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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건축·재개발 불똥 튄 신탁사, 일감 겹치며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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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건축·재개발 불똥 튄 신탁사, 일감 겹치며 ‘전전긍긍’

공공정비사업, 신탁방식 정비사업과 유사…신탁사 역할 LH·SH가 담당
신탁사 입지 축소 우려…“공공정비사업 신탁방식 활용 방안 건의”

신탁(대행자)방식으로 재개발 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 신림1구역 재개발 조감도. 사진=한국토지신탁이미지 확대보기
신탁(대행자)방식으로 재개발 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 신림1구역 재개발 조감도. 사진=한국토지신탁
지지부진한 재개발·재건축현장의 '구원투수' 역할을 했던 신탁방식 정비사업이 공공정비사업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최근 정부 산하 공기업이 재건축·재개발사업의 공공시행자로 나서 공공 주도의 도시정비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신탁방식 정비사업의 입지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3일 부동산신탁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신탁방식 정비사업 유형과 유사한 공공 재개발·재건축,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신탁사들이 도시정비사업 물량 확보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탁방식 정비사업은 조합 대신 신탁사가 시행이나 대행을 맡아 추진하는 정비사업으로 투명하고 신속한 사업추진을 목적으로 지난 2016년 도입됐다. 현행 신탁방식에서 신탁사가 사업시행자로 지정을 받기 위해서는 조합설립 요건인 토지등소유자 75% 이상 동의와 토지 면적 절반 이상의 동의에 추가로 토지면적 기준 3분의 1이상의 신탁동의가 필요하다.

신탁방식 정비사업은 조합방식과 비교해 투명하고 전문적인 사업관리를 통해 갈등을 최소화하고 사업 속도를 단축하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안정된 사업비 조달로 조합 입장에선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이같은 장점에 도시정비 신탁방식 정비사업으로 추진하는 재건축·재개발 단지들도 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부동산신탁사들은 지난해 도시정비사업에서 2000억 원 규모의 수주고를 달성했다. 지난 2019년 수주액(1600억 원) 대비 25% 가량 늘어난 실적이다.

공공재개발·재건축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이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시행에 참여하고 용적률 완화 등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이 방식에선 민간의 토지 소유권을 유지하면서 공공기관이 사업 관리자로 참여한다.

정부가 2·4 공급대책에서 도입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공공기관이 토지 소유권을 가져간 뒤 사업을 마무리하면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이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조합이 필요 없고, LH와 SH 등 공공기관이 주민 동의를 거쳐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시행자로 나선다.
이같은 정부의 공공주도 정비사업 추진에 신탁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공공 정비사업 유형이 신탁방식 정비사업과 유사해 향후 정비사업 물량 확보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진수 한국토지신탁 도시재생1본부장은 “사업이 지지부진한 정비사업장들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서울의 한 정비사업장은 공공재개발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면서 “공공방식으로 돌아서는 조합들이 많아지면 자연스레 신탁사의 먹거리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공공주도 정비사업의 경우 LH나 SH가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따라서 정비사업 과정에서 조합방식과 공공방식의 중간자 역할을 하는 ‘준 공공’의 성격인 신탁방식을 활용하는 방안을 국토부에 건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