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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글로벌 법인세 최저세율 합의 어떻게 나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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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글로벌 법인세 최저세율 합의 어떻게 나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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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낮은 법인세 세율을 적용하는 지역 또는 국가들. 사진=CNBC


조세 정책, 즉 정부가 세금을 누구에게 얼마나 걷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은 나라마다 다를 수 밖에 없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모든 나라에 똑같이 적용되는 조세 정책이란 존재하기 어렵다. 세금을 걷을 수 있는 환경이 당연히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나라나 세금을 걷을 때 똑같이 적용하는 기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속지주의, 즉 세금을 내는 사람이나 기업이 거주하거나 소재한 나라에다 세금을 내는 것이다.

기업으로 좁혀 얘기하면 기업이 내는 세금은 위치한 나라에서 과세하는 속지주의적 과세 원칙이 오랜 기간 당연한 것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이 이른바 ‘글로벌 법인세 최저세율’에 전격 합의했다. 즉 모든 나라의 법인세율을 15% 이상으로 적용하는 것으로 새롭게 규칙을 정한 것.

개별국가마다 적용되는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당연히 따로 법인세를 걷어왔던 이들 국가가 공통의 법인세 최저세율에 따라 똑같이 법인세를 걷기로 한 것은 이례적인 차원을 넘어 현대 조세정책의 질서를 뒤바꿀만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조세회피처와 사라진 세금

지난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G7 재무장관 회의에서 글로벌 법인세 도입이 합의된 뒤 G7 회의 의장국인 영국의 리시 수낙 재무장관은 이례적인 발언을 했다.

글로벌 법인세 최저세율 합의는 전세계 ‘조세정의와 연대’에 매우 좋은 소식이지만 조세회피처에는 나쁜 소식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이나 흔히 쓰는 표현이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G7의 재무장관 입에서 나왔다.

비영리 경제매체 마켓플레이스에 따르면 G7이 글로벌 법인세 최저세율 15% 도입에 합의한 배경에는 무엇보다 글로벌 대기업들이 조세회피처를 통해 내지 않는 세금이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는 수준에 달했다는 공감대가 깔려 있다.

국제통화기금(IMF)S이 지난 2019년 펴낸 ‘글로벌 조세회피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조세회피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지난 2008년 이전에는 커다란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그 이후 규모가 대책없이 커지면서 현행 조세정책을 시험대에 올렸다.

IMF가 글로벌 대기업들이 조세회피처를 활용해 내지 않는 법인세, 조세회피가 아니었으면 걷을 수 있었던 법인세 규모를 파악한 결과는 연간 5000억~6000억달러(약 558조~669조원) 수준이다.

우리나라 정부의 올해 예산(약 558조원)만큼의 돈이 각국 조세당국 입장에서는 매년 증발하는 셈이다.

◇미국이 최대 수혜대상

세바스찬 말라비 미국외교협회(CFT) 국제경제 담당 선임 연구원은 G7이 글로벌 법인세를 부과하기로 합의한 것은 조세 형평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누구나 자기가 사는 나라에서 세금을 내게 돼 있다”면서 “하지만 유독 기업들은 국가라는 경계를 넘어 자기들이 편한 곳에서 세금을 내는 요술을 부려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 버지니아대에서 법학과 조세정책을 가르치는 루스 메이슨 교수는 “G7이 합의한대로 15% 이상의 법인세 최저세율이 적용되면 글로벌 기업들의 조세피난처 활용이 크게 움츠러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어디에 법인을 두고 있든 관계없이 매출이 발생하는 나라에다 법인세를 내도록 하는게 글로벌 법인세를 탄생시킨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로 특히 미국 기업들의 조세회피 행위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예견되고 있다. 바꿔 말하면 글로벌 법인세 도입의 최대 수혜자는 미국 정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이번 글로벌 법인세 합의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는 대목이다.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조세회피처 덕분에 그동안 엄청난 규모로 절세를 해왔던 미국 기업들은 매출이 일어나는 국가에서 15% 이상의 세율에 맞춰 법인세를 내야 하는 입장이 됐기 때문에 앞으로는 조세회피처를 통한 절세를 노릴 필요성이 없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고프 교수는 “이번 합의의 여파로 미국으로 되돌아오는 미국 기업들이 증가할 것이고 이는 결국 미국 정부의 법인세 수입이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미국의 글로벌 대기업들은 그동안 속지주의 세제원칙을 활용해 유럽의 대표적인 조세회피국 아일랜드를 비롯해 법인세 세율이 낮은 곳에 현지법인을 두는 방식을 통해 매출이 발생하는 곳이 어떤 지역이든 상관 없이 절세 혜택을 누려왔다.

특히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디지털 서비스가 이번 조치로 인해 가장 큰 철퇴를 맞을 대상으로 꼽힌다. 구글의 경우 한국 등지에서 구글 앱스토 등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으나 법인세율이 낮은 싱가포르에 법인을 둬 법인세 대상이 되는 매출의 상당부분을 분산시켜왔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