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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부 규제 철퇴에 정유업계 두 번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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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부 규제 철퇴에 정유업계 두 번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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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오만학 기자
"안그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죽을 지경인데 정부가 정말 너무한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만난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최근 에너지 규제 강화 움직임에 치를 떨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 7월 신재생에너지 연료의무혼합제도(RFS) 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이다. 신재생에너지 연료의무혼합제는 자동차 등 수송용 연료에 일정 비율 이상 신재생에너지 연료를 의무적으로 혼합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린경영'이 전 세계 화두로 등장하면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RFS 도입 붐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6년부터 자율 규제 형태로 시작해 2013년 법적으로 의무화됐다.
최초 바이오디젤을 0.5% 혼합하도록 하면서 도입된 RFS는 2015년부터 2.5%, 2018년부터 3%로 그 비율이 높아졌다. 정부는 내년에는 3.5% 선에서 시작해 오는 2030년까지 RFS를 최종 5% 선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정부는 본격화할 탄소배출권 구매 시장을 고려할 때 국가 경제 차원에서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의무비율이 올라가면 정유업계가 짊어질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업계는 혼합 비율이 지금보다 0.5%포인트 높아진 3.5%로 올리면 정유업계의 바이오디젤 구입에 따른 추가 비용은 4480억원, 정부 최종 목표인 5%로 늘어나면 추가 비용은 6400억원으로 껑충 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유 업계가 바이오디젤을 저장하고 유통해야 하는 추가 인프라 구축에도 1000억원 이상 비용이 발생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신재생에너지 의무비율이 급격하게 높아지면 유류비 증가가 불가피해져 정유업계만 비난의 화살을 맞을 수도 있다.

세상 모든 일에는 적절한 때가 있는 법이다. 올해 국내 정유 업계는 코로나19, 유가 급락 등으로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거두며 그야말로 생존을 걱정해야 할 위기에 직면해 있다. '친환경'이란 명분도 중요하지만 경영위기에 처한 우리 기업들의 절규는 애써 외면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오만학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38@g-enews.com