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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역동적 기교와 몸으로 하는 언어 예술적 표현 '탁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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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역동적 기교와 몸으로 하는 언어 예술적 표현 '탁월'

[미래의 한류스타(104)] 김현우(한국무용가)

정보경 안무의 'One, 源'. 사진=한필름 제공=정보경댄스프로젝트이미지 확대보기
정보경 안무의 'One, 源'. 사진=한필름 제공=정보경댄스프로젝트
생각이 무거워 따라가질 못하니 먼저 가시게/ 좌판의 나물처럼 박제된 춤 추는 듯 보여도/ 아침마다 이슬이 내리면 봄처럼 생동이 피어난다네/ 새벽의 노동을 행운으로 생각한다면/ 밥맛은 새벽처럼 달고/ 춤은 왕관처럼 빛나는 것일진대/ 가벼운 것을 원하면 가볍게/ 묵직하고 이끼 낀 것을 원하면 옛 우물을 살펴보시게/ 모두 다 값진 선택이 아니던가/ 그래도 난 우직하게 느린 걸음으로 내 길을 갈 걸세/ 오늘 세 강이 만나면 사연을 들어보시게

김현우(金炫佑, KIM HYUNWOO)는 부 김종만, 모 김태은 사이의 1남 1녀 중 동생으로 갑술년 구월 천안 출생으로 천안 신촌초, 성정중, 충남예고, 성균관대 무용학과를 졸업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풍물놀이와 한국무용을 전공한 누나(김세라)의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보고 배운 춤은 처음에는 큰 관심이 없었지만, 역동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무용학원 가득 숨을 뿜어내며 땀을 흘리면 알 수 있는 성취감 덕분인지 그 매력에 이끌려 아직도 춤을 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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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안무의 '이명'
김현우 안무의 '이명'.이미지 확대보기
김현우 안무의 '이명'.

가식 싫어하고 부족해도 있는 모습 그대로 보여주려 노력


김현우는 가식을 싫어하는 무용수이다. 부족하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 해낼 수 있는 만큼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그는 충남예고에 출강하던 박연주 선생을 통하여 한국춤 기초와 더 넓은 환경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성균관대 임학선 교수는 춤에 대한 구조적 이해와 이론적 토대를 만들어 주었으며, 춤이 움직임뿐만 아니라 예술적 표현임을 일깨워주었다. 조인호와 김주빈을 통해 남성 무용수로서의 기교와 움직임 언어를 배웠다.

김현우는 가진 것 이외에 더 부풀려 포장하는 것보다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지금의 모습이 어떻게 보여질 지에 대해 고민한다. 지금 당장 주목받는 모습보다 언젠가 누군가는 알아주기를 희망하고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꼿꼿한 무용수이다. 인식과 사고의 전환이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게 했다. 춤은 몸으로 움직이는 것, 완벽한 움직임이 완벽한 춤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한 것에 한계에 부딪혀 더는 나아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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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안무의 'I am'

김현우·Babsi 공동 안무의 'Gelatine'이미지 확대보기
김현우·Babsi 공동 안무의 'Gelatine'


김현우는 춤은 몸으로 하는 언어, 예술적 표현이라는 것을 깨달은 후로부터 움직임의 완벽함보다 이 몸짓이 가진 표현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되었다. 이 고민이 결국 한계를 한 꺼풀 걷어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였다. 잘 움직이는 무용수보다 진정성 있는 표현을 할 수 있는 무용수가 되기를 희망한다. 김현우는 자신의 안무작이자 출연작인 두리춤터 우수작가전 「이명」(2019) 공연에 애착을 갖는다.

창작과정에서 신체언어로 전달한 창작자의 문제의식보다 수용자의 공감과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안무자가 직접 경험한 개인적 서사를 통해 궁극적으로 사회적 문제점을 제안하는 것을 지향한다. 결국 개인의 경험에서 출발한 주제 의식은 사회 전반에서 뿌리내린 문제 혹은 부조리를 연동한다. 가정 폭력을 사회 현상으로 인식하고 폭력의 주체와 원인을 찾다 보면 빈부격차, 경쟁사회, 대화 부재, 법과 제도의 편향성 같은 문제와 마주한다.
조인호 안무의 '방하착'. 사진 옥상훈, 제공=우보만리이미지 확대보기
조인호 안무의 '방하착'. 사진 옥상훈, 제공=우보만리
임학선 안무의 '문무꿈춤'이미지 확대보기
임학선 안무의 '문무꿈춤'


안무자의 개인 경험과 독백은 창작자와 수용자 사이의 무대를 허물었다. 시나리오는 개인의 경험을 시간순으로 만들었고 그 속의 ‘나’라는 단어를 제거하며 객관적 현상으로 다듬는 작업을 했다. 각 장면의 사운드를 채집하고 이미지 구현을 위한 사진 수집과 시청각 자료를 신체언어로 치환했다. 이를 바탕으로 창작자의 개인적인 서사에 공감을 도모하고 작품에 옅게 드러나 있는 ‘무의식적 학습의 가정 폭력’이라는 사회적 문제점을 도출시켰다.

두리춤터 우수작가전 초대작 「이명」(2019)은 유년의 가정 폭력을 무용화한 작품이다. 부모의 이혼에 따른 정신적·언어적 폭력은 안무가의 가치관과 자아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무의식적 폭력과 감정을 신체언어로 표현하고, 장면 속 이미지와 소리를 채집하여 무대를 구성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고백하는 나레이션은 궁극적으로 같은 폭력에 노출된 약자가 자신의 상처를 타인에게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얻고 치유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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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안무의 '이명'

신인무용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김현우 안무의 '노동, 새벽의 동쪽'.이미지 확대보기
신인무용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김현우 안무의 '노동, 새벽의 동쪽'.

잘 움직이는 무용수보다 진정성 있는 표현하길 희망


소제동 아트벨트 프로젝트 「이명 그 후」(2020)는 전작 「이명」이 어릴 적 느꼈던 가정 폭력에 관한 기억의 조각들이었다면, 더 나아가 그 기억의 조각으로 생긴 마음의 상처와 여기서 비롯된 폭력성을 표현한다. 현재의 내가 어릴 적 보아온 가해자의 모습과 동일시되는 과정에서 느껴진 감정과 자기반성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소하게 여겨졌던 사건이나 환경이 내게 중첩되는 폭력의 이중성에 주목하며 개연성과 수용자 입장의 객관성을 도모한다.

SF영화를 즐기는 김현우는 ‘댄스위’ 중심의 단체 활동으로, 자신의 안무·출연작은 문화예술위원회 해외 레지던시 불가리아-한국 협력 「Gelatin」(2019), 두리춤터 차세대안무가전 「I am」(2019), 문화예술위원회 해외 레지던시 불가리아-한국 협력 「Gelatin 2」(2019), 「이명」, 「이명 그 후」에 불과하다. 김현우는 가상의 세계와 캐릭터를 영상으로 담아내기 위한 표현방식을 즐긴다. 상상의 시간이 현재와 맞닿았을 때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한다.
신인무용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김현우 안무의 '노동, 새벽의 동쪽'이미지 확대보기
신인무용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김현우 안무의 '노동, 새벽의 동쪽'

김현우 안무의 '이명'.이미지 확대보기
김현우 안무의 '이명'.


김현우는 SPAF 초청공연으로써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공연되었던 Dimitris Papaioannou의 「The Great Tamer」에 깊은 감동을 받는다. 평범한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여러 가지의 오브제를 자신이 나타내고자 하는 이야기 서사에 맞추어 다각도로 보일 수 있게 하는 마술같은 연출법을 지녔다. 연출, 안무, 음악, 무대, 미술 등 복합예술이 무대 위에 몽환적인 영화같이 펼쳐져 새로운 공간에 존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김현우는 「Dancing in the dark」(2016,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보조예술가로 출발하여 「련, 다시 피는 꽃」(2017, 정동극장) 주역무용수, 「여기예」(2018, 전국생활문화축제) 조안무, 「이여도사나 생명편」(2020, 제주도립무용단 정기공연) 조안무, 국립국악고 강사(2021년 2월~ )로 번져가는 실력을 보여준다. 또한 그는 제12회 서울국제무용콩쿠르 민족무용전통부문 시니어 남자 3등(2015), 제50회 동아무용콩쿠르 일반부 남자창작부문 동상(2020), 제57회 전국신인무용콩쿠르 일반부 남자창작부문 금상(2020, 「노동, 새벽의 동쪽」)의 기량을 축적하고 있다.
김현우 한국무용가
김현우 한국무용가

김현우 안무의 '이명'.이미지 확대보기
김현우 안무의 '이명'.

김현우 안무의 '이명'.이미지 확대보기
김현우 안무의 '이명'.


김현우는 지금까지의 작업, 새롭게 만들어나갈 작업을 통해 쌓인 결과물을 모아 책으로 만들기를 희망한다. 이 자서전과도 같은 책을 무대 위에 구현하여 관객들은 가상의 세계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캐릭터의 모습에서 자신을 투영해보기를 희망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러운 작품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바란다. 예술이라는 수단이 창작자와 관객 사이의 소통과 생각의 확장, 선한 영향력을 가져오길 미래의 한류스타는 목표로 한다. 그 꿈이 이루어지길 기원한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