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공연리뷰] 지음과 사함 사이의 죄에 관한 사유…정유진 안무의 '신곡(神曲)'

공유
5

[공연리뷰] 지음과 사함 사이의 죄에 관한 사유…정유진 안무의 '신곡(神曲)'

center
정유진 안무의 '신곡(神曲)'
한국춤협회(이사장 이미영 국민대 무용과 교수)가 주최·주관하고 서울시가 후원하는 제34회 한국무용제전의 본 공연 중 서강대 메리홀 소극장에서 '저승 세계로의 여행'을 주제로 한 정유진(인천예고 출강) 안무의 '신곡(神曲)' 공연이 있었다. 이탈리아의 시성(詩聖) 단테가 인간의 속세와 운명을 기독교적 시각으로 그려낸 '신곡'의 정유진 편은 지옥·연옥·천국을 여행하는 복합 시제 형식으로 죄 지음과 사함 사이의 구원 문제에 집중하고 있었다.

단테가 1308년부터 1321년 타계할 때까지 쓴 서사시를 소극장에서 단편으로 한정된 시간에 담기에는 힘에 버거웠다. 장시의 단시화 문제라는 난관을 뚫고 탄생한 작품은 종교적 문제에 대한 안무가의 시각과 개개인의 죄에 대한 다른 입장이 전개되었다. 어둡게 잠긴 지옥의 분위기를 아쟁이 느리고 깊게 긁어대면서 춤은 시작된다. 절망과 절규에 이르는 죽음에 관한 한 연구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국악기 사용으로 완급을 조절해내며 춤과 조화롭게 어울린다.

center
정유진 안무의 '신곡(神曲)'

center
정유진 안무의 '신곡(神曲)'

center
정유진 안무의 '신곡(神曲)'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크고 작은 죄를 짓고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결국 천국행을 희망하지는 않을까 하는 안무가의 궁금증에서 작품은 동기화된다. 그녀의 안무 데뷔작은 겸손했다. 춤의 미학적 상층부를 지향하면서 단순한 듯 보이면서도 촘촘하게 나름의 상징을 깔아 자신의 춤이 '생각하는 춤'을 지향한다는 점을 밝혔다.

그녀는 한체대에서 석사 과정까지 마치고, 성균관대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그녀의 죄사함은 고깔과 의상들이 벗겨지고, 뭉개지고, 던져짐의 과정을 거친다. 구음(판소리)은 춤 행간을 파고들어 의미를 심화시킨다.

'신곡' 정유진 버전은 교훈적으로 희망의 출구를 찾아가는 망각자들의 힘든 여정을 표현한다. 4개의 장으로 구성된 작품은 1장: 어둡게 잠긴 지옥(음산한 분위기의 망자들) 2장: 지옥의 현실(썩어가는 몸으로 바닥을 기어가는 망자들, 얼굴도 손도 몸도 문드러져가고 미친 듯이 괴로워 몸을 긁고 괴로워한다.) 3장: 영혼의 자유를 얻기 위한 몸부림(천국에 오기 전의 경쾌함) 4장: 망각의 물(죄사함) 가벼워진 몸, 몽롱한 의식의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춤은 종료된다.

center
정유진 안무의 '신곡(神曲)'

center
정유진 안무의 '신곡(神曲)'

center
정유진 안무의 '신곡(神曲)'

무용 속에 들리는 판소리(김수인)는 "그곳은 깊고 어두웠으며, 안개가 얼마나 자욱한지 아무리 바닥을 보려고 해도 아무것도 알아볼 수 없었다. 이제 눈먼 세상으로 내려가 보자."(지옥편, 제4곡), "너를 이곳에서 영원한 곳으로 안내하겠다. 그곳에서 너는 절망에 이르는 절규를 들을 것이며, 두 번째 죽음을 애원하는 고통스러운 옛 영혼들을 볼 것이다. 불 속에서도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볼 것이다. 망각의 강물을 마셔라! 죄를 씻고 천국으로 갈 준비를 마치자!"(연옥편 제2곡)에 해당되는 내용이다.

지옥은 천국으로 갈 수 있는 희망이 없는 곳이며, 연옥은 천국으로 갈 수 있는 희망이 있는 곳이다. 안무가 정유진은 지옥과 연옥을 분간할 수 없는 현실에서 단테가 말한 '망각의 강물'을 떠올리고, 적선(積善)에 이르는 실천을 강조한다. 이 작품은 단테의 「신곡」에 대한 이해, 시와 춤의 유기적 관계, 움직임에 대한 한국적 표현, 상징과 움직임이 만들어 내는 축조적 미학, 조명과 사운드가 만들어 내는 시각적 이미지 구축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center
정유진 안무의 '신곡(神曲)'

음악에서 내용이 밝혀졌지만 '신곡'은 죄지은 사람들이 있는 머물러 있는 연옥에서 몸부림치며 지난 삶을 후회하고 천국으로 가기를 희망하는 내용을 담은 한국창작무용이다. 고깔 쓴 네 명의 여인은 감정을 드러나지 않는 망자를 표현하기 위해 얼굴이 가려지는 수의 느낌의 의상을 입었다. 춤의 과정은 굿의 절차대로 표현되었다. 무용수는 씻김과 죄사함의 느낌으로 마지막 옷을 벗어 뭉갠다. 옷을 들어 먼지를 털 듯 털어냄으로써 굿이 끝났음을 알린다. 죄사함을 받아 천국으로 가는 행위를 표현한다. 정유진의 '신곡'은 의미있는 작품의 하나가 되었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