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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파업 '일단 유보'...국비보전·구조조정 '불씨'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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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파업 '일단 유보'...국비보전·구조조정 '불씨' 그대로

서울교통공사 노사, 13일 밤 극적 합의...강제적 구조조정 철회, 노사공동협의체 구성키로
'무임수송 국비보전' 둘러싸고 정부·서울시 '떠넘기기' 그대로...노조 "정부·서울시가 화답할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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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 김상범 사장(왼쪽)과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김대훈 위원장(오른쪽)이 13일 밤 임금·단체협상에 합의한 후 악수하고 있다. 사진=서울교통공사
14일로 예고됐던 서울 지하철 파업이 노사 합의로 '일단 유보'됐다. 그러나 파업 선언의 배경이 됐던 근본 문제들이 여전히 그대로 남아있어 추석 이후 노사의 행보와 정부·서울시의 태도가 주목된다.

◇13일 밤 노사 극적 타협, 파업 면해 지하철 정상 운행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와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지난 13일 밤 임금·단체협상(임단협)에서 극적인 합의를 이뤘다.

합의안의 주요 내용은 ▲경영정상화는 노사공동협의체를 구성해 논의 후 추진 ▲공익서비스(무임수송)비용 국비보전은 정부·서울시에 노사 공동으로 건의 ▲심야 연장운행 폐지·7호선 연장구간(까치울~부평구청) 이관 관련 근무조건은 별도 협의 ▲임금은 작년과 동일 수준을 유지하고 강제적 구조조정 없음 등이다.

당초 사측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인력 10%의 구조조정 계획을 서울시에 제출했고, 노조는 이에 반발해 지난달 조합원 투표를 거쳐 14일 파업 돌입을 선언했다.

서울을 포함한 부산·대구·인천·대전·광주 등 전국 6대 지하철 노조 모두 파업을 의결했고, 14일 서울교통공사 노조와 전국 지하철 노조원들은 파업 개시와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집회를 가질 예정이었다.

이번 서울교통공사 노사 합의는 사측이 강제적 구조조정 고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고, 노조 역시 노사공동협의체 구성과 국비보전 공동 건의에 합의해 추석연휴 직전 교통대란이라는 파국을 피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재정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을 밀어부친 서울시의 잘못된 정책에 제동을 건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노사공동협의체를 통해 안전강화와 재정여건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정부와 서울시도 지하철 재정난이 안전과 공공성 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책임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교통공사 김상범 사장은 "노사간 협상이 오랫동안 이어지는 동안 시민에게 불안감을 드려 송구하다"며 "노사 모두 재정난 해소를 위해 공익서비스 비용의 국비보전은 꼭 필요하다고 공감하는 만큼, 앞으로도 상호 양보와 협력의 모범적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위기상황을 함께 헤쳐나가겠다"고 말했다.

◇노사 손잡았지만 정부·서울시 태도 그대로...국비보전·경영정상화 가시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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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광화문역사 안에 부착된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홍보 포스터. 무임수송 국비보전 촉구와 안전관리 외주화 반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사진=이진우 기자


이번 사태의 핵심 사안 중 하나인 공익서비스 비용 국비보전 문제에 대해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는 서울교통공사 노사가 노사공동협의체를 통해 향후 보조를 맞추기로 합의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국비보전 문제는 노사가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번 노사 합의는 잠정 합의안으로, 노동조합원 과반수 이상 투표와 과반수 이상 찬성을 얻어야 효력이 발생한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이번 합의안을 조합원에게 설명하는 시간 등을 거쳐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초께 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벌일 계획이다. 만일 찬반투표에서 이번 합의안이 부결되면 노조는 사측과 다시 협상을 벌여야 한다.

더욱이 정부와 서울시는 공익서비스 비용 국비보전이나 인력 구조조정 등에 관해 입장 변화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향후 노사공동협의체가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올해 1조 600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서울교통공사는 적자의 70% 가량이 무임수송에 따른 손실임에도 정부·지자체의 지원을 받지 못해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이에 서울교통공사는 하반기에 7000억 원대의 공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으나, 지방공기업 공사채 발행 승인권을 갖고 있는 행정안전부는 구조조정 등 강도높은 자구책 마련이 없으면 승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국가재정운용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는 도시철도 운영은 해당 지자체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며 무임수송 비용의 국비보전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시는 앞서 지난 6월 서울교통공사의 도시철도공채 4530억 원어치를 조기 이관받아 서울교통공사의 부채비율을 낮춰주고 노후차량교체 등 명목으로 500억 원을 지원했으나, 무임수송으로 인한 연간 수천억 원대 손실은 정부가 보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더욱이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교통공사의 경영난은 경영합리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해 서울교통공사가 먼저 구조조정 등 재정위기 극복 노력을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인력감축이나 파업 등 현안은 당사자인 서울교통공사 노사가 협의해 풀어야 할 사안"이라고 말해 서울시는 직접 개입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치며 "공익서비스 비용은 국비보전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해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는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정의당 등을 중심으로 공익서비스 비용의 국비보전 입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은 도시철도 무임수송 비용을 정부가 보전하도록 하는 내용의 '도시철도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기재부 등의 반대로 이 법안은 아직 소관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국 지하철 운영기관의 경영난은 정부 정책인 공익서비스를 수행하다가 발생한 부분이 크고, 지하철 경영난은 안전인력 감축, 차량 노후화 등 시민 안전에 직결되는 만큼, 정부와 국회 차원의 논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 관계자는 "정의당 이은주 의원 등 일부 국회의원들이 행안부 등 정부 관계자 면담을 통해 공익서비스 비용 국비보전 등 해결책을 촉구하고 있는 중"이라며 "서울교통공사 노사가 파업을 자제하고 합의를 이뤄낸 만큼, 이제는 정부와 서울시가 도시철도 정상화를 위해 나서는 모습을 보여야 할 차례"라고 말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