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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만원 수리비 1800만원 청구...테슬라가 "기가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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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만원 수리비 1800만원 청구...테슬라가 "기가 막혀"


테슬라 서비스센터. 사진=테슬라이미지 확대보기
테슬라 서비스센터. 사진=테슬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초 예고한대로 기업에서 구매한 제품에 대한 수리 권한을 소비자들에게도 부여하기 위한 ‘소비자의 수리권 보장을 위한(Right To Repair)’ 행정명령에 지난 9일(현지시간) 서명하면서 관련업계가 이 행정명령이 어떻게 구체화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행정명령의 골자는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기업만 제품을 수리할 수 있게 하지 말고 소비자에게도 알아서 수리할 수 있는 권리를 허용하는 내용의 입법을 하도록 한 것.

이 법안이 마련돼 의회까지 통과할 경우 예컨대 애플, 구글, MS 등 IT 제조업체들의 경우 이들이 판매하는 각종 IT 기기의 정품 부품을 일반 수리업체에 제공하도록 하는 길이 열리게 된다. 수리 방법이 다양해진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은 환영할 일이지만 시장 지배적인 위치에 있던 관련업계는 좌불안석이다.

19일(이하 현지시간) 뉴스위크 등 외신에 따르면 사정이 이런 가운데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도 소비자들이 알아서 수리할 권리를 외면하는 모범 사례(?)로 부각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테슬라와 알아서 고칠 권리의 관계

테슬라는 그간의 관례와는 다르게 영업조직을 갖추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직접 차를 판매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문제는 소비자 입장에서 테슬라 차량을 사려면 테슬라에 직접 주문을 넣어야 할뿐 아니라 테슬라 구매자가 수리가 필요할 경우에도 100% 직영인 서비스센터를 찾아야 한다는 것. 테슬라 차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일반 카센터에 맡기는 것은 불가능하고 반드시 테슬라 서비스센터를 찾아야 하는 구조라는 얘기다.
테슬라는 직영 수리만 가능하도록 만들어 놓은 이유에 대해 “별도의 판매 대리점도 없는데다 테슬라 전기차를 통해 오가는 각종 데이터의 보안을 위해서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편하게 아무데나 찾아가 수리를 받고 싶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리할 수 밖에 없는 이런 구조가 최근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으로 이어졌다. 이 사건은 바이든 대통령이 알아서 고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상황이라 더욱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테슬라 서비스센터, 배터리팩 교체에 1800여만원 불러

테슬라에 매우 불리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 사건은 ‘리치 리빌드(Rich Rebuilds)’라는 자동차 전문 유튜버 채널에 지난 12일 올라온 영상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 사건의 핵심은 도널드라는 이름을 쓰고 테슬라 모델3을 리스해 사용하는 차주가 차를 수리하기 위해 테슬라 서비스센터를 찾아가 겪은 일.

도널드는 주행 중 배터리팩이 손상되고 이와 관련한 공조 시스템도 망가진 것을 발견하고 수리를 위해 테슬라 서비스센터를 찾았는데 무려 1만6000달러(약 1843만원)가 적힌 견적서를 테슬라 측이 주더라는 것.

단순히 수리만 하면 될줄 알았는데 배터리팩을 완전히 교체하고 공조 시스템을 고치는데 드는 비용이2000만원에 육박한다는 뜻이었다. 2021년형 모델3의 가격이 5000만원을 상회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누가 봐도 놀랄만한 견적가였다.

◇80만원 vs 1800만원


도널드가 더 놀란 것은 그 다음이었다.

저렴하게 고칠 방법이 없는지 인터넷도 뒤져보고 도처에 수소문한 끝에 리치 베노이트라는 엔지니어가 운영하는 일렉트리파이드개라지(Electrified Garage)라는 일반 카센터에 견적을 의뢰했다.

베노이트는 700달러(약 80만원)면 해결된다고 했고 실제로 그렇게 수리를 해줬다. 테슬라 서비스센터에서는 수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교환을 해야 한다고 했었지만 여기에서는 카센터 측이 방법을 알아내는데 다소 애는 먹었지만 배터리팩을 교체하지 않고 수리했고 공조 시스템의 문제도 아울러 해결했다.

이같은 사연을 소개한 리치 리빌드의 유튜브 영상은 현재 조회수가 80만건을 넘어섰을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도널드씨를 더 분노케 한 것은 테슬라 측이 견적서를 주면서 자기들에게 수리를 맡길 경우 망가진 배터리팩은 고객이 가질 수 없다고 설명한 사실이다. 폐 배터리팩은 중고시장에서 최소 수천달러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치 리빌드를 운영하는 스티븐 설라우스키는 뉴스위크와 인터뷰에서 “테슬라를 단순히 비난하려고 이 영상을 제작한 것은 아니다”면서 “차를 만드는 것과 수리하는 것이 따로 돌아가는 것 같아 개선 방안을 마련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올린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상당수 제조업체들이 수리 과정에서 챙길 수 있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객에 불리하게 또는 부당하게 견적을 내는 등 소비자 권리를 무시하는 짓을 하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알아서 고칠 수 있는 권리 보장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베노이트는 “이번 사건은 소비자들이 알아서 고칠 수 있도록, 일반 수리업자에게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