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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유하는 영화(17)] 인생 반전의 맛을 보여주는 영화 '비열한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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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유하는 영화(17)] 인생 반전의 맛을 보여주는 영화 '비열한 거리'

조인성 주연의 영화 '비열한 거리'.이미지 확대보기
조인성 주연의 영화 '비열한 거리'.
인간은 반전을 즐긴다. 그냥 예측 가능함보다는 예측 불가능함을 즐기고 오히려 반대로 흘러갈 때 긴장감과 영화적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된다.

야구방망이를 휘두를 때도 반대방향으로 회전했다가 순방향으로 쳐야 더 멀리 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우리가 원수로 생각하던 인물이 알고 보면 조력자였고 은인으로 알던 사람은 원수였다는 식의 영화적 반전은 아주 많다.
그렇게 해야 착한 사람은 더욱 착하게, 나쁜 사람은 더욱 나쁘게 보여 극적요소가 더해진다. 영화 '비열한 거리'에서는 가장 믿었던 자들의 배신이 연달아 드러난다. 하지만 이기심으로 뭉쳐진 인간들의 배신은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역설적으로 이 영화는 반전보다는 경각심을 준다. 진정한 반전 중의 하나는 사랑하므로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어떻게 보면 신파적인 내용의 영화일 것이다.

'사랑하는데 헤어진다?'라는 반전처럼 쉽게 이해할 수 없긴 하지만 사랑을 겪을수록 공감이 더해진다. 지금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깨닫게 하는 반전이야말로 아주 깊은 감동을 준다.

나를 넘어선 사랑, 즉 나보다 소중한 누군가를 느끼게 되었을 때 사랑에 대한 깊은 반전을 이해할 것이다. 작게는 우리가 일상에서 남에 대한 배려 혹은 양보의 마음이 그러하고 크게는 남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던지는 것이 그러하다.

로맨스 영화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클래식'에서는 손예진에게 그녀가 짝사랑하는 동아리 선배인 조인성이 갑작스런 비를 피하고 있는 그녀에게 다가와서 입고 있던 외투를 우산삼아 같이 달려가는 장면이 나온다. 실은 조인성이 카페 안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그녀를 보고 자신의 우산을 맡겨두고 일부러 같이 비를 피하는 척 그녀에게 다가갔다는 것을 나중에 카페에 들렀다가 알게 된다.

이 영화에서는 이러한 아기자기한 반전 이외에도 눈을 다친 조승우는 여주인공을 위하여 결혼했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그의 아들이 그녀의 딸과 사랑을 이어간다.
김흥도 감독은 영화적 반전은 실제 일상에서도 많이 일어나고 무엇보다도 반전을 시키려는 인간의 의지가 중요하며 그것을 영화 속에서 강조하는 것이 더욱 의미있는 핵심이라고 말한다.

영화적 반전의 가치는 불행한 일을 당한 당사자가 거기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의 굳은 의지로 이를 극복하고 어떻게든 살아보고자 하는 엄청난 노력이 있어야 한다. 반전은 외부적 충격이나 행운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인간의 노력과 의지, 그리고 그런 극복의 마음을 갖게 하는 신의 섭리다.

영화는 이를 쉽게 알 수 있도록 극적인 구성을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김흥도 감독은 대학 신입생 때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골에서 서울로 막 상경한 첫해 겨울은 무척 추웠다. 그래서 따뜻한 담요를 사려고 고향집에서 송금한 10만 원을 가지고 남대문 시장에 갔다. 이불 집을 찾던 중 20여 명 정도 옹기종기 모여서 판을 깔고 주사위와 작은 사기그릇을 엎어놓고 돌리는 게임이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지켜보니 본인도 할 수 있는 게임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 순간 앞에 있는 사람 역시 참여하여 금방 수만 원을 따가지고 사라졌다. 너무 쉬운 게임 같아서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다른 옆 사람이 "학생도 한번 해봐" 하면서 살짝 부추겼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야바위 게임에서 그 역시 처음엔 주사위가 어느 종지에 숨겨졌는지 잘 보였고 내리 3판을 이겨서 3만 원을 따가지고 가려는데 아까의 옆 사람이 오늘 잘 되는 날인데 지갑에 있는 돈 다 걸어보라고 다시 부추겼다.

약간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조금 전 돈을 딴 데다가 눈앞에서 천천히 주사위가 든 종지잔을 돌리는 것을 보면서 이것은 틀릴 수 없다고 생각됐다. 그는 일확천금을 노리며 용기를 내 엎어놓은 잔에 풀베팅을 했다.

아뿔사! 그가 베팅한 종지잔에는 당연히 주사위가 없었고 지갑 안에 있던 10만 원마저도 탈탈 털리고 말았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갑자기 어떤 남자가 방망이를 들고 나타나 남의 가게 앞에서 장사 안 되게 무슨 짓이나며 그 많은 사람들을 쫓아냈다. 잠시 후에는 그 혼자만 남았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그 야바위꾼을 찾으려고 사람들을 쫓아낸 조금 전의 바로 앞 가게주인을 찾아보았다. 억울함을 하소연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놀란 것은 아까의 점포주인은 온데 간데 없고 다른 사람이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그 주인은 수십 명의 구경꾼은 물론 야바위꾼, 더구나 남의 가게 앞에서 뭐하냐고 사람들을 쫓아낸 사람까지도 전부 한패거리라고 말해주었다.

담요도 못 사고 허탈하게 하숙집으로 돌아온 그는 잃어버린 돈 생각에 너무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면 이 사건을 전화위복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생 수업료를 낸 걸로 생각하니 다소 마음이 편해졌고 그 수업료를 아깝지 않게 하기 위해 그 이후엔 도박게임은 절대 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이를 교훈 삼아 어떤 상황에서도 성급하게 베팅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반전의 긍정적인 효과를 생각해낼 수 없는 게 부모님을 현실 세계에서 모실 수 없는 슬픔이었다. 그 슬픔은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고해도 눈물만 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슬픔을 반전시키려고 부모님의 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어서 이름을 날려 영혼이 찾아오시게 만들든지 기수련을 통해 영혼을 보는 공부를 하는 등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반전을 시켜야하니까. 인생은 반전을 위한 노력의 과정이니까.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