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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영국이 ‘탄산음료 대란’ 위기 처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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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영국이 ‘탄산음료 대란’ 위기 처한 이유

영국 소프트드링크협회(BSDA)의 CO2 수급 문제 관련 성명. 사진=BSDA이미지 확대보기
영국 소프트드링크협회(BSDA)의 CO2 수급 문제 관련 성명. 사진=BSDA

영국의 탄산음료 제조업계를 대변하는 소프트드링크협회(BSDA)가 이례적인 내용의 성명을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했다.

자신들이 보유한 탄산가스(CO2) 재고가 바닥나게 생겼으니 영국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호소하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긴급한 조치가 없으면 탄산음료 생산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인식한 영국 정부는 당장 급한 불부터 끄는 조치에 들어갔다. 그러나 수급 불안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천연가스 가격 급등과 CO2 대란


22일 폭스뉴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BSDA는 이 성명에서 “전 세계적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은 여파로 CO2 수급이 매우 불안한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톡 쏘는 맛을 내는 탄산음료는 CO2를 이용해 만들어지는데 CO2는 암모니아 생산 과정에서 얻어지는 부산물이고 암모니아는 천연가스를 이용해 만들어진다.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결과적으로 탄산음료 생산에도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게 BSDA의 설명이다.

영국에서 CO2 부족 사태가 일어나게 된 가장 직접적인 배경은 영국에서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대규모 비료 제조업체 두곳이 천연가스 급등으로 최근 조업을 무기한 중단했기 때문이다. CO2 공급량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두 업체가 공장을 멈추니 탄산음료 제조업체를 비롯한 관련업계에서는 CO2 수급에 비상이 걸린 것.

BSDA는 “일부 업체들에서는 CO2 재고가 며칠 분량 밖에 남지 않은데다 CO2 공급업체들이 24시간 후 공급 가능 여부에 대해 확실히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다른 대책이 없는 한 재고분이 바닥나는 것은 시간 문제가 된 상황”이라면서 “CO2 공급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재고가 소진되면 우리로서도 탄산음료 생산을 중단하는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따라서 BSDA는 다가오는 성탄절 시즌에 영국 시중에서 탄산음료가 바닥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개입해 CO2 공급원이지만 자력으로는 금명간 생산 재개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영국내 비료 제조업체들에 대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CO2 대란


CNN에 따르면 BSDA를 비롯한 관련업계의 긴급한 호소에 놀란 영국 정부도 일단 긴급 조치에 나섰다.

미국의 다국적 비료 제조업체이자 암모니아 생산업체인 CF인더스트리즈에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을 21일 발표한 것. BSDA의 성명이 나온지 하루 만의 일이다.

CF인더스트리즌 BSDA가 언급한 영국내 주요 비료업체 가운데 하나로 암모니아 공장 2개를 영국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영국에 공급되는 식용 CO2의 약 60%를 책임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3주간의 공장 운영비를 지원하기 위해 제한적인 규모의 보조금을 CF인더스트리즈에 제공키로 했다”고만 밝혔으나 CNN에 따르면 수백만 파운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암모니아 생산을 재개하는 것이 지원 조건이다.

CF인더스트리즈도 영국 정부의 발표 뒤 낸 성명에서 “앞으로 수일 내에 영국 공장의 조업이 재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영국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급한 불을 끄는 성격의 한시적인 조치여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3주 뒤 천연가스 가격이 안정되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토니 윌 CF인더스트리즈 최고경영자(CEO)는 “CO2 수급 불안에 대한 장기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영국 정부와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