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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워치] 'ESG 워싱' 논란 땐 기업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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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워치] 'ESG 워싱' 논란 땐 기업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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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남 국가ESG연구원 원장
친환경에 관심이 많을 때 일부 기업이 친환경을 흉내 내서 그럴듯하게 포장해 마케팅에 이용하는 '그린워싱(green washing)'이 적지 않아서 논란이 되었다. 최근 ESG(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투명경영))가 글로벌하게 중요한 이슈가 되자 'ESG워싱(ESG washing)'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린워싱은 그린과 화이트워싱의 합성어이다. 화이트워싱(white washing)은 세탁을 의미하거나 속은 검은데 겉만 하얗게 칠해서 눈가림한다는 의미이다. 그린워싱은 실제 친환경이 아닌데, 겉만 친환경인 것처럼 녹색을 칠한다는 의미이다. ESG워싱은 ESG에 별로 도움이 안 되거나 ESG에 역행하는 활동을 ESG라고 포장해서 홍보하는 것을 말하는데, 국내외 기업들이 ESG워싱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견되고 있다.

ESG워싱을 이해하려면 그린워싱부터 알아야 한다. ESG워싱은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를 가리킨다. 예를 들어 기업이 제품 생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는 축소시키고 재활용 등의 일부 과정만을 부각시켜 마치 친환경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그린워싱은 2007년 12월 마케팅 회사인 테라 초이스가 '그린워싱이 저지르는 여섯 가지 죄악들'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제지업체의 경우 벌목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 파괴는 공개하지 않고, 재생지 활용 등 특정 부문에만 초점을 맞춰 친환경 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사례 등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 환경부는 제품 및 서비스의 환경성을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환경성적표지 마크'를 붙이고 있는데, 여기에는 탄소발자국, 물발자국, 오존층영향, 저탄소제품 인증 마크 등이 있다.

국내 유명 화장품회사인 A사의 자회사는 지난해 6월 출시한 '그린티 씨드 세럼 페이퍼 보틀'이 종이인 척 위장한 플라스틱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해당 제품은 겉 소재가 종이고, 전면에는 '안녕, 나는 종이병이야(Hello, I am paper bottle)'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하지만 내부는 플라스틱으로 드러났다. 페이스북 '플라스틱 없어도 잘 산다' 페이지를 통해 불거진 이 논란은 환경친화적인 이미지를 내세우는 기업들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졌다.

업체 입장에서는 무색 폴리에틸렌(PE) 재질의 내용기를 사용해 기존 제품 대비 51.8%의 플라스틱을 저감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된 까닭은 소비자를 오인케 한 표현 탓이다. 제품 박스의 분리 배출 설명을 읽지 않으면 종이 용기에 액상 화장품을 담은 혁신적인 제품으로 오해하기 쉽다. 업체 측은 "제품 네이밍으로 인해 용기 전체가 종이 재질로 인식될 수 있다는 부분을 간과했다"며 사과했다.

지난해 6월 한국전력공사(한전)는 역대 최저금리로 5년 만기 5억 달러(약 5500억 원) 규모의 글로벌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그린본드로 조달한 자금은 기존 채권 차환과 국내외 신재생 사업, 신재생 연계 설비 확충, 에너지 효율화 사업 등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전은 재작년 6월에도 같은 만기, 같은 규모의 글로벌 그린본드를 발행한 바 있다.

그런데 해외 언론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한전의 그린워싱을 문제 삼고 보도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5월에 보도하면서 지난해 6월에 한전이 5억 달러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해놓고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석탄발전소에 투자한 것을 지적했다. 한전은 두 나라와의 외교관계를 고려한 결정이었고, 그린본드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석탄발전소에 투자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블룸버그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그린워싱이라고 지적했다.

한전은 지난해 10월 해외 신규 석탄발전소 투자 중단을 결정했고, 2050년까지 모든 해외 석탄발전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외국의 전문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한전 사례는 한국 그린본드 시장에 대한 평판에 나쁜 영향을 준다. 그린본드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기업과 공기업뿐만 아니라 금융기관도 녹색금융, ESG금융을 추진함에 있어 가장 주의해야 할 사항이 그린워싱(green washing), ESG워싱(ESG washing)이다. 녹색 프로젝트에 투자하겠다고 하는 기업에게 그 취지에 공감하여 녹색여신을 제공한 후, 실제 기업의 이행 현황을 확인하고 점검한 결과 녹색 프로젝트에 투자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전용하였다면 고의로 그린 워싱을 유발한 기업과 녹색여신을 제공한 금융기관도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어 기업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따라서 금융기관은 워싱을 유발할 수 있는 기업을 선별하는 게 중요하고, 물론 사전에 선별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나 사전에 선별하지 못했다면 사후에라도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선별해야 한다.

ESG투자를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세계 최대 투자회사인 블랙록 자산운용도 종종 ESG워싱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 일부 대기업들도 ESG워싱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국내 대기업과 공공기관들은 ESG워싱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ESG 활동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경솔하게 하여 ESG워싱 논란의 대상이 될 경우 그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형남 국가ESG연구원 원장(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