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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부채' 우려 커지는데...산하기관 차입경영 부추기는 농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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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부채' 우려 커지는데...산하기관 차입경영 부추기는 농식품부

한국마사회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9월 8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온라인 마권 발매 시행을 촉구하며 농식품부 규탄 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한국마사회 노동조합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마사회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9월 8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온라인 마권 발매 시행을 촉구하며 농식품부 규탄 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한국마사회 노동조합
공공기관 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마사회가 최근 수천억 원대 차입을 결정해 그 배경을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12일 기획재정부와 공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50개 공공기관 중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을 제외한 347개 기관의 부채규모는 총 544조 8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17조 9000억 원 증가했다.
이는 공공기관 부채를 집계해 공시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최대치이다. 또한 2017년에는 전년대비 감소했으나, 2018~2020년에는 3년 연속 공공기관 부채규모가 전년대비 증가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때문에 일각에서는 내년도 국가채무가 사상 최초로 1000조 원을 넘는 상황에서 공공기관 부채 증가가 국가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부채 증가와 동시에 자산 규모도 증가하기 때문에 공공기관 재정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2021년~2025년 부채규모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전력 그룹사 등 12개 에너지 공기업들은 발전소·신재생설비 등 자산규모도 같은기간 총 23조 6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부채비율 증가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농식품부 산하 공공기관인 마사회는 2021년~2025년 자산은 2조 원, 부채는 3000억 원을 유지해 부채비율은 5년간 18~20% 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로 마사회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채비율 230%, 한국전력 140%, 한국가스공사 370%, 한국철도(코레일) 300%, 인천국제공항공사 70% 안팎(2021년도 전망치)에 비하면 매우 안정된 재무건전성을 갖춘 '알짜 공기업'이다.
그러나, 이런 마사회가 지난달 말 이사회에서 마사회 설립 72년만에 처음으로 2000억 원 규모의 차입을 의결했다.

문제는 이 차입금이 다른 에너지 공기업이나 SOC 공기업의 차입처럼 향후 자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투자 목적의 차입이 아니라 순전히 소모성 운영비 조달 목적의 차입이라는 점이다.

마사회는 이 차입금을 1주일에 70억 원 가량 소요되는 무관중 경마(상생 경마) 상금 등 운영비로 지출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2월 코로나19로 인한 경마 중단 이후 경마종사자 생계유지를 위한 무관중 경마 상금 등으로 그동안 수천억 원 모아뒀던 사내유보금을 모두 소진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사회의 차입은 역시 '알짜 공기업'으로 불리던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 지난해 공사 창립 20년만에 처음으로 채권 발행을 추진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마사회와 인천공항공사의 차입은 외견상 코로나로 인한 같은 처지로 보이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차입에 이른 배경이 사뭇 다르다.

코로나19로 국제선 하늘길이 막힌 인천공항공사는 활주로 착륙료 등 줄어든 수입을 만회할 방법이 마땅치 않지만, 마사회는 온라인 마권 발매(베팅) 방식을 통해 코로나와 관계없이 경마를 정상 운영할 수 있다.

실제로 해외 경마시행국들은 모두 온라인 발매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로 경마운영기관이 경영난을 겪는 사례가 없다.

마사회는 지난 1996년~2009년 12년간 온라인 발매를 운영하다가 단지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감사원 지적 때문에 온라인 발매를 중단했다.

그럼에도 농식품부는 시스템 준비가 미흡하고 국민 공감대가 없다는 이유로 국회·말산업계·법조계·시민단체 등 중 사실상 유일하게 경마 온라인 발매를 반대하고 있다.

같은 정부 내에서도 이미 온라인으로 복권·스포츠토토·경륜·경정 발매를 운영하고 있는 기재부·문화체육관광부 등과 비교하면 유독 농식품부만 온라인 발매를 반대하고 있다.

결국, 분명한 해법이 있음에도 소관부처인 농식품부가 자신의 산하기관인 마사회의 경영위기와 수천억 원대 차입을 사실상 촉발시킨 셈이나 다름없게 됐다.

말산업계 관계자는 "농식품부는 마사회의 조직안정과 사회적 신뢰 회복 후에 온라인 경마를 도입하겠다고 말하지만 이는 사실상 온라인 경마를 무한정 미루겠다는 속셈"이라며 "마사회와 말산업계의 경영위기 책임은 온전히 농식품부에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