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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제4회 서울국제댄스페스티벌 인 탱크…윤정아 안무의 'Darling or En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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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제4회 서울국제댄스페스티벌 인 탱크…윤정아 안무의 'Darling or En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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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아 안무의 'Darling or Enemy'
제4회 <서울국제댄스페스티벌 인 탱크>(SIDFIT, 2021) 마라톤스페셜공연(안무경력 7년 이상)의 하나로 상암동 문화비축기지에서 공연된 JAY Dance Project(대표 윤정아, 2009년 결성)의 현대무용, 윤정아 안무의 「Darling or Enemy」(님이거나 원수거나)는 ‘관계’를 사유한다. 옆지기는 말썽을 피우지 않는 사랑스러운 존재로 기능하다가 적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안무가 윤정아는 부부, 친구, 친지에 걸쳐있는 인간관계를 폴란드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Sigmund Baumann)의 저서 「Liquid Love」(유연의 사랑)에서 차용하고, 작품의 동인(動因)으로 삼는다. 윤정아, 김석중의 이인무로 구성된 작품은 담백하게 무용 담론을 형성한다. 주제적 제목의 의미적 배분에서 안무가는 냉랭한 관계보다는 의무적 인간관계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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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아 안무의 'Darling or Enemy'

주제를 강화하는 손병하의 선곡 ‘꿈을 꾸세요’(Dream a Dream, Doris Day), ‘걱정하지 말아요’( You Will Be Safe, Rachel’s), ‘문자의 집’(Letter’s Home, Rachel’s), ‘관계를 노래하면서’(Singing Bridge, Rachel’s)는 의미적 축적을 쌓아 간다. 윤정아의 보라색 원피스와 김석중의 가벼운 꼬리가 달린 검정 원피스의 의미를 헤아리다 보면 작품은 중반을 넘어간다.

성신여대 무용예술학과에 출강 중인 윤정아는 안무자·무용수·댄스테라피스트로서 미주 등으로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녀는 중년의 삶에 대해 초월자인 듯 묻는다. “어떠신가요? 당신은 진정한 관계 속에서 살고 있나요?” 그 나이를 살아본 사람들은 피식 웃을지도 모르지만, 안무가 윤정아는 진지하게 중년에 느끼는 애증과 권태의 관문을 통과하면서 평정심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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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아 안무의 'Darling or Enemy'

사람들, 특히 여성은 유독 자기에게만 별난 삶이 떨어진 것처럼 그렇게 나이가 들어간다. 「Darling or Enemy」는 유동성과 불확실성이 증가한 근대사회 안에서 맺어가는 ‘유대 없는 인간’ 속에서 나타나는 관계에 대한 양면적 형태 심리를 작품 안에 풀어낸다. 세계적 감염병 유행 속에서 인간의 본질적이고 내밀한 부분인 관계적 이슈에 다시 주목한다.

안무가 윤정아는 인간만이 즐길 수 있는 가상 속 관계의 연대적 끈에 대한 집착, 관계에 대한 불안감, 영원하고 진정한 관계에 대한 인간의 갈망 등이 현대 서양화처럼 담백하게 표현되도록 구성의 균형감을 유지한다. 그녀의 안무적 구성은 군더더기가 없다. 춤이란 장신구 없이도 인간은 살 수 있지만, 시대적 흐름에 따른 인간관계의 형태는 변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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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아 안무의 'Darling or Enemy'

한국무용동작심리치료학회 학회장인 윤정아는 컨템포러리 댄스를 기반으로 음악, 미술, 영상 등 실험적인 타 장르와의 협업을 진행해 왔다. 팬데믹을 겪고 있는 현재, 그녀는 여러 예술가들과 함께 Dance Projects 참여를 통해 댄스 필름 작업 및 온라인 공연으로 대중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번 작품은 현대무용의 기본 특징을 제대로 보여준다.

이화여대 무용학과를 졸업하고, 동덕여대 박사인 윤정아의 대표 안무작은 유타와 앨라배마 영화제 출품된 댄스 필름 「Companion」(2021), 「홍연(Red String」(2017, 2018, 제2회 SDP 베스트작가상), 「동행」(Accompany, 2014)「길 위에서」(On the Road, 2013), 「호오포노포노」(2012), 「몽」(2011), 「기다림」(Here I am, 2010), 「기억상실증」(Shortterm memory loss, 2009, PAF 베스트 춤 레퍼토리상), 「이기적인 독백」(2009), 「Persona」(2009)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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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아 안무의 'Darling or Enemy'

윤정아는 「Darling or Enemy」을 통해 대전염병 시대의 우울을 뚫고, 극기하는 건강한 커플을 시대의 상징으로 설정한다. 의지적 2인무는 익숙하게 주제를 소화하며 독창성을 견지한다. 촘촘하게 짠 구성은 익숙하지만 낯설게, 낯설지만 익숙하게 흐름에 조응한다. 춤을 통해 정신적 윤기를 입고, 기교적 우위를 점한 작품은 슬쩍 사회학 이론을 던지고 담론을 창출한다.

윤정아, 시적이거나 서사적 그루터기에 의존하지 않고 부대낌의 생활에서 추출한 현실적 제목을 들고 현대무용의 핵심을 찾아 나서고 있다. 이론과 현장의 균형을 추구하면서 움직임은 삶의 고단함 속에서도 태연하게 직시하는 현실에 집중한다. 탐미적 수사나 가식적 장식을 배제한 춤은 마음속으로 스며드는 촉각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중년에 띄운 미사(美辭)였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