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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현의 교육단상] 교육에서의 공생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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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현의 교육단상] 교육에서의 공생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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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현 중부대 총장
요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논의가 한참이다. 그러다 보니 ESG 경영원리가 교육 부문에서는 어떻게 해석되고 적용되어야 하는가라는 의문도 생기게 되고 또 그런 질문도 받는다. 비재무적인 특히 자연환경(E)과 사회(S) 부문과는 독립적이고 배타적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 온 기업의 입장에서는 친환경적‧친사회적 경영 원리가 새롭게 관심을 받는 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교육이라는 개념과 활동은 환경(자연, 사회)과 본질적이고도 불가분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ESG 경영원리를 교육에 직접 적용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다만 사람이 살아가는 전체 사회를 구성하는 부문들간에는 공생의 관계가 있고, 이 관계가 깨어질 때 부문은 물론 사회 전체가 무너질 위험이 있다는 경고의 의미에서 ESG 경영원리가 교육에 주는 시사점은 크다.

사실 필자에게는 최근 들어 어른 노릇에 대한 회의감이 들고 교육자로서의 신념이 상실되어가는 느낌이 강하게 일어나곤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삶의 진정한 가치는 물질에 있지 않고 정신에 있다고 확신을 가지고 학생들에게 이야기해 왔다. 돈과 명예로 표징되는 세속적 성공에 너무 집착하지 말아라, 자신의 개성을 살려라, 선하게 살면서 진리에 관심을 가지고 미적 가치도 추구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말해 왔다. 단순히 학교 선생이라는 직업적 의무로서만 그리한 것이 아니라 그런 강의 자체가 내겐 큰 보람이면서 즐거움이기도 하였다. 나 자신도 어느 정도는 그런 정신과 태도로 살아왔다고 자평하면서 학생들에게 교훈적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 자신감을 더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말을 하는 내가 세상과 동떨어져 있음을 느낀다. 세상을 잘못 이해하고 있고 그래서 아이들을 잘못된 길로 이끄는 철없는 어른이 아닌가 하는 두려운 느낌이 들기 시작하고 있다.

교육은 아이들의 성장 발달을 돕는 일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발달은 유전과 환경에 의해 진행된다. 한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가 하는 것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특성과 그 사람이 살아온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유전적 특성은 자식은 물론 부모조차 통제할 수가 없다. 유전공학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는 있지만 적어도 보편적인 사회 상황 속에서 지금까지는 통제할 수 없는 것으로 이해된다. 반면 환경은 그것이 자연환경이든, 사회환경이든 어느 정도 개인과 사회에 의해 통제와 선택이 가능한 영역이다. 그래서 교육자들은 교육의 가능성을 믿는다.

교육은 이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의 영역에 속해 있다. 어떤 교육적 환경에 노출되느냐에 따라 어떤 사람으로 성장할 것인지가 결정된다. 가장 체계적이고 의도적인 환경이 학교 교육이라 할 수 있지만 아이들은 학교는 물론 가정과 사회의 환경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되고 영향을 받는다.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경제적 부와 사회적 명예에 지나칠 정도로 가치의 비중을 두는 것에 대한 우려는 오래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부와 명예에 두는 가치는 증대하고 있는 반면 그것에 대한 우려는 약해져 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요즘이다. 사회의 이런 교육적 환경 속에서 학교의 교사들은 교과서에 나오는 훌륭한 사람을 정말 훌륭한 사람이라고 확신을 가지고 가르칠 수 있을까? 그런 교사의 가르침이 학생들에게 순수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질까? 이런 의문들이 일어난다.

학교가 아이들을 훌륭하게 길러 배출해야 장차 화목한 가정도 이루고 자연과 사회도 건강하게 보존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 동시에 가정과 사회가 교육적으로 긍정적인 환경을 조성하지 못하면 학교의 교육 또한 성공하기 어렵다. 가정, 사회, 학교는 교육에 있어 공생 관계에 있다. ESG 경영원리는 경제적 기업조차도 지속적인 성장 발달을 위해서는 자연과 사회의 좋은 환경이 필수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가정과 사회의 긍정적 교육 환경은 교사와 학생들이 학교에서 의도된 교육 활동을 실천하는 일에 긍지와 자신감을 가지게 해주는 결정적인 토대가 된다.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 환경 속에서 좋은 학교가 존재하기 어렵다. 비록 새삼스럽기는 하지만 교육에서도 공생을 의미하는 ESG 경영 원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좋은 교육 환경을 위한 우리 사회와 가정의 올바른 선택을 기대해 본다.


엄상현 중부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