율이 높게 나타나면서 10월부터는 일부 대출 상품 취급을 중단한다. 하나은행은 10월 1일부터 모기지신용보험(MCI), 모기지신용보증(MCG) 일부 대출 상품의 취급을 한시 제한할 예정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부 은행의 대출이 중단되면서 대출 수요가 다른 은행에 몰릴 수 있다"면서 "이 경우 대출 증가율이 높아져 한계치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연쇄 대출 중단도 우려되면서 시중은행의 하반기 수익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의 주 수익원은 대출이지만 이를 중단한다면 그만큼 수익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는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27일 '경제·금융시장 전문가들과의 간담회'에서 "우리 경제, 금융시장의 가장 큰 잠재 리스크인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강도 높게 대응해 나가겠다"면서 "총량 관리의 시계를 내년 이후까지 확장하고 대책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강도 높은 조치를 지속 시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고승범 위원장은 또 "직면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가 오랜 기간 누적 확대돼 온 만큼 그 관성을 되돌리는 과정이 불편하고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면서 "일관된 정책 의지를 가지고 선제적으로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제금융시장 전문가들도 가계대출 확대에 우려를 표하면서 관리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센터장은 "가계부채의 GDP 대비 규모, 증가속도가 세계 최상위권이며 자산가격과 가계부채 간 인과관계 등을 고려할 때 가계 부실과 자산가격 리스크가 경제의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대처가 시급하다"면서 "국민경제 규모와 기초여건에 부합한 수준으로 부채 총량과 속도를 조절하고 차주의 상환능력 범위 내 대출 관행의 정착, 규제차이 해소를 통한 풍선효과 차단과 부채의 질 관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GDP 대비 규모는 2008년 74.4%에서 2021년 1분기 107.6%로 33.2%포인트 급증했다. 같은 기간 선진국은 76.1%에서 81%로 4.9%포인트 상승했다.

김영일 NICE평가정보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전세 대출 등이 가계부채 증가를 주도하고 있어 가계부채 연착륙 방안 마련을 위해 전세 대출 증가 요인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전셋값 증가, 각종 차입 여건 개선뿐 아니라 임차인의 레버리지 확대 수단으로 전세 대출이 활용되었을 가능성도 있을 수 있으며 가계대출 관련, 향후 정책 기조 전환할 때 취약차주 부실 위험 증가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관리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가계부채 관리 보완책에 대출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보완책은 국정감사가 끝난 후 발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백상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si@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