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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앱수수료’ 9월 연기, ‘당근책’?…공 넘겨받은 ‘구글갑질방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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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앱수수료’ 9월 연기, ‘당근책’?…공 넘겨받은 ‘구글갑질방지법’

구글 수수료 정책 연기, 새로운 국면 맞은 구글 ‘통행세’ 논란
국내 반발·애플 수수료 ‘반값’ 인하 영향…다만 ‘적용 시기만 유예’
제도 장치 마련 시급 필요 목소리 높아져…입법 ‘속도전’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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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신규 앱에 대한 ‘인앱결제’ 적용과 수수료 30% 부과방침을 당초 내년 1월에서 9월로 연기하면서 ‘구글 통행세’ 논란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기존 입장을 유지해 온 구글이 한발 물러선 듯 보이지만 ‘인앱결제’와 ‘수수료30%’를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것이어서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때문에 이른바 ‘구글갑질방지법’ 처리를 조속히 마무리 지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적용 시기 연기한 구글…애플 ‘반값 수수료’ 직접적 영향?


구글의 ‘후퇴’는 국내 IT(정보통신)업계의 반발과 정치권의 입법 등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애플의 수수료 인하 발표가 직접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글은 지난 23일 “최근 발표한 구글플레이 결제 정책 명확화에 영향을 받는 소수의 신규 콘텐츠 앱에 대해서도 유예 기간을 내년 9월 30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존의 게임에 대한 구글플레이 결제 정책에는 영향이 없다”고도 했다. 연기 방침 이외에는 정책 변화는 없다는 입장인 셈이다.

앞서 지난 9월 구글은 ‘인앱결제’와 ‘30% 수수료’ 인상을 발표하며, 신규 앱은 내년 1월 20일과 기존 앱은 내년 9월 30일에 적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번 구글의 조치는 신규 앱에 대한 연기일 뿐 큰 틀에서의 변화는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진단이다.

이미 구글은 인도에서 수수료 확대 적용 시기를 2022년 4월로 연기한 상태로, 한국 연기는 두 번째다.

구글의 수수료 적용 연기 방침은 애플의 발표 직후 나왔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애플이 전격적으로 앱마켓 수수료 인하 계획을 발표했다. 중소개발사에는 인앱결제 수수료를 기존 30%에서 15%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입은 앱 개발사들을 지원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게 애플의 설명이다.

당시 구글의 수수료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간 구글이 수수료 인상 명분으로 애플의 ‘수수료30%’ 정책을 기준 삼아왔기 때문이다. 구글의 인상 명분 상실에 이어 국내 업계 반발과 정치권의 입법 움직임, 현 정부의 실태 조사 등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구글이 일단 뒤로 후퇴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구글의 플레이스토어는 국내 앱마켓 시장에서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71.0%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이동통신 3사의 원스토어는 18.4%, 애플의 앱스토어는 10.6%를 차지하고 있다. 구글의 수수료 인상 정책으로 국내 콘텐츠 산업의 매출 감소액은 올해 2조 원, 2025년에는 3조5000억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 구글 한시적 조치에 ‘구글갑질방지법’으로 쏠리는 눈


구글의 ‘적용 연기’는 사실상 정책 변화없는 한시적 조치로, 국회의 ‘구글갑질방지법’ 처리에 관심이 모아진다. 구글이 내년 9월까지 수수료 인상을 연기하면서 다소 시간을 벌었지만 공청회 등 입법 절차와 본회의 처리, 법 적용 등의 물리적 시간을 고려하면 여유가 많지 않다.

그러나 정작 국회에서는 ‘구글갑질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논의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초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와 수수료 인상 방침에 여야가 한 뜻으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속도전에 나섰지만 야당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신중론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7일 전체회의를 열고 앱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 수단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결국 상임위 법안 상정이 무산된 상태다. 과방위 전체회의가 예정된 26일까지 야당의 적극적 입장 변화가 없다면 연내 법안 처리는 쉽지 않는 상황이다.

야당측은 구글 규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위반 소지 등 통상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중복 규제 위험성 등으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과방위 야당 간사인 국민의 힘 박성중 의원은 지난 23일 구글 수수료 연기 발표 이후 성명서를 통해 “수수료 인하 등에서 어떠한 형태라도 애플의 인하 발표내용보다 더 전향적으로 결정하도록 할 것”이라며 “(입법)논의에 있어서도 계속 국제적 규범에 맞추어 서로 상생하는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