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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가팔라지는 ‘용돈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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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가팔라지는 ‘용돈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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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인터넷 사전은 ‘월급고개’라는 용어를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지난달 월급은 거의 떨어지고, 다음 달 월급은 아직 나올 때가 되지 않아 경제 사정이 어려운 때를 ‘보릿고개’에 빗대어 이르는 말.” 2005년 국립국어원 ‘신어’ 자료집에 수록된 단어라고 했으니, 더 이상 신조어일 수 없는 용어다.
‘월급 로그아웃’도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로그아웃을 하는 것처럼 통장에 들어온 월급이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용돈고개’도 생겼다. 새로 용돈을 받기 전에 예전의 용돈이 떨어져 경제 사정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2년 전,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 713명을 대상으로 이 ‘용돈고개’에 관한 조사를 했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용돈 고개를 겪은 적 있다’는 직장인이 72.1%에 달했다.

용돈 가운데 ‘식비’를 가장 많이 지출한다는 응답이 64.8%나 되었다. 교통비, 문화생활․취미, 통신비 순으로 나타났었다.

그런데, 이 ‘용돈고개’가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외식물가’ 때문이다. 빵과 햄버거, 음료 등의 가격이 잇따라 인상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는 인상률이 9%나 되는 품목도 있었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1월 생산자물가도 작년 12월보다 0.9%가 올랐다고 했다. 3개월 연속 오름세다.
농림수산품의 경우는 7.9%나 올라 2년 5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고 했다. 닭고기, 달걀 등은 ‘두 자릿수’로 올랐다. 생산자물가는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외식물가’는 더 오르게 생겼다.

작년 7월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점심값은 평균 6260원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73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이었는데, 이들 가운데 72.2%는 점심값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하고 있었다. ‘용돈을 아끼기 위해 점심값을 줄여본 적 있다’는 응답도 47.9%로 절반 가까웠다. 이렇게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물가가 오르면 ‘용돈고개’는 한층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수입이 깎이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통계청의 ‘가계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소득 하위 20% 계층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13.2%나 줄었다고 했다. 2018년 4분기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그나마, 정기적인 수입이 있는 직장인의 경우다. 실업자 수는 157만 명으로 사상 처음 150만 명을 넘었다고 했다. 이들에게는 넘기가 훨씬 껄끄러운 ‘용돈고개’가 아닐 수 없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