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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입법 헌법률로 국회 졸속입법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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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입법 헌법률로 국회 졸속입법 막아야

홍원식 국민통합비전 이사장(법학 박사, 「성소수자마오쩌둥」 저자) '법의 날' 주간 기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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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국민통합비전이사장(법학박사)
법의 정신에 입각한 국가를 지향하기 위해 1958년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제정한 '법의 날(Law Day)'은 우리나라는 1964년부터 국제사회와 같은 날인 5월1일을 국가기념일로 정해 시행해 오다 2003년부터는 1895년 근대적 사법제도인 재판소구성법 시행일인 4월25일로 변경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법의 날의 지향가치인 '법의 정신'은 무엇일까? 프랑스의 몽데스키외(Montesquieu)는 20여 년에 결처 집필한「법의 정신」에서 '권력분립을 통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 법의 정신이라고 답했다. 일체의 공권력은 국민의 기본권(국민행복)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임을 분명히 했다.

즉 '권력분립 없는 국민행복 없음'이 미국을 위시한 선진 법치국가 헌법에 투영돼 있는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이다. 법의 날 주간을 지나며 "대한민국은 법의 정신이 구현되고 있는가?"라고 자문해 봤다. 권력분립과 법다운 법이 제정돼 집행되고 있는 지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먼저 권력분립 원리가 작동하고 있는 지 살펴보자. 국가기관 간의 형식적 권력분립은 돼 있으나 '극단적 정당국가주의' 하에 놓인 대한민국은 국회는 물론 정부까지 정당들 치하에 예속돼 있다. 국민 대표인 국회의원들은 공천권을 쥐고 있는 소속 정당이 누르는 리모컨대로 움직이는 거수기로 전락한 지 오래다.

정부를 대표하는 대통령 또한 자기의 당선에 기여한 정당과 유착해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다보니 집권당의 지배하에 있는 국회와 정부 간의 권력분립을 말하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인 형국이다. 법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필요조건인 권력분립 원리가 무너진 것이다. 당연히 법다운 법 제정이나 집행은 기대할 수 없는 형국이다.

■컵라면 끓이듯 졸속악법 양산하는 국회

정당들은 통법부(通法府)로 전락한 국회 위에 군림하며 입법(의회)독재를 자행하고 있다. 마치 컵라면 끓여내듯이 졸속으로 통과시킨 법률들에 대해 국민의 비난이나 위헌성 문제가 제기될 경우 국회의원들은 "당론에 따랐을 뿐이다"며 정당의 장막 뒤로 숨는 전술을 구사한다.

졸속악법이나 위헌법률 양산에 대해 국회의원들은 사실상 일절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들은 정치 선전물로 쓰기 위한 법안 제출 경쟁에 골몰한다. 20대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만 2만4141건(의원 1인당 약 80.5건)이었고, 1인 평균 29.3건의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선진국의 경우 국회의원 1인당 본회의를 통과시킨 법률안의 수는(4년 기준)은 미국(1.4건), 프랑스(0.6건), 독일(0.8건), 영국(0.17건), 일본(0.6건)을 평균하면 0.7건이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1인당 41배나 많은 법률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수치로만 본다면 선진국 국회의원들에 비해 40배나 많은 입법활동을 부지런히 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상은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졸속법률들을 남발했다는 증거다. 국민생활과 법치주의의 향방을 정하는 법률이건만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법안 1건당 불과 평균 13.1분 만에 심사(20대 국회 기준)해 '라면 끓여 내듯' 법률안을 확정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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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공항 조감도. 사진=네이버


'가덕도 특별법' 통과로 입증됐듯 21대 국회의 졸속성은 20대 국회를 능가한다. 이 법 의결 당시 찬성 181표, 기권 15표에 반대의견을 낸 국회의원은 33명뿐이었다. 가덕도 특별법을 기준으로 한 21대 국회의 졸속성은 무려 79%에 이른다는 의미다. 국회의원 10명 중 8명은 정당의 거수기라는 소리다.

■국회의 입법 '졸속성' 79%, 국민의 결단 절실

정당들이 국회를 쥐고 입법(의회)독재를 자행하고 있는 가운데 예측 가능성을 생명으로 하는 법치주의와 대의제 모두 중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금과 같은 대한민국 정치판에서는 몽테스키외가 법의 정신 구현을 위한 충분조건으로 제시한 '법다운 법'을 도저히 기대할 수 없다.

양산된 졸속악법들에 따른 '쓴물'은 고스란히 주권자인 국민 몫이 되고 만다. 안타깝지만 악법에 따른 국민들의 피해는 엄밀히 말해 '인과응보(因果應報)'의 산물이다. 정치권과 부화뇌동하거나, 목전의 이권이나 이념 또는 지역주의에 함몰돼 묻지마식 정당지지를 해 온 구습(舊習)이 법의 정신을 세운 근간인 권력분립을 파괴해 법치주의와 대의제의 위기를 초래한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졸속성이 무려 79%인 상황까지 치달은 지금은 주권자인 국민의 구국의 결단이 절실한 시점이다. 다행스럽게도 지난달 7일 치러진 서울과 부산 보궐선거에서 희망이 확인됐다. 유권자의 55%까지 확산이 무난한 스윙보터(swing voter, 중도층유권자)를 중심으로 국민들이 깨어 일어나면 '극단적 정당국가주의' 패악을 극복할 수 있음이 확증된 것이다.

국민의 구국적 결단의 한 방안으로 필자는 국민입법인 '헌법률(憲法律, Verfassungsgesetz)'을 제안한다.스윙보터들이 구심점이 된 국민들이 중차대한 법규범은 국민투표 형식으로 헌법률을 제정하는 국민입법시대를 연다면 졸속입법과 입법독재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헌법학 용어인 헌법률은 헌법(Verfassung)과 법률(gesetz)의 합성어다. 그러나 '헌법적 법률'로 칭하면 법규범체계상의 개념이 명확해진다.법규범체계란 ①절대적 헌법(개정불가) ②상대적 헌법(개정가능)=②헌법률 ③법률 ④명령(대통령령, 행정각부령) ⑤조례(지방의회) ⑥규칙(지자체)이라는 법규범 상호간의 위계질서를 말한다.

■국민들이 깨어 일어나 헌법과 국민행복 수호해야

일상의 일들은 종(대리인)에게 맡기지만 중차대한 직무는 주인(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결정하겠다는 취지가 헌법률 속에 담겨 있다. 대의제 원칙에 대한 특례(예외) 규범인 헌법률은 법률보다 상위 규범인 만큼 헌법률과 법률의 내용이 상충하면 무조건 헌법률이 우선한다. 헌법재판소는 주권자인 국민이 국민투표로 결정한 헌법률을 심판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

헌법조항은 오로지 국민투표로만 개정할 수 있듯이, 헌법률 또한 오직 국민투표로만 제정하고 개정할 수 있다. 현행 헌법은 신임투표성 국민투표(헌법 제72조)와 헌법개정 국민투표(헌법 제130조)만 두고 있기 때문에 헌법률은 헌법개정이 선행돼야 가능하다. 헌법 개정 전이라 해도 헌법 제72조에 의거한 국민투표안에 헌법적 구속력을 부여해 국민들이 찬성할 경우 헌법률적 효력이 발휘될 수 있다. 헌법률은 현행 우리 헌법상으로는 헌법 제72조가 아니라 헌법 제130조에 따른 국민투표와 동일한 성격을 가지나, 주권자인 국민이 동의할 경우 헌법 제72조를 통한 우회적 운용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이 논리에 대해 정당국가주의에 매몰된 인사들은 반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태는 주인의 재산권 행사에 대해 종이 대드는 격으로 어불성설이다. 국민주권 국가 하에서 주권자의 직접 결단(국민투표)은 언제나 대의권(국회의결)보다 절대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극단의 정당국가주의로 말미암은 대의제 타락이 몰고 온 권력분립 붕괴와 실질적 법치주의 퇴락은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결과의 차이를 기대한다는 것이 100% 불가능하다. 일단 집권당이 되고 보면 입법독재를 통해 맛보는 무소불위한 권력의 단맛에 취해 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획기적인 대안은 국민입법인 헌법률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권은 자기들에게 치명적으로 불리한 터라 헌법률에 대해 한 번도 공론화조차 한 바 없어 국민들에게는 생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민입법 헌법률이 긴절한 주요 법제 두 가지

필자는 국민입법인 헌법률의 실익(實益)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가장 긴절(緊切)한 주요 법제 두 가지를 예시해 본다. 첫째, '공직자 공직선거 출마제한에 관한 헌법률'이다. 모든 공직자는 퇴직 후 일정기간이 지나야만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현직 판·검사, 경찰 등 공직자들이 법적기간 내에 사표만 내면 퇴직 즉시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 덕에 공직자들이 국민 혈세로 신분을 유지하면서 공직을 선거준비용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법치주의가 유린될 뿐만 아니라 충실하게 복무하고자 하는 공직자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고 공직사회의 기강을 파괴하고 있어 시정이 시급하다.

위헌법률심판을 통해 이러한 패악을 시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헌법재판소는 검찰총장의 퇴직 후 공직선거 출마기간을 제한한(퇴직 후 2년) 옛 검찰청법 12조에 대해 위헌결정(헌재결 1997.7.16., 97헌마26)을 했다.

국민기만성 법리를 동원해 헌법재판소가 법조계 먹이사슬인 법조카르텔에 영합하기 위해 법의 정신을 저버린 대표 사례다. 국회와 헌법재판소까지 유착할 경우 구조화된 위헌성 악법들을 근절할 수 있는 대안은 헌법률이 아니고서는 사실상 없다.

둘째, '정당 국고보조금에 관한 헌법률'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정당에 대한 국민혈세 퍼붓기를 하고 있는 만큼 헌법률로 천문학적 규모의 정당보조금을 제재해 이를 절약하면 국민복지기금 등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몽테스키외는 세기를 초월한 명저 「법의 정신」에서 국민통합을 이룬 규범적 상태를 법이라 했다. 정치의 시녀로 전락한 법치를 국민통합을 통해 세우지 않으면 국민행복은 요원하다. 폐기 불가한 대의제 치하에서 입법가 다운 입법가의 역할에 소명을 다하는 국회의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법의 정신 구현해 국민행복을 담보해 줄 수 있는 실질적 권력분립과 법다운 법은 국민입법(헌법률)을 통해 타락한 국회를 통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나올 수 있음을 국민들이 각심(刻心)하는 '법의 날 주간'이 됐으면 하는 마음, 사무치게 간절하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