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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위원장, 한국축구에 '공정'과 '투명'을 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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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위원장, 한국축구에 '공정'과 '투명'을 심다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 단독 대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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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곤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 사진=김판곤 제공
'홍콩의 히딩크' 김판곤 홍콩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대한축구협회의 국가대표팀 감독선임 총책임자로 부임한지 3년 반이 지났다.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이 선임한 김학범 U-23 대표팀 감독과 파울루 벤투 A대표팀 감독은 지난 3년여 동안 빼어난 성적과 한국축구 체질개선 노력을 보여줘 김 위원장의 '국가대표팀 감독선임 시스템'이 긍정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입증해 줬다.

특히, 김 위원장이 보여준 한국축구 행정분야에서의 공정한 절차와 투명성은 축구협회와 한국축구에 대한 신뢰와 기대감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글로벌이코노믹은 2020 도쿄올림픽을 맞아 '김학범號'의 선전을 기대하며, 7월 23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김판곤 위원장과 단독 대면 인터뷰를 갖고, '축구철학'을 넘어 모두가 귀담아들을 만한 그의 '경영철학'을 들어봤다.<편집자 주>

협회 직함이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에서 전력강화위원장으로 바뀌었네요

"2018년 1월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하고 1년 뒤 명칭 변경을 직접 건의해 전력강화위원회로 이름이 바뀌었다.

대표팀감독 선임은 위원회 업무의 한 부분일 뿐, 모든 연령별 대표팀감독 선임과 관리, 대표팀 운영과 지원, 전력강화가 위원회의 역할인 만큼, 역할을 대표할 명칭으로 바꿨다.

기술발전위원회와의 역할 구분도 명확히 했다. 기술발전위원회는 선수·지도자 발굴·육성, 저변확대 등 장기적인 발전계획을 수행하는 반면, 전력강화위원회는 국민적 관심이 높은 국가대표팀의 전력강화를 위한 업무를 총괄하도록 했다."

직접 수립한 '축구철학'이 앞으로도 한국축구에서 지속성을 가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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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곤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 사진=김판곤 제공

"홍콩 대표팀 감독에서 대한축구협회 위원장으로 옮겨오자마자 한국축구의 철학을 세우는 것부터 시작했다.

능동적인 플레이 스타일로 경기를 지배하고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한국축구의 체질을 바꾸고 이를 실천할 감독을 선임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는 저의 개인적인 철학이 아니라 세계 축구의 보편적 흐름이다.

전력이 약한 팀은 수동적인 플레이에 기반해 상대의 실수에 의해 득점하는, 즉 경기를 지배하지는 못해도 승리를 가져가려는 전략을 쓴다.

아시아 최고 수준이자 세계 무대 16강 이상을 다투는 한국축구 수준이라면 이제는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능동적인 플레이로 경기를 지배하는 방식을 추구해야 한다.

이는 개인의 노력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단기간에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시아 무대에서는 능동적인 플레이를 하다가 세계 무대에서는 수동적인 플레이로 전환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한 철학에 기초해 각 연령별 선수육성 전략을 수립하고 대표팀감독 선임 기준을 만들었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들은 '선수성장구조'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8살에 축구를 시작한다고 치면, 10살, 12살 등 단계별로 어떤 훈련을 해야 하는지 구조를 세워 주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를 세밀하고 효과적으로 만들어 운영하는 역할을 현재 기술발전위원회가 수행하고 있다.

동시에 전력강화위원회는 이러한 철학에 기초해 대표팀감독 선임 기준을 만들고 그에 따라 감독을 선임·지원·평가하고 있다.

먼저 '철학'을 세우면 이후 세부전략 수립과 감독 선임 등은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다.

예단할 순 없지만 한국축구의 현주소와 세계 흐름을 감안해 수립한 철학이 앞으로 위원장이 바뀐다고 해서 쉽게 바뀌지 않길 기대한다."

지금 도쿄올림픽에서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김학범 감독의 선임 과정에서 일화와 축구팀의 기대 성적을 소개해 주신다면

"홍콩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재직 중이던 시절, 국내 금융계 대기업에서 인사담당자로 근무하는 저의 처남이 홍콩을 방문했다. 처남의 회사가 점찍어 둔 홍콩 금융전문가를 스카웃하기 위해 홍콩을 방문한 것이다.

대기업들이 전 세계 유능한 전문가를 초빙하기 위해 체계적인 인재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저는 전 세계에서 각 연령별 축구팀을 이끌고 있는 감독들의 자료를 수집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들의 경기 스타일과 팀 이적상황 등 모든 정보를 포트폴리오로 만들었고, 상시 업데이트 했다. 축구협회에 들어온 이후 이러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작업에 더욱 공을 들였다.

물론 데이터베이스를 만든다고 이들을 데려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감독들이 연봉 얘기부터 꺼냈고 모 후보 감독의 경우 연봉과 축구철학 등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져 계약체결 직전까지 갔다가 해당 후보 감독의 부인이 한국행을 꺼려 무산된 경우도 있었다.

외국인 감독의 경우 협상이 틀어지면 쿨하게 헤어지기도 하지만, 내국인 감독의 경우 언제든 항상 함께 할 분들이기 때문에 더 조심스러웠다.

특히 과거에는 소수의 핵심 관계자들이 비밀리에 접촉해 감독 선임을 성사시키는 관행이 많아 이러한 관행에 익숙한 내국인 감독들은 새로운 감독선임 방식에 대해 어색해 하는 경우가 많았다.

새로운 감독 선임 방식에서 자신의 구상을 적극 표현한 감독이 김학범 감독이었다.

모든 감독들이 자신은 현대축구 트렌드에 부합하고 저희와 철학이 같다고 말하지만 그런 축구를 하기 위한 훈련 모델이나 경기 모델을 제시해 달라고 했을 때 이에 대해 준비된 감독은 많지 않았다.

그러한 가운데에서 파울루 벤투 A대표팀 감독은 상당히 체계적인 게임 모델과 훈련 모델을 갖추고 있었다.

특히 김학범 U-23 대표팀 감독은 그동안 축구철학은 물론 이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물어본 사람도, 표현할 기회도 없었다며, 저희의 감독 선임 방식을 크게 환영했다.

김학범 감독은 자신의 축구철학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체계적인 전략을 저희에게 충실히 어필했고, U-23 대표팀 감독 선임 이후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전인 2020 태국 AFC 챔피언십 대회에서 사상 처음 전승 우승하는 등 능력도 보여줬다.

축구는 변수가 많아 결과를 예측하긴 어렵지만,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도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이상의 성과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위원장님이 축구협회에 오신 이후 축구행정의 투명성과 신뢰가 높아졌다는 평가가 많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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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곤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이 선수들을 격려하는 모습. 사진=김판곤 제공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 취임 이후 처음 선임한 감독이 김학범 감독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 선임을 저 혼자 결정한 것은 아니다.

먼저 정립한 철학에 따라 감독선임소위원회 전체 위원 8명의 합의를 통해 구체적인 감독 선임 기준을 만들었다.

그리고 후보 감독들의 기록과 영상을 검토해 최종 후보 4명을 추렸고, 이들 4명을 각각 제가 직접 인터뷰해 그 결과도 소위원회에 보고했다.

이렇게 제출된 기록과 영상, 인터뷰 결과보고서를 가지고 8명의 위원이 의견일치에 이를 때까지 토론을 거듭했다.

사실 객관적인 기준과 수치화된 데이터를 가지고 토론을 했기 때문에 위원들의 의견이 한 곳으로 수렴되는데 큰 걸림돌은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선임 기준과 과정, 결과를 모두 언론에 공개했다.

이러한 투명한 절차와 공개가 가지는 장점 중 하나는 무언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디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발견하기 쉽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잘못을 인정할 수 있고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도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이 축구행정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데 기여한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에 힘을 실어준 계기 중 하나가 홍콩 국가대표팀 감독 시절 겪었던 저의 경험이다.

2015년 호주 AFC 아시안컵 예선 때, 규정상 선발해선 안되는 선수를 뽑아 경기에 데려간 적이 있었다. 당시 한 스태프가 선발규정을 착각해 잘못 데려갔지만 최종 책임은 대표팀 감독인 저에게 있었다.

당시 홍콩축구협회 CEO에게 이 사실을 보고할 때, 저는 '이제 끝이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영국인 출신인 이 CEO는 이 실수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물었고, 제가 개선 계획을 설명하자 '오케이, 그럼 됐다'고 말했다. 더이상 문제삼지도 않았고 그걸로 끝이었다.

저는 '실수를 부끄러워하지 말고 실수를 통해 성장하라'는 홍콩축구협회 CEO의 메시지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저 역시 선수나 감독들이 실수를 했을 때 억누르기보다는 스스로 실수를 통해 배우도록 독려했다.

저 역시 한국 여자대표팀 감독 선임에서 한번 실수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사전에 수립한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수행하니 이를 솔직히 인정하고 개선방안을 설명할 수 있었다. 다행히 언론과 축구팬들도 이를 긍정적으로 봐 주셨다.

누가 보더라도 공감이 가고 누구에게 과정을 얘기해도 의아해하지 않을 객관적이고 투명한 행정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직무를 수행해 온 것이 좋은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위원장님의 '축구철학'은 축구팬을 넘어 기업 경영인 등 모두가 귀담아들을 만한 '경영철학'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우리사회의 화두 중 하나가 '공정'이다. 한국축구는 물론 한국사회 모든 분야가 과거에 비해 매우 공정해졌지만 그 이상으로 요구 수준이 더 높아졌다.

저는 한국축구에 심고자 하는 공정과 투명성이 우리사회 모든 분야에서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길 바란다.

축구의 경우, 감독은 성적을 내야 하는 것이 맞지만 결과와 무관하게 과정의 가치를 중시하는 풍토가 자리잡길 바란다.

저는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얻어본 적이 별로 없었다고 스스로 여기지만, 다행히 홍콩에서 인정을 받았고 축구협회에서 기회를 얻었다.

축구협회에 들어온 이후에는 늦깎이 선수라도 누구하나 빠짐없이 공정한 경쟁의 기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전력강화위원회에서 세계 모든 주요 감독들을 모니터링하고 포트폴리오를 만들듯이, 기술발전위원회에서는 국내 모든 학교축구의 주요 경기와 선수, 감독을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있다."

축구인으로서 기업이나 정부에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축구가 사회에 주는 메시지와 학생이 배울 수 있는 점은 매우 많다. 육체와 정신은 균형있게 성장해야 하며 축구는 청소년들이 희생정신, 팀워크, 페어플레이정신 등을 함양할 수 있는 최고의 스포츠이다.

많은 기업들이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스포츠 특히 축구에 보다 많은 관심과 후원을 보내주길 바란다.

또한, 지금 학교에서 체육시간이 줄어들고 학생들이 뛰어놀 여유가 줄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고민도 당부하고 싶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