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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공사 '골프장 분쟁', 집회 맞대결에 단전단수...극한대립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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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공사 '골프장 분쟁', 집회 맞대결에 단전단수...극한대립 언제까지

임대만료 운영업체 스카이72에 퇴거 소송에 영업 강행하자 초강경 대응 예고
업체측 "지상물은 우리 것 '유치권' 행사로 영업 중단 강제는 불법행위" 맞서
캐디 고용불안 청와대청원, 지역주민 "단전단수 철회 대화 해결" 성명내기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인천공항 골프장 하늘코스 앞 진입로에 걸어 놓은 현수막 모습. '스카이72는 토지 무단점유 영업중인 골프장입니다. 골프장 이용에 따른 피해가 없도록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스카이72골프앤리조트 이미지 확대보기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인천공항 골프장 하늘코스 앞 진입로에 걸어 놓은 현수막 모습. '스카이72는 토지 무단점유 영업중인 골프장입니다. 골프장 이용에 따른 피해가 없도록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스카이72골프앤리조트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인천공항 골프장 운영업체 스카이72(스카이72골프앤리조트) 간 대립이 법정소송과는 별개로 서로 집회를 열거나 영업 강행과 단전·단수 등 극단적 행태로 치닫고 있어 물리적 충돌 가능성마저 우려되고 있다.

더욱이 양측의 대립이 감정적 차원으로 흐르자 골프장에서 일하고 있는 캐디들은 일자리 상실 불안을 호소하고 있으며, 인천공항 골프장 관련 일자리로 생계를 유지하는 지역사회도 인천공항공사의 골프장 단전·단수 조치에 반발하며 철회와 함께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 소송 중인 골프장 운영 민간기업 압박 수단으로 현수막·집회 동원에 단전·단수 위협까지


31일 인천공항공사와 스카이72, 인천공항이 위치한 인천 운서동 지역주민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 김경욱 사장은 지난달 스카이72 대표를 만나 오는 4월 1일까지 골프장 영업을 중단하라고 최후통첩했다.

그러나 스카이72가 불복하고 골프장 영업을 지속하자, 인천공항공사는 스카이72에게 4월 1일 이후 골프장 영업을 지속하면 전기와 수도를 공급하지 않을 수 있다고 알렸다.

앞서 이달 중순 인천공항공사는 '스카이72는 토지 무단점유 영업중인 골프장입니다. 골프장 이용에 따른 피해가 없도록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골프장 하늘코스 앞 도로변에 설치하고, LED차량을 동원한 가두홍보도 펼쳤다.

인천공항공사는 한 술 더떠 4월 1일부터 11일까지 스카이72 골프장 진입로에서 집회를 갖기 위한 집회신고를 인천 중부경찰서에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인천공항공사의 움직임을 스카이72와 지역사회는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는 골프장 운영 민간업체를 무리하게 내쫓기 위해 현수막과 집회를 동원한 여론전은 물론 단전·단수까지 취하려는 전례없는 ‘거대 공기업의 횡포’로 간주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 스카이72 "지상물은 스카이72 소유...영업중단 강제할 권한 없어"

그러나, 골프장 운영업체 스카이72는 4월 1일 영업중단 요구에 동의할 수 없다며 인천공항공사의 움직임에 맞대응하고 있다.

스카이72는 인천공항공사가 예고한 집회에 맞서 인천공항공사의 집회 예고기간과 같은 기간에 인천공항공사 청사 앞,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앞 등에서 맞불 집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양측의 대립은 지난 2002년 맺은 골프장 운영 임대협약이 지난해 12월 만료돼 공사측이 다른 운영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골프장 일부 자산의 소유권을 놓고 갈등이 불거지면서 촉발됐다.

애초 공사와 업체는 인천공항 제5활주로 건설예정 부지 내 대중제(퍼블릭) 골프장 운영을 위해 2002년 실시협약을 체결했고, 지난해 12월 부지 임대기간이 만료되면서 스카이72와 임대 갱신을 하지 않고 다른 운영업체를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스카이72는 자신들이 조성한 클럽하우스 등 지상물이 스카이72 소유라고 밝히며 지상물 반환 보상이 없는 한 퇴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부지 소유권자인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1월 스카이72를 상대로 토지 반환과 지상물 소유권 이전을 청구하는 소송을 인천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인천공항공사는 "골프장 지상물을 인천공항공사에 무상인계 하거나 사업자 비용부담 하에 철거하기로 상호 합의했다"고 주장하지만, 스카이72는 "최종 서명날인한 실시협약에 '무상'이라는 문구가 삭제됐으며, 지상물을 무상양도할 의무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2002년 실시협약이 제5활주로 건설과 그에 따른 골프장 시설 철거를 염두에 두고 체결된 만큼, 제5활주로 건설 연기라는 '변수'가 생긴 지금의 상황에서는 양측이 먼저 협의에 나서는 것이 순서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도로 전광판에 안내글을 표시한 모습. '스카이72골프클럽은 토지 무단점유 중입니다. 골프장 이용에 따른 피해가 없도록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표시돼 있다. 사진=스카이72골프앤리조트  이미지 확대보기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도로 전광판에 안내글을 표시한 모습. '스카이72골프클럽은 토지 무단점유 중입니다. 골프장 이용에 따른 피해가 없도록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표시돼 있다. 사진=스카이72골프앤리조트

◇ 인천공항공사-스카이72 정면대결에 '실직 불안' 골프장 종사자·현지주민들 '대화로 해결' 촉구


문제는 인천공항공사가 대화로 해결책을 모색하기보다는 소송은 물론 집회, 단전단수 등 초강경 대응으로 일관해 애꿎은 골프장 종사자들만 실직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는 점이다.

인천공항공사는 골프장 근로자 고용승계를 강조하고 있지만, 지상물 보상을 받지 못한 스카이72가 퇴거를 거부하고 인천공항공사가 '내쫓기'를 강행할 경우, 골프장 운영이 파행을 맞아 골프장 직원들이 대거 실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인천공항공사에서 캐디들의 일자리를 없애려고 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인천공항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하는 일일근로자라고 밝힌 이 청원인은 "하루하루 수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데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생각에 밤에 잠을 자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이 청원인은 "인천공항공사가 현수막, LED전광판 등 시위를 하는 것도 처음 봤고 이해가 되지도 않는다"고 지적한 뒤 "골프장에는 저 같은 캐디뿐만 아니라 1100여 명의 분들이 생계를 위해 일하고 있다. 행정을 잘 모르지만 인천공항공사는 양측에서 제기한 소송에 대해 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판결 결과에 따라 저 같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협의하고 조정해서 근로자가 마음놓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골프장이 위치한 인천 중구 운서동 주민들도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운서동 주민자치회는 29일 성명을 내고 "인천공항공사는 스카이72 불법적 단전·단수 계획을 철회하고 대화로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운서동 주민자치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수천 명의 항공종사자와 면세점 직원이 실직했다"며 "인천공항공사의 스카이72에 단전·단수 계획은 스카이72에 근무하는 종사자인 지역주민에 가하는 인권침해와 생존권 위협이므로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스카이72도 자기주장만 고집하지 말고 인천공항공사와 직접 대화에 나서 함께 사태를 풀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반발 움직임에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단전·단수가 아직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며, 단전·단수를 포함한 모든 가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통보한 것일뿐"이라고 해명해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공사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는 골프장 후속사업자(KMH신라레저)로부터 골프장 근로자 고용 안정을 확약받았다"고 강조하면서도 "스카이72가 계약에 따라 시설의 인수인계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스카이72 골프장 근로자 고용 안정의 지름길"이라며 사태의 원인과 해결 책임이 스카이72에 있음을 재차 주장했다.

그러나, 스카이72 관계자는 "2002년 체결한 실시협약에는 '협의 의무'라는 문구가 있음에도 인천공항공사가 대화를 거부하고 4월 1일까지 시설 인수인계 이행만 요구해 스카이72는 공사를 상대로 협의의무 확인소송까지 제기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부지는 공사 소유이지만 시설물은 스카이72 소유이므로, 스카이72는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중"이라며 설명한 뒤 "유치권 행사 중에는 정상 영업이 가능하다. 인천공항공사가 공문으로 통보해 온 단전·단수는 법적 근거가 없는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양측의 양보없는 대립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천공항이 위치한 영종도 지역의 경제는 코로나19 이후 고사위기"라고 환기시키며 "인천공항공사의 강경대응으로 실직자가 나왔다가 만에 하나라도 공사가 패소하면 실직자는 억울한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만큼 양측은 강대강 자세를 버리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스카이72 골프장 종사자들이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골프장 영업중단 통보에 반발해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앞에서 '일터지킴 및 고용안정 촉구 결의대회'를 갖고 있다. 사진=스카이72골프앤리조트 이미지 확대보기
스카이72 골프장 종사자들이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골프장 영업중단 통보에 반발해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앞에서 '일터지킴 및 고용안정 촉구 결의대회'를 갖고 있다. 사진=스카이72골프앤리조트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