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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ITC 의견서 공개…SK이노-LG에너지 합의 '루비콘강' 건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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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ITC 의견서 공개…SK이노-LG에너지 합의 '루비콘강' 건너나

ITC "SK이노, 10년 안에 배터리 개발할 능력 없었다"
LG에너지 '완승' 명시한 판결문, SK로선 수용 어려워
SK "실체적 검증 없어…LG 영업비밀 전혀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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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회사 상징(CI). 사진=각 사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벌인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 의견서 전체가 5일 공개됐다.

사실상 LG에너지솔루션의 '완승'을 명시한 의견서에 SK이노베이션은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미 행정부의 거부권 행사를 얻어내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 ITC 최종 결정, 뜯어보니 LG의 '승리'

이날 공개된 100여 쪽 분량의 최종 의견서에 따르면 ITC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제조 공정 등 11개 범주에서 22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명시했다.

지난달 최종 결정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의 '조건부 승소'로 알려진 것과 달리 ITC 의견서는 LG에너지솔루션 주장을 거의 모두 받아들였다.

ITC는 "SK는 LG의 영업비밀이 없었다면 10년 안에 해당 (배터리) 정보를 개발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SK는 LG로부터 빼낸 모든 기술을 10년 안에 개발할 정도의 인력이나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 침해 증거를 인멸했다는 LG에너지솔루션 측 주장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ITC는 "SK의 증거 인멸은 고위층이 지시해 조직장들에 의해 전사적으로 자행됐다"라며 "SK가 노골적으로 악의를 가지고 문서 삭제·은폐를 시도했다고 판단한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ITC는 폭스바겐에 배터리 납품하기 위해 양사가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가격 정보를 비롯한 사업상 영업비밀을 침해해 가장 낮은 가격을 제안했다고 봤다.
포드에 4년, 폭스바겐에 2년씩 수입 금지 유예 기간을 부여한 데 대해 "잘못은 영업비밀 침해에도 불구하고 사업 관계를 계속해서 맺기로 한 이들에게도 있다"라며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은 다른 배터리를 조달하기까지 충분한 시간을 제공한 것"이라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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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공개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간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의견서. 사진=ITC 최종 의견서 캡쳐

◇ SK "배터리 노하우 40여년 독자개발 토대로 일궈내" 반박...."영업비밀 침해 증거 내놔라"

SK이노베이션은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ITC 판결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ITC 최종 판결이 나온 지난달 11일(한국시간)보다 강한 어조였다.

SK이노베이션은 "ITC가 LG의 영업비밀 침해 주장에 대해 실체적 검증을 한 적이 없다"라며 "ITC 의견서 어디에도 사안 본질인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증거가 없다"라고 맞받았다.

오히려 LG에너지솔루션이 영업비밀 침해 범위를 너무 방대하게 제시했다가 침해당한 영업비밀을 특정하라는 ITC 요구에 따라 범위를 22개로 축약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와 SK는 배터리 개발, 제조 방식이 달라 LG의 영업비밀 자체가 필요없고 40여 년 독자 개발을 바탕으로 이미 2011년 글로벌 자동차 회사와 공급 계약을 맺은 바 있다"고 강조했다.

증거 인멸에 대해 "일부 팀에서 판단 착오로 벌어진 문서 삭제"라며 악의적이지도 전사적으로 행해지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SK이노베이션은 특히 "ITC의 모호한 결정이 미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 심각한 경제적·환경적 해악을 초래할 것"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 합의는 물 건너갔다…LG-SK 모두 "갈 때까지 가보자"

ITC 최종 의견서가 공개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극적으로 합의할 가능성은 매우 작아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ITC 의견서를 근거로 SK이노베이션의 '항복'을 원하고 SK이노베이션은 ITC 결정을 문제 삼으며 배수의 진을 친 형국이다.

미국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는 ITC 최종 결정 후 60일 안에 판가름 난다. 최종 결정이 나온 시점을 고려하면 4월 중순이 다 돼서야 거부권의 향배가 정해질 전망이다.


성상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