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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툴, 스크럽 워시, 슬리브, 숄더백...좋은 자원 재생, 나쁜 외국어 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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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툴, 스크럽 워시, 슬리브, 숄더백...좋은 자원 재생, 나쁜 외국어 남용

[고운 우리말, 쉬운 경제 26] 화장품, 유통업계 업사이클링(새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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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유통업계에 업사이클링 바람이 불고 있다. 비건·클린뷰티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커피·맥주 찌꺼기 등 버려지는 자원이 화장품으로 재탄생하고 다 쓴 공병으로 만든 스툴을 기부하는 식이다.”

한 매체에서 소개한 ‘업사이클링’ 기사다. 업사이클링(upcycling)은 쓸모없거나 버려지는 물건을 새롭게 디자인해 예술, 환경 가치가 높은 물건으로 새롭게 만드는 재활용이다. ‘새활용’이라고 다듬은 우리말이 있다.

비건(vegan)은 완전한 채식주의자를 말한다. 채소, 과일, 해초 등 식물성 음식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사람이다, 단순하게 ‘채식주의자’라고 하면 쉽다.

클린뷰티는 외국어 남용이다. 깨끗하다는 ‘클린’과 아름다움이란 ‘뷰티’를 영어로 썼다.

스툴도 어렵다. 많이 나오지 않는 외국어다. ‘휴대용 물병’이라고 하면 된다.
이니스프리도 버려지는 자원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했다며 ‘제주맥주 업사이클링 라인’을 출시했다. 제주맥주로부터 맥주를 만들고 남은 보리, 밀 등 부산물을 공급받아 원료로 사용했다.

“‘제주맥주 샴푸’는 맥주효모, 맥주박 추출물을 함유한 비어 버블이 두피 모공을 막고 있는 노폐물과 기름을 제거한다. ‘제주맥주 컨디셔너’는 아미노산이 풍부한 비어 콤플렉스가 모발 사이에 영양을 채운다. ‘제주맥주 스크럽 워시’는 감귤피 스크럽과 비어 버블이 부드럽게 노폐물을 제거한다. ‘제주맥주 스파 워터’는 감귤피 오일을 블렌딩, 고보습 케어가 가능하다.”

기사 속 ‘제주맥주 샴푸’, ‘제주맥주 컨디셔너’, ‘제주맥주 스크럽 워시’, ‘제주맥주 스파 워터’ 등 제품 이름부터 외국어 일색이다. 제품 이름을 외국어로 다는 뷰티업계의 ‘고질병’이다.

맥주박은 맥주를 만들 때 쓰는 보리에서 당분과 탄수화물을 빼내고 남은 찌꺼기다. 비어 콤플렉스는 정체불명의 외국어다. 콤플렉스(complex) 뜻이 ‘덩어리’, ‘집합체’로 미뤄 짐작해 ‘맥주 덩어리’란 뜻일 테다. 스크럽은 미용제품에서 많이 쓰는 영어로 ‘문질러 닦는다’는 뜻이다. 비어 버블은 쉽게 ‘맥주 거품’이라고 하면 된다.

이어 감귤피 오일, 블렌딩, 고보습 케어가 보인다. 감귤피 오일은 ‘감귤 껍질 기름’이다. 블렌딩은 미용업계에서 많이 쓰는 용어로 ‘섞는다’라는 표현이다. ‘고보습 케어’도 마찬가지다. ‘고보습’은 수분을 많이 보충하는 것이고, 케어는 ‘돌본다’는 뜻의 영어로 우리말처럼 돼가고 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도 업사이클링에 동참했다. 매장에 버려진 플라스틱 컵과 투명 페트병을 활용해 만든 상품 4종과 슬리브를 전국 매장에 선보인다고 13일 밝혔다. 폐플라스틱 소재를 활용한 제품은 그레이 숄더백과 그레이 시팅 쿠션, 그레이 미니 파우치, 그레이 컵 홀더 등 4종이다. 역시 의미는 좋았지만 외국어 남용이 문제다.

슬리브는 작업 때 손을 보호하는 ‘안전장갑’이다. 그레이 숄더백(회색 어깨 가방), 미니 파우치(작은 주머니), 컵 홀더(컵 받침)도 어색하지 않은 우리말들이 있다.

기업들이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새활용(업사이클링)’이라는 시도가 외국어 남용으로 퇴색되지 않았으면 더 좋겠다.

감수 : 황인석 경기대 교수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