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 회장은 다음달 모회사 ㈜한화를 비롯한 3개 계열사 미등기 임원을 맡으며 그룹 경영 전면에 등장한다.
한화그룹은 김 회장이 항공·방산 대표기업 ㈜한화와 화학·에너지 대표 기업 한화솔루션, 건설·서비스 대표 기업 한화건설 등 3개 핵심 기업에 미등기 임원으로 적을 두면서 한화그룹 회장 역할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김 회장이 2014년 2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으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판결을 받고 7개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7년 만의 경영 복귀다.
김 회장은 그룹 계열사들이 이사회 중심 독립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고 앞으로도 회사별 사업 특성에 맞춰 자율·책임경영 시스템을 지속 발전시킨다는 점을 고려해 미등기 임원으로 활동할 방침이다.
미등기 임원으로 김 회장이 활약하는 것은 계열사들의 일상적인 경영활동에 관여하기 보다는 그룹 전반에 걸친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과 해외 네트워크를 통한 글로벌 사업 지원 역할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김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동안 세 아들이 경영 일선에 전진 배치된 점도 고려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앞으로 그룹 미래 먹거리 발굴과 투자 등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특히 김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항공·우주를 비롯해 모빌리티(이동수단), 그린수소 에너지 등 신사업에 박차를 가해달라"며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제시했다.
이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13일 김 회장 신년사 직후 인공위성 전문업체인 쎄트렉아이 지분 30%를 사들이는 등 우주 사업에 나섰다.
한화시스템도 위성 탑재체인 영상레이더(SAR)와 위성 안테나 등 위성 사업과 더불어 도심 에어 택시와 같은 신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이 ㈜한화 미등기 임원을 맡으면서 항공 우주·방위산업 부문에 대한 미래 기술 확보와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김 회장이 미국 등 글로벌 인맥을 가동해 한화솔루션의 그린 수소 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건설사와의 협력을 통해 한화건설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의 복귀로 그룹 내에서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는 세 아들에 대한 승계 작업도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화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한화는 김승연 회장이 22.65%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 주주인데 비해 장남인 김동관 사장은 4.44%, 2·3남인 동원·동선씨는 각각 1.67%로 미미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재계는 김 회장 나이가 70대에 접어든 만큼 그의 복귀와 함께 그룹 후계구도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점치고 있다.
남지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ini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