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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마 도입하면 사행심 조장" 농식품부, 왜곡된 자료 근거로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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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마 도입하면 사행심 조장" 농식품부, 왜곡된 자료 근거로 주장?

농식품부 '신중론' 근거 사감위 '도박중독 유병률', 도박중독자 수 부풀려졌을 가능성 제기돼
사감위, '중독'과 거리 먼 '중간위험 도박자'까지 합쳐 '도박중독자'로 집계...외국선 사례 없어
사감위 "경마 이용자 도박중독 유병률 41.4%, 복권 3배"...학계 "접근성 다른 업종 일률 비교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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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모습. 사진=뉴시스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을 담은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가 불발된 가운데, 온라인 마권 발매 반대론자 주장의 핵심 근거가 되는 '경마 도박중독자' 관련 통계가 왜곡됐을 가능성이 제기돼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사감위 '도박중독 유병률' 조사, 부풀려졌다?

2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부, 말산업계에 따르면, 국회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는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 김승남, 윤재갑 의원과 국민의힘 정운천, 이만희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을 심의했으나, 농식품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측의 사행성 조장 우려 등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말산업계는 온택트 시대에 부응하고 붕괴 위기의 말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온라인 경마 도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농식품부와 일부 시민단체는 경마가 도박중독 위험이 크기 때문에 온라인 경마를 도입하면 도박중독 확산과 사행성 조장 우려가 크고, '경마는 도박'이라는 인식이 높아 국민적 공감대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반대론자들의 주장을 종합하면, 반대론자들이 내세우는 대표적인 근거 중 하나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발표하는 '도박중독 유병률'이다.

사감위는 2년마다 성인 1만여 명 설문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전체 국민과 실제 사행활동 이용자의 '도박중독 유병률'를 각각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가장 최근 조사인 2018년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도박중독 유병률'은 5.3%로, 1~3% 수준인 외국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즉, 이는 우리나라 전체 성인 국민 중 5.3%인 약 220만 명이 '도박중독 유병자(도박중독자)'로 추정된다는 의미이며, 반대론자들은 이를 근거로 온라인 경마를 도입하면 사행심이 더 조장될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도박중독 확산과 사행성 조장 우려가 있어 온라인 경마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종국 서울과학기술대 박사과정(현 세종대 산업대학원 겸임교수·정책학박사)과 이흥표 대구사이버대 교수(미술치료학과)가 지난 2016년 한국사회조사연구소 학술지 '사회연구'에 게재한 '사행산업 도박중독유병률 활용 정책에 대한 고찰'이라는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이러한 사감위의 도박중독 유병률 산정방식은 중대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 논문과 사감위에 따르면, 사감위는 도박중독 유병률 통계를 위해 지난 2010년부터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개발된 조사도구인 '도박문제 선별검사(Canadian Problem Gambling Index·CPGI)'를 사용하고 있다.

CPGI 기법은 9개의 도박관련 설문문항으로 구성돼 있으며, '그렇다'는 응답 갯수에 따라 위험성이 낮은 순서부터 ▲비(非)문제성 도박자 ▲저위험 도박자 ▲중간위험 도박자 ▲문제성 도박자 등 총 4단계로 분류한다.

논문에 따르면, CPGI는 정신병리학적 측면에서 '병적도박'을 판별하기 위한 조사도구라기보다, 심리사회적 측면에서 일반인의 도박문제를 판별하는데 초점을 맞춰 개발됐다.

따라서 CPGI는 정신질환을 연상시키는 '중독(addiction)'이라는 용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문제(problem)'이라는 용어만 사용한다.

그럼에도 사감위는 CPGI 조사도구를 그대로 가져와 사용하면서도, 여기에 임의로 '도박중독자', '도박중독 유병자'라는 용어를 붙이고 있다는 것이 논문의 주장이다.

더욱이 논문에 따르면, 사감위는 가장 심한 단계인 '문제성 도박자' 외에, '중독'과는 거리가 먼 '중간위험 도박자'까지 합쳐 '도박중독자'로 정의해 발표하고 있다.

2018년도 사감위 조사에 따르면, 도박중독 유병률 5.3% 중에서 '문제성 도박'은 1.1%, '중간위험 도박'은 4.2%로 나타났다.

논문의 주장대로 '문제성 도박'만 '도박중독자'로 집계하면, 우리나라 '도박중독 유병률'은 1.1%로, 외국과 유사한 수준이 된다.

사감위는 사감위의 조사방식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감위는 이 조사 보고서에서 "캐나다 등 외국도 '문제성 도박'과 '중간위험 도박'을 합쳐 유병률을 산정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논문에 따르면, 두 수준을 합쳐 산정하는 경우에 '중독(addiction)'이라 표현하는 연구는 없다.

결국, 사감위는 '병적도박'만 판별하는 조사도구보다 광범위한 '도박문제'를 판별하는 CPGI 조사도구를 사용해 유병률이 높게 나오게 하면서도, '도박중독', '문제도박', '병적도박' 용어를 혼용함으로써 우리나라가 도박중독자 비율이 높은 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한 경마 소비자는 "사감위는 우리나라 도박중독 유병률이 높다고 해야 자신의 존재 이유가 유지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도박중독 유병률을 높게 발표하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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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8일 경기 과천 한국마사회 서울경마공원 내 놀라운지에서 마사회 관계자가 청소년들에게 경마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철훈 기자


'경마가 복권·토토보다 도박중독 유병률이 높다'는 통계도 오류?

말산업계는 같은 사행산업인 복권(로또)·체육진흥투표권(토토)도 이미 온라인 발매가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으며, 경륜·경정도 온라인 발매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온라인 경마 반대론자를 비판하고 있다.

이에 농식품부 관계자는 "경마는 복권·토토·경륜·경정과 비교 대상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경마는 복권·토토·경륜·경정보다 도박중독이 더 심해 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이러한 반대론 역시 사감위의 도박중독 유병률 조사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김종국·이흥표 논문에 따르면, 이 역시 조사방식에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2018년도 사감위의 '조사지점별 도박중독 유병률' 조사에 따르면, 전체 7개 사행산업 중 '사행산업 이용자의 도박중독 유병률'이 가장 높은 것은 내국인 카지노로, 54.8%에 이른다.

이어 경마 41.4%, 경륜 40.3%, 경정 36.4%, 소싸움 22.5%, 토토 22.7%, 복권 13.5% 순으로 나타났다.

즉, 국내 카지노 이용객의 절반 이상, 경마장 방문 이용객의 40% 이상은 '도박중독 유병자(도박중독자)'로 추정되며, 카지노·경마·경륜·경정을 하는 사람들은 토토·복권을 하는 사람보다 도박중독자 비율이 2~3배 이상 높다는 의미이다.

'조사지점별 도박중독 유병률' 조사는 전국 내국인 카지노, 경마장, 경륜장, 조정경기장, 장외발매소, 복권판매소 등 7개 사행산업의 각 판매장 방문이용객을 현장별로 200~300명씩 설문조사해 이뤄진다.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일반인의 도박중독 유병률' 조사와 별개로, 사행산업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이용자의 도박중독 유병률' 조사인 셈이다.

그러나 김종국·이흥표 논문에 따르면, 접근편의성이 현저히 다른 업종들의 방문이용객 조사결과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

즉, 전국 수천 개의 복권방·편의점·가판대 등 판매소에서 구매 가능한 복권·토토는 도박중독자 외에 일반인도 누구나 '길을 가다가도' 쉽게 구매하기 때문에 자연히 '도박중독자 비율'이 낮게 나오는 반면, 카지노·경마·경정·경륜은 판매소가 제한돼 이들 판매소를 직접 '찾아가는' 고객은 '마음먹고' 방문하는 고객이 대부분이라 '도박중독자 비율'도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2018년 사감위 조사를 보면, 전국 판매소가 강원랜드 1곳 뿐인 내국인 카지노의 도박중독 유병률이 가장 높고, 이어서 판매소가 각 20~30곳인 경마·경정·경륜이 나란히 그 뒤를 잇고 있다.

한 경마 소비자는 "도박중독자는 경마, 경정, 경륜, 카지노, 로또 등 한 가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행활동을 동시에 한다"며 "경마, 로또 등 어느 특정 업종이 다른 업종보다 더 도박중독 위험이 높다는 주장은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논문 저자인 김종국 교수는 "유병률은 사행산업 업종별로 향후 지속성장의 중요 기준이 되므로 이를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도박중독 유병률의 산정방식과 적용상의 문제점을 검토해 개선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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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경기 과천 한국마사회 서울경마공원에서 관객들이 경주 준비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김철훈 기자


이밖에, 농식품부 등 온라인 경마 반대론자들은 "경마에 대한 부정적 국민 인식이 높아 온라인 경마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하며, 그 근거로 한국마사회 장외발매소 주변 주민들의 반발 사례를 들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민의 부정적 인식이 높아 온라인 경마 도입이 어렵다"며 "장외발매소 주변 주민의 반대를 보면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말산업계 관계자는 "장외발매소 주변 주민들이 반대하는 것은 자신의 집 주변에 사행시설이 들어서는 것"이라며 "이를 근거로 국민들이 온라인 경마 도입에 부정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농식품부는 경마에 대한 국민 불신을 언급하는데 국민 불신 조성에 주무부처의 책임도 크다"며 "농식품부는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경마제도 혁신과 더불어 말산업 붕괴를 막기 위한 온라인 경마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