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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 성장통]적도의 땅에서 나무 바다를 만드는 데 힘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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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 성장통]적도의 땅에서 나무 바다를 만드는 데 힘을 더한다

나무 숲을 만드는 인도네시아 조림(造林)지의 성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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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부총장(전무)
"인터넷 시대가 되어 종이신문이 사라질 것이다.", "스마트기기의 발달은 학교에서 종이 책을 사라지게 만들 것이다." 1990년대 말부터 최근까지 꾸준히 들은 종이산업의 종말론이다. 그런데 오늘 이 글을 쓰면서 그 당시에 한 말들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다시 한 번 실감한다.종이산업은 종말을 맞이하지 않고 새로운 세상에서 더 크게 발전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곳들

적도 바로 아래의 나라 인도네시아, 그 중에서도 파푸아 섬 가장 남단에 있는 도시, 파푸아의 머라우케군(郡). 필자도 난생 처음 들어본 지역이어서 지도로 한참을 찾았다. 파푸아뉴기니와 육지로 국경을 마주하고 바다 건너는 호주 땅이 손에 잡힐 듯한 곳이다. 인도네시아에서도 다른 나라로 볼 정도로 사람들의 생김새나 문화, 언어가 생소한 곳이라고 한다. 유일하게 같은 것이 있다면 한국과 시간대가 같은 지역이다. 수도인 자카르타에서 비행기로 7시간이 걸리는 곳이다.

오늘의 주인공 지현미 대리(가명)은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몇 안되는 제지회사 PG사(가칭)에서 인도네시아에 종이의 원료가 되는 펄프를 생산하기 위해 나무를 키워 우드칩을 생산하는 한국 회사 현지 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다. 대우의 글로벌청년사업가양성과정(GYBM) 인도네시아 1기에 몇 명 안되는 여성 중 한 명이다. 지난 2016년 6월 과정을 수료하고 자카르타에 있는 봉제 법인에서 근무하다가 지금의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200여 명의 직원 중 10여 명이 한국인으로 지 대리는 총무와 구매업무를 맡고 있었다.

서울시 크기의 나무 바다를 만들려면…

숲의 바다를 만들기 위해서는 파종해 묘목을 생산하는 것에서 출발을 한다. 나무의 종자를 심고 일정 수준까지 자라기 위한 묘목은 자연환경에 두질 않고 별도의 그린하우스에서 키운다. 한국에서 농촌에 가면 흔히 보는 비닐하우스이다. 1200㎡ 넓이로 축구장 절반 정도 면적에 2층 높이의 건물을 짓고 거기에 샌드위치 패널로 나무 종자묘판을 올려둘 테이블을 만든 후 묘판에 씨를 뿌리며 여러 가지 영양분을 비료로 준다.

일정기간 동안 온도와 습도 등을 자라기 최적의 여건으로 만들어 키운다음 이식(移植)한다. 이 때부터는 노지(露地)라는 자연환경에서 성장을 하기 때문에 그 시기가 중요하다. 그러자면 전 공정의 출발점은 제 시간에 파종을 하는 것이고, 그이전에 관련되는 시설재가 순조롭게 현장에 도착하면 준비된 숙련공들이 시간에 맞춰 설치하는 데 작업 숙련도나 체계적인 관리 감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무 바다가 아닌 위기 바다, 그리고 잔잔함

지 대리는 이 업무를 맡고 있다. 현지법인 본부가 있는 수라바야에서 먼저 자카르타의 재료 공급 회사와 구매 계약을 맺었다. 준비된 날짜에 맞춰 머라우케의 현장으로 출장을 갔다. 한 달여 기간 동안 실려온 자재를 풀어보니 엉망이었다. 300여 개 모두가 파손 상태였다. 큰 일이었다. 머릿속으로는 온통 제시간에 묘목을 만들어 내는 데 필요한 자재와 시간과 비용의 문제가 뒤엉퀴기 시작했다.

당장 계약서를 찾아서 자재 상황을 사진을 찍어 공급업체에 보냈다. 공급업체가 완벽한 납품을 책임지도록 한 재발송을 요청하며 도착되는 날짜를 챙겼다. 한 달이 걸린다고 했다. 이대로 두면 한 달간 현장 건설팀을 놀려야 하는 만큼 비용이 크게 나오게 생겼다. 그런데, 파손된 자재를 다시 자세히 보니 3분의 1 정도는 잘 손질하면 쓸 수있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고 있는 사이에 새롭게 보낸 자재도 무사히 도착해서 계획된 일정에 맞춰 작업을 끝냈다. 비용 전체도 공급회사의 책임으로 해결됐다.

큰 고비를 넘기고 나니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위기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담당자의 진가를 드러낸다는 게 새삼스러웠다. 세 가지 교훈이 정리됐다. 계약성의 중요성과 문제해결 능력, 그리고 현지어 구사 능력이었다. 처음부터 계약서를 완벽하게 작성하고, 상당한 손실이 눈앞에 보이는 상황에서 차분히 공정을 따져 중요성과 긴급성으로 업무 우선 순위를 정해 거래처나 관계자와 하나하나 신속하게 실행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외국이라는사업장의 특성상 현지 직원들이나 기술자의 아이디어와 손을 빌릴 수밖에 없는 것을 감안하면 현지어를 제대로 구사할 뿐 아니라 평소에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 믿음을 주고받는 것은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노하우 중의 노하우가 됐다.

글로벌 비즈니스맨을 실감한 짜릿함

이 이야기를 전해주는 지 대리도 만감이 교차하는 모양이었다. 우는 2023년이면 회사가 조림 즉 숲을 조성해 심은 나무를 베어서 우드칩으로 생산이 가능한 시기인 '벌기령(伐期齡, final age of maturity, 성장한 나무를 벨 수 있는 나이)'에 도달한다. 이 사건의 배경이 된 나무는 아니지만 회사가 조림지의 첫 삽을 뜬 2016에서부터 7년이라는 세월을 투자해 기다린 첫 수확품을 생각하며 다른 일에 도전한다고 했다. 회사가 인도네시아에서 조림을 허가받은 전체 땅의 규모는 약 6만ha(헥타아르)로 서울시 크기만 하다.

지 대리가 있는 곳의 생소함과 그 거리감에도 마음이 찡했다. 참고자료를 찾다가 만나는 말들이 여성으로서 이런 일을 해내고 있다는 게 더 아련하게 만든다. 인터넷에 있는 다른 분의 조림사업에 관한 글에 이 지역은 숲이 울창해지면 귀신이 나올 것 같아 현지인들도 조차도 현장에 들어가기를 두려워 한다고 한다.

아름다운 도전의 ㈜PG 회사와 지현미 대리의 행복과 행운을 기원한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