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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동북공정' 이은 '문화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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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동북공정' 이은 '문화공정'

노정용 부국장
노정용 부국장
중국은 지난 2002년부터 헤이룽장성‧지린성‧랴오닝성 등 동북 3성의 한국 역사를 중국 역사로 귀속시키는 '동북공정'의 만행을 저질러 왔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동북공정을 말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자국 역사학자를 내세워 한국 역사를 끊임없이 왜곡하며 중국 역사로의 편입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역사 동북공정에만 그치지 않고 문화공정에 착수,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들을 속속 중국의 문화라고 강변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 문화 브랜드로 손꼽히는 한복‧김치‧아리랑 등이 갑자기 중국산으로 둔갑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가 문화공정의 앞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환구시보는 쓰촨성의 절임 채소 '파오차이'가 국제 표준 인증을 받자 중국의 김치가 세계 표준으로 지정됐다고 보도하며 문화공정의 불을 댕겼다.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위챗이 이 '가짜 뉴스'를 퍼나르고 확대 재생산하며 '가짜 뉴스'를 '진짜 뉴스'인양 둔갑시키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조직적으로 프레임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인상이다.

국제표준화기구(ISO)가 "김치는 파오차이 표준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중국 포털 바이두는 "김치는 중국의 문화유산이며 중국이 기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뿐이 아니다. 한국의 것을 '중국산'으로 둔갑시키려는 시도는 최근 들어 부쩍 잦아졌다.

한국 전통 복식인 한복도 중국 문화공정의 표적이 됐다. 중국 게임 속 한복이 명나라 전통 의상 '한푸(漢服)'라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중국 사극에서는 시녀들이 한복을 입고 등장한다. 한민족의 미래를 예언한 노래인 '푸른 하늘 은하수'로 시작되는 동요 '반달'이 TV 프로그램에서 중국 소수민족인 조선족 민요로 소개되고, '아리랑'이 중국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중국의 문화공정은 한국과 한국인의 문화 정체성을 뒤흔드는 도발이자 전쟁이다. 중국 정부는 은밀하게 한국 고유 문화를 자국 문화로 편입시키는 노력을 지속해오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스스로가 중국의 속국과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국이 동북 역사공정과 문화공정을 진행할 때 탄탄한 논리로 반박하기보다는 시늉에 그치는 바람에, 이 같은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반복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역사왜곡은 중국만이 아니다. 이웃나라 일본은 한국이 실제 점유하고 있는 독도마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어떤가. 논리와 사료를 토대로 반박하지 않고 그저 일본의 억지 주장이라고만 되풀이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의 역사왜곡이 수십 년 동안 진행되고 있지만 한국 정부의 노력은 여전히 부족하기 짝이 없다. 한국의 정치인들 상당수가 친중국 성향 탓인지 중국 정부의 허무맹랑한 주장에도 적극적인 대응책을 내놓는 경우가 드물다.
중국의 문화공정을 살펴보면 정부 차원에서 한 편의 드라마처럼 진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벤트적 정치에 능하다. 그렇다면 김정숙 여사가 청와대에 주한 외국인 대사 부인들을 초청해 한국의 김치 담그는 이벤트를 벌여보면 어떨까. 청와대에서 김치를 담그며 우리 문화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자연스럽게 한국의 김치가 홍보되지 않을까.

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는 한국인은 김치의 현재성, 대중성, 주체성, 고유성의 네 가지 객관적 기준을 충족시키는 반면, 중국인은 현재성만을 충족시킬 뿐 다른 세 가지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김치는 한식이며 결코 중식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한국 홍보 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중국이 '역사 동북공정'에 이어 김치·한복·판소리 등이 자신들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문화 동북공정'까지 펼치고 있다"며 역사 바로 세우기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한국인의 문화 정체성을 되찾아야 할 때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